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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2139

[사진] 제2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 행동 불법사드 원천무효 제2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 행동 [사진] 사드 말고 꽃! 꽃길 따라 평화 오소서 사드 배치 반대를 위한 ‘3·18 소성리 범국민 대회’(3월 18일)에 이어 어제(4월 8일)는 ‘불법사드 원천무효 제2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 행동’이 소성리 일대에서 베풀어졌다. 1차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던 나는 후배와 함께 소성리를 찾았다. 국방부가 사드 일부분의 한반도 전개를 발표한 이후 지역 주민들은 물론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금 사드 배치를 서두르고 있는 듯하다. 사드 발사대 2기가 들어와 칠곡 왜관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보관 중이고 사격통제 레이더도 들어왔다고 한다. 차를 타고 가면서 나는 사드 배치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전개되어 버린 거 아니냐고 말했고 후배는 미국이 .. 2020. 4. 15.
백담사, 만해 한용운과 독재자 전두환 백담사에 남은 독재자의 자취 - 자랑일까, 치욕일까 지난 주말에 설악산을 다녀왔다. 속초 인근의 한 콘도미니엄에서 열린 자형의 칠순 가족 모임에 참석한 친지들과 함께였다. 설악산은 고교 수학여행(1973)으로, 수학여행 인솔(1985·1997)에 이은 네 번째 방문이다. 그전에는 외설악의 관광코스를 돌았지만, 이번에는 내설악의 백담사를 들렀다. 백담사(百潭寺)의 기원은 신라 제28대 진덕여왕 원년(647)에 자장율사가 설악산 한계리에 아미타 삼존불을 조성 봉안하고 창건한 한계사(寒溪寺)다. 그 뒤 이 절집은 1752년(영조 51)까지 운흥사, 심원사, 선구사, 영취사로 불리다가 1783년에 백담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전설에 따르면 백담사라는 이름은 설악산 대청봉에서 절까지 작은 못이 100개가 있는 지점.. 2020. 4. 15.
벗의 도화원(桃花源), 그 연분홍 안개 의성 초전리 오막재를 찾아서 의성 탑리의 외진 시골 마을, 완만한 산자락에 조립주택과 황토방 하나씩 짓고 사는 친구가 제 복숭아밭에 복사꽃이 절정이라고 전해 왔다. 3월을 맞아 잔뜩 심란해져 있을 때, 안부를 물어온 친구에게 나는 복사꽃이 피면 알려달라고 부탁했었다. 금요일 퇴근해 집에 잠깐 들렀다가 바로 길을 떠났는데도 근처 시장 거리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 초전리(草田里) 그의 집을 찾았을 때는 어둠 살이 내리고 있었다. 황토방 너머 그의 복숭아밭, 복사꽃은 부윰한 빛을 내면서 어둠 속에 아련하게 떠 있었다. 시간은 넉넉하니까……. 복사꽃을 만나는 일에 서두를 일은 없었다. 그의 황토방에서 우리는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몇 병의 소주가 동나자, 그는 경기도 어느 지역에서 누룩으로 발효한 술을 증류시켜.. 2020. 4. 14.
‘이발소’로의 귀환 다시 이발소로 찾다 어제 이발을 했다. 여느 때처럼 동네 미용실에서가 아니다. 동네에서 한 마장쯤 떨어진 도서관 앞 골목에 있는 이발소에서다. 거기 그런 이발소가 있는 줄 몰랐었다. 꽤 반듯한 슬래브 건물에 간판도 얌전하게 달렸다. ‘○○이용소’. 마치 잊고 있었던 이웃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줄지은 다섯 개의 빈 의자 저편에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주인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들릴 듯 말 듯 인사를 했다. 과묵해 뵈는 인상의 60대 이발사였다. 의자에 앉자 그는 익숙하게 내 목에 수건을 감고 보자기를 씌웠다. “오래……, 하셨습니까?” “예.” “손님이 많은가요?” “뭐, 그럭저럭.” ‘이발소’로의 귀환 대화는 짧게 끝났다. 역시 이 양반은 말수가 적다. 나이가 나이니 별로 친절하.. 2020. 4. 13.
‘작열’과 ‘작렬’ 사이-우리말 발음 이야기 우리말 발음 - ‘작열’과 ‘작렬’ 창피한 이야기다. 오래전에 온라인 서점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살육(殺戮)’을 ‘살륙’으로 쓴 적이 있다. 명색이 국어를 가르치는 처진데 그런 잘못을 저질러 놓고 틀린 줄도 모르고 있었다. 어떤 이웃이 ‘초면에 미안’하다면서 ‘살육’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덕분에 잘못을 바로잡았다. ‘살육’과 ‘도륙’ ‘사람을 마구 죽임’의 뜻으로 쓰는 ‘살육’에 쓰인 한자는 각각 ‘죽일 살’, ‘죽일 육’이다. 여기서 ‘戮(육)’은 원음이 ‘륙’이다. 살육에선 ‘육’으로 읽지만 ‘사람이나 짐승을 함부로 참혹하게 마구 죽임’의 뜻을 가진 ‘도륙(屠戮)’의 경우에는 ‘륙’으로 읽으니 잠깐 헷갈렸던 모양이다. 인터넷 지면에 흔히 쓰이는 낱말 중에 ‘작열(灼熱)’이 있다. ‘사를 .. 2020. 4. 12.
1994년에 연 국립대구박물관, 20년이 지나서 처음 들렀다 [달구벌 나들이] ③ 대구박물관(1) 첫 만남과 상설 전시 ① 국립대구박물관, 첫 만남 지난 3월 24일 국립대구박물관을 찾았다. ‘마침내 찾은 유적 고대마을 시지(時至)’전이 열리고 있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서였다. 기차를 타고 동대구역에 가서 거기서 박물관까지는 버스를 이용했다. 버스에 익숙지 않았지만 내려받은 대구 시내버스 어플로 차편을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대구박물관은 처음이다. 이 박물관은 1994년에 개관했다. 서른아홉, 내가 복직하던 해다. 그리고 20년이 지났는데 이제야 나는 이 박물관을 찾은 것이다. 특별전을 알리는 신문 기사를 읽지 않았다면 여기를 찾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학교 때 유학 와서 대학까지 여기서 다녔으니 대구는 익숙한 도시다. 그러나 초임 발령을 받아 경북 동.. 2020. 4. 11.
민들레, 민들레 요즘 걸어서 출퇴근하면서 자주 민들레를 만난다. 출근할 때는 꽃잎을 오므려 그리 눈에 띄지 않던 꽃이 퇴근할 무렵이면 거짓말처럼 곳곳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마치 일부러 찾아가 뿌리를 내린 듯 민들레는 인도의 깨어진 블록 틈새에, 간선도로변 점포와 인도의 경계에, 주택가 골목의 담 아래에 옹색하게 피어 있다. 민들레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흔히 백성을 뜻하는 ‘민초(民草)’로 비유되는 꽃이다. 이 꽃은 겨울에 줄기는 죽지만 이듬해 다시 살아나는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 마치 밟혀도 다시 꿋꿋하게 일어나는 백성과 견주어지는 것이다. 어떤 선원 노동자의 아내가 썼다는 “민들레의 정신”이라는 글이 새삼스러운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런 까닭일 터이다. 지은이는 ‘소달구지와 경운기의 육중한 바퀴 밑.. 2020. 4. 10.
국회, ‘한글 시대’로 가는가 국회기와 국회 배지 속 한자 ‘국(國)’자 사라진다 오는 16일에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절차가 남긴 했다. 그러나 그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국회기와 국회 배지(Badge) 속 한자 ‘국(國)’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1948년 제헌 국회가 열린 이래, 제5대와 8대 국회 때 각각 1년여 한글을 쓴 걸 제외해도 무려 64년 만이다. ‘금배지’에 한자 대신 ‘한글’을 새긴다!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위원장 최경환)는 노회찬, 박병석 의원과 위원장이 낸 ‘국회기 및 국회 배지 등에 관한 규칙’의 일부개정 규칙안을 심의하여 위원장 안을 위원회 대안으로 채택한 것이다. 일단 상임위를 통과한 안이니만큼 본회의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에 왼쪽 가슴에 다는, 이른바.. 2020. 4. 9.
‘인혁당’ 묘역에서 ‘통일’을 다시 생각한다 통일운동가 동암 도혁택(1932~2011) 선생의 1 주기 추모제 세상엔 숱한 운동이 존재한다. 이 나라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눈부시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 운동의 목록들을 생각해 보라. 학생운동과 시민운동, 노동운동과 교육운동……. 우리 현대사는 그러한 운동이 빚어낸 승리와 패배, 그 역사적 전개 과정에 적지 않은 빚을 지고 있다. 그러나 그 목록 속에서 ‘통일운동’을 찾기는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여러 운동의 눈부신 성과와 전망 속에 그것은 그 변방에 외롭게 고단한 몸을 가누고 있다. 이 나라 민주주의와 분단 모순을 포괄하는 가장 크고 넓은 담론을 바탕으로 한 통일운동은 그러나 운동의 주류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듯 보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통일운동은 우리의 일상과는 너무 멀리 떨어.. 2020. 4. 9.
‘버들피리(호드기)’의 계절 아이들 다 컸지만, 추억으로 만들어본 ‘버들피리’ 봄은 물가에 먼저 온다. 마지막 살얼음 아래로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냇물, 갯가에 핀 버들개지에 머무는 아직은 차가운 바람, 물가에서부터 파릇파릇 살아나는 풀잎들……. 당연히 시내 곁에 선 갯버들의 미끈한 줄기에도 물이 오른다. 그 물오른 갯버들 가지를 꺾어 만드는 게 버들피리다. 버들피리를 ‘호드기’라고 부르는 지방이 많은 듯한데, 우리 고향을 포함한 경상북도 남부지방에선 이를 ‘날라리’라고 불렀다. 봄철에 물오른 버드나무 가지의 껍질을 고루 비틀어 뽑은 껍질로 만든 피리다. 어릴 적, 봄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냇가에선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고, 산에서는 참꽃을 따서 먹으며 놀았다. 들과 산이 모두 아이들의 훌륭한 놀이터였던 시절이다. 버들피리 .. 2020. 4. 9.
이 그림 한 장이 보여주는 ‘역사’의 결정적 오류 [서평] 로잘린드 마일스 ‘세계 여성의 역사’... ‘지워진 절반’을 복원하다 “역사적 기록이 보여주는 대로 어떤 시대, 어떤 나라에서도 여성들이 극도의 성폭력, 즉 그들의 육체는 오직 남자와 관계할 때만, 남자의 쾌락을 위해서만, 자식을 낳기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주장으로부터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 제2부 여성의 몰락(204쪽) 중에서 최근 우리 사회를 달구고 있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일명 ‘n번방 사건’)은 ‘인터넷 및 통신 기술’(ICT)을 활용한 성범죄의 급속한 진화와 함께 성범죄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둔감을 날것으로 드러내 주었다. 이 사건 주범들의 왜곡된 성 의식은 로잘린드 마일스(Rosalind Miles)가 쓴 의 기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러나 굴절된 성 의식이 어찌 그들만의 것.. 2020. 4. 7.
“이 죽음은 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백혈병 희생에 부쳐 스물세 살의 여성 노동자가 죽었다.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박지연 씨다. 그이는 2004년 고등학교 3학년 때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해 품질 검사 그룹 검사과 1라인에서 일했다. 엑스선 기계를 이용한 특성검사와 화학약품을 이용한 실험검사가 그이가 맡은 업무였다. 그이는 지난 3월의 마지막 날 오전 10시 55분에 숨졌다. 그의 죽음은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스물셋 여성 노동자 박지연 씨 박지연 씨가 죽었다. 입사한 지 32개월째인 2007년 8월, 그이는 호흡곤란, 어지럼증, 구토, 하혈 등이 나타나 병원을 찾은 결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그녀는 4회에 걸친 항암치료에다 골수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2009년 9월, 백혈병 재발로.. 2020.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