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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다가오는 ‘봄 기척’을 엿보다

by 낮달2018 2023.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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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전자공장 대문간의 매화. 꽃눈이 바야흐로 벙글려 하고 있다.

격년으로 하는 10월의 건강 검진 결과를 나는 내 ‘건강 이력’의 위기로 받아들였다. 여러 지표는 그 전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공복혈당장애를 의심하게 한 혈당 수치가 문제였다. ‘100mg/dl 이하’라야 하는 공복 혈당 수치가 100을 상회한 것이었다. 단골 병원의 담당 의사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과일 등 당류의 섭취를 줄이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매일 걷기를 시작했다. 한 달이나 운동을 늦춘 것은 그간 무릎이 아파서 운동을 시작할 엄두를 못 내서였다. 12월 한 달 중 다른 일로 빼먹은 날은 나흘뿐이었고 1월엔 설날이 끼어 있었지만 빼먹은 날이 사흘에 그쳤다. 실외 활동이 어려운 날은 집에서 자전거를 한 시간씩 탔다. 그래서 84kg에 이르렀던 몸무게를 80.5kg까지 줄일 수 있었다.

 

매화와 산수유 꽃눈


봄, 여름, 가을에는 자주 사진기를 들고 산책길을 돌았지만, 황량한 겨울 풍경엔 그럴 일이 없다. 굳이 찍어야 할 풍경이 있으면 휴대전화로도 찍을 수 있어서다. 그러다가 2월 들면서 산수유와 목련 꽃눈을 찍으면서 처음 사진기를 꺼내 들었다. [관련 글 : 아직 멀리 있는 ]

▲ 산책길에서 만난 홍매화. 홍매화는 다른 매화보다 개화가 이른 듯하다.
▲ 우리 아파트 화단의 산수유. 꽃눈이 외피를 벗으면서 바야흐로 벙글고 있다.

아직 단단한 외피에 싸인 산수유는 완강하게 얼굴을 감추고 있었었다. 털로 감싸인 목련의 꽃눈도 거기서 꽃이 필 조짐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우정 ‘아직 멀리 있는 봄’이라고 쓴 거였다.

어제 산책길에서 돌아오면서 개나리, 매화, 산수유 등을 찍었었다. 개나리는 아직 꽃눈이라 할 만큼의 온기를 지니지 못했고, 길가의 매화도 막 자란 꽃눈이 간신히 눈을 뜨고 있었다. 동네 전자공장 대문간에 매화가 그나마 눈을 조금씩 뜨고 있었다.

 

목련의 꽃눈은 ‘아직’


아파트 화단의 산수유는 볕도 넉넉하게 내리쬐지 않는 곳인데도 외피를 조금씩 벗고 있었다. 조금만 더 벙글면(‘벙글다’는 “아직 피지 아니한 어린 꽃봉오리가 꽃을 피우기 위해 망울이 생기다”의 뜻) 꽃망울이 될 터이다. (꽃눈과 꽃망울의 경계가 어디쯤인지는 나도 모른다.)

▲ 아파트 화단, 산수유 곁의 백목련. 아직도 꽃눈이 벙글기는 힘겹다.
▲ 우리 동네 골목길 철제 울타리에 올라앉은 참새들. 웬일인지 사진기를 들이대도 꼼짝도 않아 주었다.

참새 떼와 동백 화분

 

산책길 내내 참새 떼를 자주 만난다. 이놈들은 잔뜩 무리 지어 길가 나뭇가지와 담벼락, 울타리에 내려앉았다가 사진기만 들이대면 귀신같이 날아오르곤 한다. 그런데 집 앞 골목길의 철제 울타리에 올라앉은 참새들은 웬일인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푸근하게 사진을 대여섯 장 찍었다.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렌즈에 잡힌 녀석들은 어쩌면 이 봄의 전령사일지도 모르겠다.

아, 그저께는 새로 문을 연 대형 원예유통점에서 동백꽃 화분 하나를 샀다. 꽃이 두 송이나 활짝 폈고, 꽃망울도 여러 개 달린 실한 놈이었다. 집에 가져왔더니 딸애가 너무 예뻐서 마치 생화 같다며 반색했다. 나는 무심히 샀는데, 사진을 찍으면서 보니, 내륙에서 흔히 보이는 겹 동백이다.

▲ 대형 꽃가게에 산 겹 동백 한 그루. 화려한 꽃송이가 두 개다.
▲ 제주도 카멜리아 힐의 홑 동백꽃. (2022.4.20.)

나는 남도의 섬이나 바닷가에 처절하게 피는 홑 동백꽃이 좋다. 아쉬워서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홑 동백도 농장에서 묘목을 팔고 있었다. 조만간 아내와 의논하여 홑 동백 한 그루를 들이려 한다. 아직 꽃이 피지 않은 묘목도 심어서 가꾸면 4월까지는 꽃이 핀다고 했다.

들이게 될 홑 동백이 언제쯤 꽃을 피울지는 알 수 없지만, 올봄은 얼마간 동백꽃으로 호사를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023. 2. 23.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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