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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풍경

2024 겨울에서 2025 봄까지

by 낮달2018 2025. 3. 3.

[사진] 눈과 산수유, 그리고 올 첫 참외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올해는 지난해보다 산수유가 늦다. 이제 겨우 꽃눈이 터진 산수유
▲ 아파트 화단의 백목련도 꽃눈도 틔우고 있으나, 꽃이 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언제부턴가 겨울에는 사진기를 들고 나들이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아니, 겨울에는 굳이 명승지를 찾지 않아서라고 해도 되겠다. 나이 들수록 겨울의 음습한 풍경에 마음이 가지 않았던 까닭이다. 가능하면 곱고, 따뜻하고, 편안한 풍경을 원하게 된 건 전적으로 나이 탓이다.

 

구미에는 비도 잦다고 할 수 없지만, 눈은 정말 드물다. 간간이 뿌리긴 해도 그게 다다. 좀 쌓였나 싶어서 나가면 영상의 기온에 다 녹아 버리고 말기 십상이다. 내 기억에 사진을 찍을 만한 강설은 구미로 옮겨온 2012년 3월의 눈밖에 없다.

 

그리고 13년짼데, 당연히 내 컴퓨터의 사진 폴더에는 눈 풍경이 거의 없다. 지난겨울은 그래도 적당히 추웠던 겨울로 기억하는데, 끝자락인 2월 중순께 구미에도 눈이 조금 쌓일 만큼 내렸다. 아파트 주변을 돌면서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그걸 다시 들어다보니 그나마 기념할 만한 풍경이었다.

▲ 지난 2월 12일, 모처럼 눈이 내려서 조금 쌓인 날, 아파트 주변을 돌며 찍은 사진들이다. 소나무와 주목 잎에 내려 언 눈이 낯설다.

2월 중순께 날씨가 따뜻하여 아파트 화단의 산수유가 지난해보다 빨리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니었다. 꽃샘추위 다음 날씨가 풀렸을 때인 2월 28일과 3월 23일에 각각 산수유를 찍었는데, 아직 제대로 꽃눈을 틔우지 못한 상태였다. 지난해는 2월 하순께 꽃눈이 터지기 시작했으니, 올해는 좀 더딘 셈이다. [관련 글 : , ‘너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2월 27일에는 올 첫 참외를 먹었다. 아내가 선산 오일장에 가더니 여섯 개를 만 원을 주고 사 왔다. 여름 과일로 수박보다 더 좋아하는 과일이 참외다. ‘성주참외’라는 스티커가 붙은 참외를 조금씩 아껴가며 먹고 있다. 아직 씨알이 작아서 오히려 더 당도가 높은 참외를 우적우적 씹으며 다가올 여름을 미리 당겨서 맛보는 것이다.

▲ 어제(3.2.) 찍은 아파트 화단의 산수유. 잠깐 내리 빗방울이 줄기와 꽃눈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 백목련 꽃눈.
▲ 2월 27일, 선산 오일장에서 사온 성주 참외. 작아도 당도가 꽤 높았다.

그리고 오늘, 밤에 눈이 좀 내렸다. 그리고 오전에 잠깐 눈발이 날렸다. 아파트 16층의 창문을 열고 북봉산 풍경을 담았다. 기세가 좀 기대할 만했는데, 금방 꼬리를 내리고, 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 천연덕스럽다. 온도가 꽤 떨어졌지만, 한겨울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 오늘(3.3.) 아침에 아파트 16층에서 내려다보고 찍은 북봉산. 점점이 떠 있는 건 눈이다.

어쨌든 이제 봄인 것이다. 영하의 꽃샘추위가 온다 해도 그건 잠깐, 3월의 햇살이 그 정도는 간단히 잠재운다고 봐야 한다. 올봄은 얼마나 누릴 수 있을까 하고 공연히 걱정하는 것은 기후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올 벚꽃 개화 시기는 작년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4월에 폭염이 올 수 있는 예보는 우울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정치적 비유는 조만간 있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심판 평결로 스러질 것이다. 아무리 극우가 창궐해도, 선량(選良)이라기보단 제 기득권 보전에 혈안이 되어 내란을 옹호함으로써 정치 모리배로 전락한 여당 의원들이 ‘위법, 위헌’의 선전과 선동을 일삼아도 상식적인 국민은 안다. 봄을 결국 그 모든 한파를 물리치고 오고야 말리라는 걸.

 

 

2025. 3. 3.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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