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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풍경148

성주 성밖숲과 백년설 노래비 [성주] 성주읍 경산리 성밖숲의 왕버들(천연기념물)과 공원 입구의 백년설 노래비* pc에서는 이미지를 누르면 원본 크기(1000×667)로 볼 수 있음.수능 시험일에 아내와 함께 성주(星州)를 다녀왔다. 이날, 더는 감독관으로 나가지 않고 하루를 편하게 쉴 수 있게 된 것도 여러 해째다. 다 쌓인 밥그릇 덕택이다. 갈수록 희미해지는 기억력이나 수업 치르기가 힘에 부치는 신체적 퇴행에도 불구하고 높아진 본봉이나 이처럼 잡다한 가욋일에 동원되지 않아도 되는 건 나이 덕인 것이다.   조선시대에 조성된 비보림 성밖숲   월항면의 한개마을을 거쳐 성주읍 경산리의 ‘성밖숲’을 찾았다. 읍의 서쪽으로 흐르는 하천인 이천 가에 자리 잡은 유서 깊은 이 마을 숲은 1999년 4월에 천연기념물 제403호로 지정되었다... 2019. 3. 19.
[사진] 의성 화전리, 산수유 꽃그늘이 지키는 마을 2016년에 다시 화전리 숲실마을을 찾았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지난 26일부터 열리고 있는 ‘의성 산수유 축제’(4월 3일까지)에 다녀왔다. 에 실린 이웃 블로거의 기사를 읽다가 문득 나는 내가 언제든 길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는 걸 깨달았고 새로 시작되는 주일의 첫날에 길을 떠났던 것이다. '평일 나들이'의 소회 지난 월요일(3. 21.) 날씨는 화창했다. 기침이 낫지 않아 찬바람을 피해야 하는 아내 대신 나는 인근에 사는 친구 ‘미나리’에게 길동무를 청했다. 도중에 의성 탑리에 들렀다가 친구 ‘세한도’도 일행이 되었다. 남들은 노곤한 오후 수업에 여념이 없을 시간에 우리 세 퇴직자는 좀 심드렁한 모습으로 사곡면 화전리에 닿았다. 심드렁.. 2019. 3. 18.
봄, 매화, 권주(勸酒) 벗이 보내준 권주시 한 편, 그리고 매화*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여 원본(1000×667) 크기로 볼 수 있음.친구 박(朴)이 카톡으로 한시(漢詩) 한 수를 보내왔다. 제목은 권주(勸酒), 우무릉이라는 이가 쓴 시다. 뜬금없이 웬 권주냐고 되받으면서 시를 읽는데, 그 울림이 썩 괜찮다.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알아보니 우무릉(于武陵·810~?)은 당나라 때의 방랑 시인이다. ‘금굴치’는 손잡이가 달린, 금색을 칠한 잔이라고 한다. 그 한 잔 술을 권하면서 화자는 상대에게 사양하지 말아 달라고 한다. 예사로운 듯하지만, 뒤의 두 구절 뜻이 이래저래 밟힌다. 꽃필 때면 늘 비바람 거세고, 인생살이 이별도 많다……. 때마침 꽃이 피는 때다. 교정의 홍매화가 어저께 봉오릴 맺더니 어느새 연분홍 꽃잎을 열었다. 별.. 2019. 3. 17.
매화(梅花), 서둘러 오는 봄의 전령 동네 야산에서 만난 매화오늘 오전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인근 야산에서 매화를 만났다. 남도에서는 진작 핀 꽃이지만, 아직도 봄은 먼 경북 북부지역에선 ‘아직’이다. 야산 비탈길로 오르는 어귀, 오종종하게 서 있던 가느다란 매화나무 몇 그루에 잔뜩 물이 올랐다.   막 윤기가 흐르는 줄기에 다투어 벋은 가지에 꽃망울이 잔뜩 부풀었다. 그러나 아직은 거기까지다. 뿌리에 가까운 쪽에 한두 송이가 힘겹게, 그것도 꽃잎을 7부만 벌리고 있다. 벌은 아직 보이지 않고, 산등성이에서 상기도 한기를 품은 바람이 미끄러져 내려왔다.어이없게도 매화(梅花)를 나는 화투 그림을 통해서 먼저 알았다. 거의 직각으로 꺾인 가지 위에 꾀꼬리가 앉아 있는 2월 ‘매조(梅鳥)’로 말이다. 눈썰미가 없었던가, 아니면 주변에 매화가 드물.. 2019.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