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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풍경

2025년 봄, 살구꽃과 하얀 목련

by 낮달2018 2025. 3. 30.

조금 늦어진 나의 ‘꽃 삼월’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아파트의 내가 사는 동 공동 현관 앞의 백목련이 꽃을 피웠다. 백목련의 잎은 마치 연꽃의 그것처럼 안온한 미색의 느낌이 있다.
▲ 1층 주차장 위에 조성된 어린이 놀이터 정원의 살구꽃, 올해는 살구가 익을 무렵을 미리 챙겨서 살구를 좀 수확할까 싶기도 하다.
▲ 매화와 달리 아래로 접힌 살구꽃의 꽃받침.
▲ 살구꽃은 매화에 비겨 꽃잎의 모습도 일정하지 않고, 꽃술도 규칙적이지 않다. 그런데도 단아한 느낌을 주는 것은 그 빛깔 때문이다.

꽃이 피기 시작하니 순식간이다. 며칠 전 시내를 벗어나 선산 쪽으로 가다가 화사하게 활짝 핀 꽃나무를 보고 후배가 벚꽃이냐고 물었었다. 나는 벚꽃은 아직 아니지, 대구라면 몰라도, 매화 아니냐고 되물었다. 매화라고 보기엔 훨씬 꽃이 풍성했지만, 시기로는 매화일 거로 본 거였다.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의 살구꽃

 

다음 날, 아침 집을 나서다가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 주변 정원에 화사하게 핀 꽃나무가 한눈에 들어왔다. 살구다. 지난해엔 꽃이 핀 걸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야 시드는 꽃을 구경해야 했던 꽃이다. 아, 맞다. 어제 후배와 본 그 꽃나무가 살구나무였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나는 무릎을 쳤다.

 

매화가 핀 다음에 살구가 피고, 그다음에 벚꽃이 핀다는 걸 알게 된 것은 해마다 꽃 3월을 보내면서다. 그런데 3월에, 4월 중순의 기온이 이어지면서 꽃들도 저마다 서둘러 피어버린 것이다. 그날 오후에 이웃 아파트 담장에서 벚나무가 하얗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피던 꽃이 주춤했지만, 주말엔 벚꽃도 절정을 이룰 수 있겠다 싶었다.

▲ 꽃잎이 매화보다 조금 커서일까. 매화에 비기면 꽃술이 좀 적은 느낌이다. 꽃받침은 전부 아래로 접혀 있다.
▲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려 하고 있는 백목련 꽃눈. 그 파스텔조의 색감이 따뜻하다.

같은 과라서 매화와 살구꽃은 구분이 잘되지 않을 만큼 닮았다. 꽃받침이 꽃잎을 싸고 있으면 매화, 꽃받침이 가지 쪽으로 접힌 것이 살구꽃이다. 꽃잎도 살구가 조금 더 커 보이고, 마치 콩나물 모양의 암술과 수술도 훨씬 크고 풍성하다. [관련 글 : 살구 이야기 - 살구꽃, ‘행림(杏林)’행화촌(杏花村)’]

 

어떤 때는 매화가 훨씬 아름답게 느껴지고, 또 어떤 때는 살구꽃이 더 마음에 와 감길 때가 있어서 내 심미안으로는 그 둘의 우열을 가릴 수 없다. 그런데 단순히 느낌일지도 모르겠으나, 만개 때의 모습은 매화가 살구꽃에 비겨 훨씬 뚜렷해 보인다. 살구꽃은 꽃잎의 끝부분을 오므리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매화와 살구꽃, 해마다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다

 

아파트의 내가 사는 동 앞에는 1층 주차장에 지붕을 덮고 거기 어린이 놀이터가 만들어 놓았다. 가운데가 놀이터고 나머지 가장자리가 정원인데, 그 오른쪽 뜰에 다섯 그루씩, 살구나무와 하얀 목련이 꽃을 피우고 있다. 예년이라면 아직 목련이 피기엔 이르지만, 올해는 단기간에 27도까지 오르는 날이 거듭되면서 목련도 좀 일찍 꽃을 피웠다.

 

나머지 부분에는 산수유, 모과나무, 전나무, 소나무 등의 나무가 새순을 드러내고 있다. 따로 정원 형식으로 나무를 심은 곳이 적으니, 이 놀이터 주변이 아이들에겐 소중한 곳이듯 가끔 16층 우리 집에서 이 정원을 내려다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곤 한다.

▲ 청초하고 단아하기로는 매화 못지 않은 살구꽃의 모습. 매화에 비겨 꽃술이 적은 점이 오히려 청초한 느낌을 배가한ㄷ.
▲ 오른쪽의 백목련과 어울려 피어 있는 놀이터의 살구꽃.날
▲ 놀이터의 백목련은 빛이 부족했던가,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려 하고 있다.
▲ 이제 '씨나락' 같은 모습을 벗은 산수유. 꽃술 머리에 안테나 같은 걸 달고 있다.
▲ 어린이 놀이터의 모과나무의 푸른 새잎. 올핸 모과나무꽃도 한번 기다려보기로 한다.
▲ 가수 양희은이 부른 대중가요 '하얀 목련'
▲ 공동 현관 앞의 활짝 핀 백목련. 무릇 모든 꽃이 그러하듯, 이들의 개화시기는 짧아서 아쉽다.

정갈한 하얀 목련, 그리고 산수유

 

나는 목련을 좋아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2년을 근무한 여학교 교무실 앞에는 자목련이 한 그루 서 있었다. 커다란 자줏빛 꽃잎도 그랬지만, 꽃이 지기 시작하면서 시드는 꽃잎을 흉물스럽다고 느끼면서부터 그랬다. 그런데 여기 와 살면서 나는 하얀 목련은 자목련과 달리, 순백의 꽃잎이 선사하는 느낌이 정갈했다. 하얀 목련은 내가 드나드는 공동 현관 앞 화단에 3그루, 놀이터 정원에 6~7그루, 아파트 후문 쪽의 담장을 겸한 숲에 또 여러 그루가 시방 하얀 꽃을 마치 선물처럼 매달고 서 있는 것이다.

 

화단의 산수유는 이제 활짝 피었는데, ‘씨나락’(박남준 시인) 같은 모습은 사라지고, 암술과 수술을 달고 머리에는 마치 안테나 같은 것을 단 꽃은 방사형으로 마치 왕관 같은 모습이 되었다. 꽃이 핀 자리에 열매가 맺히고, 익으면 빨갛게 되는 산수유가 달리는 것이다.

 

근처에는 아그배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 아파트의 어린 벚나무에도 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내일쯤에는 샛강 둘레길에 이어진 벚꽃의 행렬도 불을 켜기 시작했으리라. 해마다 샛강의 벚꽃 열차를 만나러 가는 게 연례행산데, 해마다 나는 카메라의 파인더를 들여다보며 ‘미쳤다, 이건’을 외치게 될 것이다.

 

 

2025. 3. 30.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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