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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세시 풍속·24절기 이야기33

‘단오(端午)’, 잊힌 명절 농경사회에서 근대 산업사회로 옮아가면서 잊히고 있는 명절6월 7일(2024년은 10일)은 잊힌 명절, 단오(端午)다. 나 역시 그랬듯 요즘 아이들은 ‘단오’가 명절이었다는 사실도 모른다. 삼국시대 이래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도 명절로 쇠었던 이 절일(節日)은 농경사회에서 근대 산업사회로의 변화와 함께 사람들에게서 시나브로 잊히어 가고 있다.  사실 단오라고 반색을 하긴 했지만, 내게도 세시 풍속으로서의 ‘단오’에 대한 기억은 실하지 않다. 글쎄, 유일하게 기억나는 게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마을 하천 곁에서 펼쳐진 씨름대회가 고작이다. 그리 넓지 않은 모래밭인데 여기저기 가마솥에서 고깃국이 끓고, 한편에선 씨름판이 벌어졌던 1960년대의 광경은 마치 꿈결같이 떠오른다.  그 씨름대회의 우승자는 황소.. 2024. 6. 10.
⑨ 망종(芒種), 남풍은 때맞추어 맥추(麥秋)를 재촉하고 여름의 세 번째 절기 ‘망종(芒種)’내일(6월 6일, 2024년도는 5일)은 망종(芒種)이다. 여름의 세 번째 절기이자, 24절기 가운데 9번째 절기로 소만(小滿)과 하지(夏至) 사이에 든다. 망종(芒種)의 망(芒)은 ‘까끄라기 망’자로, 벼처럼 까끄라기가 있는 곡물을, 종(種)은 씨앗을 말한다. 이 시기가 까끄라기 곡식의 종자를 뿌리기 적당한 계절이란 뜻이다. ‘발등에 오줌 쌀’ 만큼 바쁜 절기 이 시기의 농촌은 모내기와 보리 베기에 적당한 때다. 그래서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 ‘햇보리를 먹게 될 수 있다는 망종’이라는 말이 생겼다. 정학유의 5월령은 “오월이라 중하(中夏)되니 망종 하지 절기로다. / 남풍은 때맞추어 맥추(麥秋)를 재촉하니 / 보리밭 누.. 2024. 6. 5.
⑦ 입하(立夏), 나날이 녹음(綠陰)은 짙어지고 여름의 첫 번째 절기 입하(立夏)5월 6일(2025년은 5월 5일), 어린이날 대체 휴일은 ‘입하(立夏)’다. 24절기 중 7번째 절기이자 여름의 첫 번째 절기인 입하는 곡우(穀雨)와 소만(小滿) 사이에 들어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절후이다.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으로 맥량(麥凉), 맥추(麥秋)라고도 하며, ‘초여름’이란 뜻으로 맹하(孟夏), 초하(初夏), 괴하(槐夏), 유하(維夏)라고도 부른다. 입하는 봄도 완연히 무르익어 여름으로 옮아가는 시기다. 산과 들에는 나무와 숲의 연둣빛 신록(新綠)이 점차 짙어지고 묘판에는 볍씨의 싹이 터 모가 한창 자란다. 논에서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이어지고, 밭의 보리 이삭이 패기 시작할 시기다. 며칠 동안 서늘했던 날씨는 어저께부터 20도가 넘는 여름.. 2024. 5. 4.
입춘과 설을 지내고 입춘과 설 입춘(立春) 입춘은 지난 4일이었다. 올 입춘은 설날 연휴 코앞인 섣달 스무여드렛날에 들어서는 바람에 무심결에 지나가 버렸지만, 본디 입춘은 새해 처음 드는 절기다. 음력에서 정월은 봄이 시작되는 때이니 입춘은 봄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새해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입춘에 베풀어지는 민속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낯익은 것은 입춘첩(立春帖)이다. 입춘첩은 춘축(春祝)·입춘축(立春祝)이라고도 불리며, 각 가정에서 대문이나 대들보·천장 등에 좋은 뜻의 글귀를 써서 붙이는 것을 이른다. (학고재)을 넘기면서 몇 장의 입춘 관련 사진을 만난다. 한편으론 아련하면서 그것은 아득하기만 하다. 그것은 한때의 풍속이었을 뿐, 지금은 이미 시나브로 사라져가고 있는 풍경인 까닭이다. 방바닥에 지필묵을 단정하.. 2024. 2. 10.
사라져가는 것들…, ‘제석(除夕)’과 ‘수세(守歲)’ 음력 12월 30일, ‘제석(除夕)’과 ‘수세(守歲)’ 설 명절이 내일모렌데 이번 명절 대목은 어쩐지 쓸쓸하게 느껴진다. 구제역으로 몸살을 앓은 뒤 시장 경기도 예전 같지 않다는 소식 때문만은 아니다. 마을도 이웃도 없이 콘크리트 아파트에 갇혀 살아도 예전엔 명절이 가까워져 오면 무언가 들뜨고 달착지근한 활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올핸 지레 마음을 가라앉힌 탓인지 그런 활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내일 밤은 제석(除夕)이다. 살아생전에 어머니께서 고향 집에 밝히던 ‘수세(守歲)’의 불빛을 언뜻 떠올렸다. 음력 섣달 그믐날 밤에 집 안 구석구석에 등불을 밝히고 밤을 새우는 일이 수세, 세월을 지킨다는 뜻이다. 이날, 해가 떨어지면 어머니께선 집안 곳곳에 불을 밝히셨다. 어머니께선 들기름을 부은 접.. 2024. 2. 9.
⑰ 한로(寒露), 제비는 강남으로, 기러기는 북에서 오는 한로(寒露), 가을의 다섯 번째 절기 10월 8일(2024년도 같음)은 한로(寒露)다. 한로는 추분과 상강 사이에 드는, 24절기 중 열일곱 번째, 가을의 다섯 번째 절기다. 말 그대로 ‘찬 이슬’이 맺히는 시기다. 세시 명절인 중양절(重陽節, 음력 9월 9일, 양력으론 10월 13일)과 비슷한 시기지만 한로에는 특별한 민속 행사가 없다. 한시에, 한로를 전후하여 국화전을 지지고 국화주를 담그며, 머리에 수유를 꽂거나, 높은 데 올라가[등고(登高)] 고향을 바라본다든지 하는 내용이 자주 나타나는데, 이는 중양절의 민속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수유 열매를 머리에 꽂는 것은 잡귀를 쫓기 위함으로 이는 수유 열매가 벽사(辟邪)의 힘이 있는 붉은 자줏빛이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한로 15일간을 5일씩 끊어서.. 2023. 10. 8.
⑪ 소서(小暑), 장마와 함께 무더위가 시작되고 여름의 다섯 번째 절기 ‘소서(小暑)’ 7월 7일(2024년도는 6일)은 24절기 가운데 열한 번째, 여름의 5번째 해당하는 절기 소서(小暑)다. 하지(夏至)와 대서(大暑) 사이에 든 소서는 말 그대로 ‘작은 더위’다. 태양이 황경(黃經) 105도의 위치에 있는 소서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 중국에서는 소서 전후의 15일을 삼후(三侯)로 나누었다. 『고려사(高麗史)』의 기록에 소서는 6월의 절기로 초후(初候)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차후(次候)에는 귀뚜라미가 벽에서 살며, 말후(末候)에는 매가 새를 잡기 시작한다고 하였다. 물론 이는 중국 기후를 기준으로 한 서술이다. 소서 무렵은 여름 장마철이 되기 쉬워 습도가 높고 비가 많다. 모내기는 소서 전에 끝내는 게 원칙이다. 소서를 넘기면 .. 2023. 7. 7.
갑을병정, 자축인묘…, 간지는 과학이다 간지(干支), ‘미신’ 아닌 ‘과학적 전통’ 이다2010년 새해가 밝았다. 아침에 한 뭉치의 한겨레> 새해 특집호가 배달되었고, 텔레비전 채널마다 새해를 기리는 프로그램이 바쁘다. 무싯날처럼 심상하게 제야를 지냈고, 역시 여느 날처럼 새해 아침을 맞은 나는 아내와 잠깐 덕담을 나누는 거로 아침 인사를 나누었다.   2010년은 범의 해, 경인(庚寅)년이다. 해를 간지(干支)로 표기해 온 우리의 전통은 꽤 역사가 깊다. 간지는 ‘동양적 세계관에서 비롯한 것으로 우주 만물이 주역의 이치에 따라 순행함을 나타낸다.’ 일찍이 중국에서 들어온 간지는 한국 민족문화와 민간신앙의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으나 태양력의 도입과 함께 급격하게 쇠퇴했다.   ‘간지’는 미신 아닌, ‘과학적 전통’이다   한때 사람들은 자기.. 2019. 2. 4.
새로 ‘24절기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농경생활의 필수 도우미 ‘24절기’ 블로그에서 2012년 겨울부터 ‘24절기 이야기’를 썼다. 24편은 아니고, 소한과 대한, 우수와 경칩, 입동과 소설 따위를 묶는 방식으로 써서 모두 18편이었다. 상당수가 ‘기사’가 되어 에 실렸다. 티스토리로 옮겨와 이 묵은 글을 정리하다가 이를 새로 쓰기로 했다. 대여섯 해가 흘렀을 뿐인데, 어쩐지 쓰다만 듯한, 개운치 않은 느낌 때문이다. 읽는 이로선 그게 그거일지 모르지만, 그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는 변화는 굳이 말하자면 ‘성장’의 일부로 느껴지기도 하는, 좀 다른 경험이다. ‘농경’의 도우미, 24절기 입춘(立春), 경칩(驚蟄), 하지(夏至), 처서(處暑), 상강(霜降), 대설(大雪)……. ‘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기후의 표준점’()인 ‘절기(節.. 2019.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