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 세상에 /여행, 그 떠남과 이름의 기록140 대청호 호변에 자리 잡은 민간 정원, ‘천상의 정원’ [사진] 충북 옥천군 군북면 방아실길 255(대정리 100-10) ‘수생식물학습원’*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옥천의 대청호 호숫가에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지난해 봄이었다. 6월에 문청(文靑) 시절의 후배들과 만나 거기 들르려고 했는데, 일정이 무산되면서 해를 넘겼다. 봄이 다 가기 전에 가봐야 할 텐데, 조바심을 내다가 어제 아내와 함께 길을 떠났다. 벼른 끝에 1년 만에 ‘천상의 정원’을 찾다 줄곧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왔는데도 좋이 1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옥천읍에 들러 점심을 먹고, 군북면의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려 ‘천상의 정원’으로 불리는 수생식물학습원(이하 학습원)에 닿은 게 12시 반이었다. 학습원은 제한된 인원만 .. 2024. 5. 18. 천년 선문(禪門) 종찰(宗刹) 봉암사(鳳巖寺)를 엿보다 연중 초파일만 문을 여는 선도량(禪道場) 희양산(曦陽山) 봉암사(鳳巖寺)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문경에는 봉암사가 있다”라는 진술은 단순한 사실 명제에 불과하지만, 거기에 담긴 함의는 적지 않다. 남북국시대 통일신라 시대에 창건한 봉암사는 1천2백 년 가까이 선도량(禪道場)의 지위를 지켜온 선찰(禪刹:선종禪宗의 절.=선사)로 1982년 조계종단이 특별 수도원으로 지정한 이래 일년내내 문을 닫고 초파일 하루만 문을 여는 절집인 까닭이다. 1천2백 년 선찰로 연중 단 한 차례만 산문을 여는 봉암사 봉암사가 유명한 것은 소장 문화재가 예사롭지 않은 유서 깊은 절집이어서가 아니다. 또 봉암사가 한국 선불교의 중흥을 이끈 ‘봉암 결사(結社)’가 이루.. 2024. 5. 15. ‘입춘’ 지나 설 쇠고 다시 찾은 덕유산 향적봉 무주(茂朱)와 설천(雪川), 그리고 구천동(九千洞)*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설날 연휴에 아이들이 나들이를 의논한 끝에 덕유산을 골랐다. 지난번 내가 다녀온 덕유산 설경을 기억한 아이들은 덕유산국립공원 누리집에서 실시간 시시티브이(CCTV)로 설천봉을 확인해 보더니 망설이지 않고 덕유산을 찍었다. 그러나 명절 연휴, 12일은 오전까지 예약이 차서 부득이 오후 2시 반 곤돌라를 예약했다. [관련 글 : 덕유산 향적봉의 눈꽃 행렬, ‘설경의 갈증’ 풀었다] ‘구천동’으로 유명한 무주 11시쯤 속이 많이 불편한 아내는 못 가겠다고 하여, 셋이 아들애의 승용차로 출발했다. 영상의 기온이라 가는 길은 쾌적했는데, 도계를 넘어 무주군으로 들어서자, 도로 주변.. 2024. 2. 14. [홋카이도 여행] <미스터 초밥왕>의 고향, 스시가 전부는 아니더라 [겨울 홋카이도 기행 ②] 오타루(小樽)와 비에이(美瑛)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북해도 여행의 둘째 날, 열시께 오타루를 향해 차를 몰았다. 삿포로에서 오타루로 가는 데엔 제이알(JR: Japan Railway)로도, 승용차로도 한 시간 남짓이다. 길가는 물론, 눈은 중앙분리대를 성큼 높였고, 도로 위에도 양탄자처럼 깔렸다. “아빠, 어깨 좀 봐. 아주 굳으셨어” 가속기와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으며 가는데 뒷좌석의 딸애 눈에도 잔뜩 긴장한 내 모습이 확연했던 모양이다. 3박 4일 동안 운전대를 잡았으나 나는 별로 힘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국내와 달리, 속도와 법규 위반을 단속하는 카메라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과속할 이유야 전혀 없었다. 그.. 2024. 2. 2. [홋카이도 여행] 삿포로에서 만난 최고의 끼니는 편의점 도시락 [겨울 홋카이도 기행 ①] 삿포로 가족여행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2014년 설 대목 밑 가족 여행지로 삿포로를 선택한 이유를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딸은 대만을 또 다른 선택지로 제시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삿포로를 짚었다. 꼭 삿포로가 아니어도 좋았다. 거기가 홋카이도(北海道)라면 아무래도 좋았으리라. 나는 아마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중편소설 을 떠올렸을 것이다. 가와바타의 을 찾아서 “지방의 경계에 있는 긴 터널을 빠져나가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진 듯했다. 신호소(信號所)에 기차가 멎었다.” 일본 근대문학의 명문장으로 꼽히는 의 첫머리다. 1968년 작가가 이 소설로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나는 초등학교 졸업반이.. 2024. 2. 1. ‘왕성과 해자’, 드러나는 1천 년 ‘왕경(王京)’의 모습 [새해 경주 나들이] ② 경주시 인왕동 신라의 궁성 유적 ‘월성’과 ‘해자’*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모임 다음날 찾은 월성과 해자 복직 교사 모임은 최부자 아카데미 생활관에서 묵고, 다음 날 시내 복요리집에서 조반을 들고 공식적으로 끝났다.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여, 경주에 사는 회원을 길잡이 삼아 반월성을 찾기로 했다. 경주시와 문화재청이 2018년부터 추진해 2022년에 마무리하여 재현된 ‘월성해자’를 둘러보기로 한 것이다. 경주 월성(月城)은 신라 궁궐이 있던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성곽과 그 안의 건물 유적들을 합쳐서 이르는 명칭이다. 성곽의 외형이 반달처럼 생겨 ‘반월성’ 혹은 ‘신월성(新月城)’이라고도 한다. 또 왕이 머문 성이어서 ‘재성.. 2024. 1. 16. 겸손과 포용의 미덕, 그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400년의 부를 지켰다 [새해 경주 나들이] ① 경주시 교촌안길 27-44 최부잣집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경주 최부자’ 얘기는 심심찮게 들어온 바 있지만, 가까이 살면서도 정작 그 ‘최부잣집(바로가기)’에는 가보지 못했다. 누구나 그렇듯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불국사, 석굴암을 찾으면서 나는 경주를 처음 만났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던 해 나는 경주와 가까운 소읍의 여학교에 임용되어 거기서 4년을 살았다. 그러나 승용차 따위는 엄두도 내지 못하던 시절, 내가 가족을 끌고 버스로 경주를 찾은 건 불국사와 보문단지의 한 테마공원에 한 차례씩 들른 게 다였다. 처음 들른 최 부잣집에서 확인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외진 시골 동네에서 자란지라, 흔히 ‘천석꾼’, ‘.. 2024. 1. 13. 덕유산 향적봉의 눈꽃 행렬, ‘설경의 갈증’ 풀었다 덕유산국립공원 향적봉 설경 나들이(2023. 12. 21.)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눈’이라고 하면, 우리 영남 사람들은 할 말이 별로 없다. 겨울이라고 해 봤자 싸락눈이 잠깐 흩날리다가 마는 게 고작인 지방에 사는 까닭이다. 그나마 경북은 형편이 낫지만, 경남이나 부산 같은 지역에선 아이들이 눈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자라기 쉽다고 한다. 영남 사람에게는 ‘눈의 갈증’이 있다 이는 엔간히 눈이 와도 교통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강원도 지방과 달리 영남, 특히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 눈이 조금만 쌓여도 이른바 ‘교통대란’이 벌어지는 이유다. 워낙 드문 일이니, 지자체가 따로 예산을 들여 제설 장비 등의 체제를 넉넉하게 꾸려 놓지 않아서 생기.. 2023. 12. 25. 가장 오래된 저수지, ‘의림지’는 ‘호수’로도 사랑받았다 [만추 여행] ② 삼한시대의 저수지 제천 의림지(義林池)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배론성지를 나와 바로 들른 곳이 의림지였다. 누구에게나 초등학교 때부터 제천 의림지는 김제의 벽골제, 밀양 수산제, 그리고 상주 공검지와 함께 삼한 시대에 축조된 4대 저수지라고 배웠던 기억이 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3대 저수지라 하면서 상주 공검지를 뺀 자료가 여럿이다. 삼한 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진 제천 의림지 이건 뭔가 싶어서 찾아보니 어떤 자료에는 ‘ 수산제’와 ‘공검지’가 빠지고 의림지와 벽골제가 충남 당진 합덕제(合德堤) 등과 함께 3대 고대 수리시설로 꼽힌다고 되어 있다. 이런 혼란은 결국 이들 저수지의 축조 연대가 명.. 2023. 11. 17. ‘간월재 억새’ 대신 제천 ‘배론성지의 단풍’ [만추 여행] ① 조선 후기의 천주교 성지, ‘경건’ 속에 만나는 눈부신 단풍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애당초 우리는 영남 알프스의 간월(看月)재로 억새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 간월재는 2013년 늦가을, 아내와 딸애와 함께 아무 준비도 없이 마실 가듯 나섰다가 허기로 탈진하여 오른 억새밭이다. 나무 하나 없이 억새 우거진 그 산등성이의 장관은 직전의 허기와 탈진을 말끔하게 잊게 해줄 만한 것이었다. [관련 글 : “아니 웬 알프스? 그래, 알프스 맞아!”] 간월재 억새 대신 만난 배론성지의 단풍 꼭 10년 만에 다시 간월재를 찾자고 했지만, 문제는 날씨였다. 가을 나들이를 함께하려고 귀향한 아들 녀석은 장관이더라며 대전 장태산 단풍을 추천했는.. 2023. 11. 12. 눈물로 희망을 꽃피우다(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달구벌 나들이] ⑨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대구광역시 중구 경상감영길 50)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하 희움 역사관)은 올 9월, 다시 대구 나들이를 시작할 때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한 곳이다. 언젠가 얼핏 ‘위안부’ 역사관 관련 기사를 본 듯해서 확인한 것이었는데, 스스로 ‘대구를 잘 안다’라고 여기는 자신의 수준이 여기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2015년, 경상감영길에 문을 연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잠깐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경상감영공원 근처니까 금방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대구근대역사관에서 나와서 카카오맵으로 찾아보니 동서남북 방향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경상감영길 주변이.. 2023. 10. 11. 눈여겨 들여다보면 ‘1세기 전 대구’가 보인다 [달구벌 나들이] ⑧ 조선식산은행 자리에 들어선 대구근대역사관(대구광역시 중구 경상감영길 67)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시골에서 자랐지만, 중학교부터 대학까지의 공부를 대구에서 마쳤으니 대구는, 유년기를 포함하여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에 견줄 만한 곳이다. 1980년대 초반에 대학을 졸업하면서 대구를 떠나 경상북도 여기저기를 떠돌게 되었지만, 여전히 내게 대구는 ‘잘 아는 만만한 곳’인 이유다. 이제 대구는 ‘잘 아는 만만한 도시’가 아니다 그러나 사실상, 1977년 입대하면서 비운 3년 남짓한 시간에 대구는 적잖이 변했고, 그 변화는 복학해 졸업할 때까지의 시간으로도 따라잡지 못했다. 그리고 교직으로 나가 경북 동부지방에서 북부지방을 그쳐 .. 2023. 10. 7. 이전 1 2 3 4 5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