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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풍경

[사진] 가을이 오는 길섶

by 낮달2018 2024. 9. 12.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가을은 곧 대세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봄빛 같지만, 이 역시 가을빛이다. 아파트 화단의 산수유 잎사귀가 가을을 맞고 있다.
▲ 아파트 현관 앞의 백목련의 잎사귀가 싱싱하다. 그 잎사귀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의 색조가 가을빛의 일부가 되고 있다.

가장 맹렬했던 여름이 물러가고 있다. 아직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가을은 곧 대세가 될 것이다.

 

지난여름은 “여름철 기온 1위, 열대야 일수 1위, 시간당 강수량 1위, 해수면 온도 1위” 등, ‘역대 최악’의 기록을 남기고 바야흐로 스러져 가고 있다. 이 유례없는 기록에도 불구하고 올여름이 ‘가장 시원했던 여름’으로 반추될 수 있다는 우울한 예측을 상처처럼 남긴 채.

 

물러갈 것 같지 않은 기세는 그러나 계절의 순환, 시간의 마법 앞에서 꼬리를 감추고 있는 형국이다. 한낮은 여전히 뜨겁지만, 전보다는 덜 습하고, 아침저녁과 밤에는 간간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그게 계절의 순환이 폭염을 내모는 조짐으로 여긴다.

 

지난 8월 내내 ‘틀어 젖힌’ 냉방기가 갖다 줄 묵직해진 전기요금만 빼면 어쨌든 가을이 온다는 것은 좋다. 기후 위기로 말미암아 농작물 흉작이나 다락같이 오른 채솟값 등을 빼면, 가을은 한결 지내기가 편안한 계절 아닌가 말이다.

▲ 내가 아는 꽃사과와는 모양 등에서 차이가 있어 알아보니 '애기사과'라고 하는데, 그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 동네 여러 집의 담장에서 석류도 익어가고 있다.
▲ 씨알 굵은 대추도 산책길 주변 여러 곳에서 잘 익어가고 있다.

지난해 맨발 걷기를 시작하면서 여러 해 동안, 거의 매일 걸었던 산책길과 멀어졌다. 산책길을 걸으면서 계절의 변화와 풀꽃의 성장을 확인하던 시간과도 멀어졌다. 맨발 걷기에 만족하지만, 가장 아쉽게 여기는 부분이 이쪽이다. 그나마 봄에는 꽃 소식을 확인하러, 가끔 옛길로 발걸음하긴 했다.

 

여름 들면서 일단 움직이면 힘드니까, 일부러 그 길을 찾지는 못했다. 두어 주일 전부터 맨발 걷기 하러 다니는 길에 나팔꽃이 피어나는 걸 보면서, 언제쯤 한번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차일피일하기만 했다. 어저께(10) 아침에야 샛강의 연꽃을 보러 갔다가 오면서 한 바퀴 돌았다.

▲ 나팔꽃의 계절인가. 동네 담장과 길섶, 그리고 철제 울타리 등에서 나팔꽃이 총총이 피어 있다.

나팔꽃은 골목길 담장과 길섶, 도로 펜스 등을 가리지 않고 피었고, 과일로는 대추와 석류가 한창이다. 그간 가문 대신 햇볕이 좋았는데도 볏논의 벼는 아직 추수하기에는 좀 일러 보였다. 찍은 사진을 한 장 한 장 들여다보면서 느끼는 것은 가을이 ‘불가역적’인 순환을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안 아우들과 함께한 벌초도 끝냈고 한가위도 멀지 않았다. 의료대란과 고물가, 불경기 등으로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한가위를 기다리면서, 모처럼 가족이 모두 모이는 날이 명절이라는 걸 새삼 느꺼워하고 있다.

▲ 꽈리를 닮은 풍선덩굴이 철제 울티리에 매달려 있다. 벌써 시든 놈도 있고, 이제 막 익은 놈도 있다.
▲ 아파트 담장 옆 북봉산 비탈에 주민들이 심은 돼지감자의 노란 꽃이 흐드러졌다.
▲ 아파트 화단의 아그배 나무에 아그배도 익어가고 있다.
▲ 분명 볏논인 듯한데, 벼는 보이지 않고 피만 무성하게 피어난 모습. 올해도 피는 여전히 들 곳곳에서 익어가고 있다.
▲ 익어가고 있는 볏논. 아직 추수하기에는 이르지만, 한가위를 쇠고 나면 곧 가을걷이가 시작될 것이다.

 

 

 

2024. 9. 13.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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