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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세시 풍속·24절기 이야기

⑪ 소서(小暑), 장마와 함께 무더위가 시작되고

by 낮달2018 2023.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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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다섯 번째 절기 ‘소서(小暑)’

▲ 2019년의 24절기. 소서는 하지와 대서 사이에 든다.

7월 7일(2024년도는 6일)은 24절기 가운데 열한 번째, 여름의 5번째 해당하는 절기 소서(小暑)다. 하지(夏至)와 대서(大暑) 사이에 든 소서는 말 그대로 ‘작은 더위’다. 태양이 황경(黃經) 105도의 위치에 있는 소서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

 

중국에서는 소서 전후의 15일을 삼후(三侯)로 나누었다. 『고려사(高麗史)』의 기록에 소서는 6월의 절기로 초후(初候)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차후(次候)에는 귀뚜라미가 벽에서 살며, 말후(末候)에는 매가 새를 잡기 시작한다고 하였다. 물론 이는 중국 기후를 기준으로 한 서술이다.

 

소서 무렵은 여름 장마철이 되기 쉬워 습도가 높고 비가 많다. 모내기는 소서 전에 끝내는 게 원칙이다. 소서를 넘기면 남녀노소 모두가 힘을 합하여 모내기를 끝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소서가 넘으면 새 각시도 모 심는다.”, “소서 모는 지나가는 행인도 달려든다.”, “7월 늦모는 원님도 말에서 내려 심어주고 간다.” 등과 같은 속담이 만들어졌다.

 

소서 때쯤이면 하지 무렵에 모내기를 끝낸 모들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시기로, 농가에서는 소서 때 논매기를 했다. 논의 김을 매는 논매기는 모를 심은 후 호미나 기계로 두세 차례에 걸쳐 애벌 매기, 이듬 매기, 만물 매기를 했다.

 

장마와 논매기, 그러나 논매기는 사라졌다

 

논매기는 모내기 못지않은 힘든 노동, 사람들은 선창후요(先唱後謠)의 돌림 노래인 ‘논매기 노래’를 부르며 노동의 피로를 덜곤 했다. 연대와 작자를 알 수 없는 ‘논매기 노래’는 농민들의 애환과 삶의 희망, 농사의 기쁨과 보람, 민중의 낙천적 태도와 일에 대한 긍지를 담고 있는 노래다.

 

그러나 오늘날, 논매기는 어느덧 사라져버렸다. 제초제 치기로 논매기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모내기부터 수확까지 기계화되면서 논농사가 밭농사보다 더 쉬워졌다. 시골 노인들도 전화 한 통화면 모내기부터 타작에 이르는 일련의 공정을 기계에 맡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애호박의 풍미

 

이 무렵은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여서 과일과 채소가 많이 난다. 대체로 음력 6월은 농사철치고는 한가한 편이어서 밀가루 음식을 많이 해 먹는다. 채소류로는 호박, 생선류는 민어가 제철이다. 연녹색으로 익어가는 애호박이 풍미를 돋우는 때다.

▲ 우리 집 텃밭에서 수확한 애호박(위), 별로 살펴주지도 못하는데 호박은 저혼자 잘 자라고 있다.
▲ 한층 푸르러지는 볏논 가장자리에 도라지꽃이 피었다.
▲ 동네 어느 집 대문간에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꽃을 늘어뜨리고 있다.
▲ 2023 여름은 비가 많고 폭염이 잦을 것이라는 예보에다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말미암아 서민들의 여름나기가 걱정스러울 듯하다.

며칠 전부터 더위가 몰려오면서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다. 근년 들면서 평균 이상의 더위가 몰아치면서 ‘없는 사람’에겐 여름나기도 쉽지 않게 되었다. 폭염이 ‘특별재난’에 추가되고 ‘냉방기 사용’도 건강과 생명과 직결된 ‘기본적 복지’로 규정되기 시작했다.

 

무더위로 대두된 ‘에너지 기본권’

 

‘에너지 불평등’을 넘어 ‘에너지 기본권’ 보장이 사회적 의제가 된 것이다.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이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가 여름철 가구당 전기요금 부담이 폭염 때는 16%, 평년 기온일 경우엔 18% 덜어진다고 한다.

 

우리 집에서는 10년도 전에 들인 에어컨을 지난해에는 그 앞 10년 동안 쓴 전력량보다 더 많이 썼다. 겨울에 10만 원 넘게 난방비를 쓰는 것처럼 여름에도 그만한 비용을 들이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전기 쓰기를 주저하는 것은 서민들의 기본 정서인 듯싶다.

 

다음 절기인 대서(大暑)와 마찬가지로 소서와 대서는 일반에 널리 알려진 절기가 아니다. 24절기에 포함되지 않는 초복, 중복, 말복 등 삼복(三伏)에 비기면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소서를 지나면서 올 더위를 무난히 넘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다.

 

 

2019. 7. 6. 낮달

 

[()] 새로 ‘24절기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여름 절기

입하(立夏), 나날이 녹음(綠陰)은 짙어지고

소만(小滿), 밭에선 보리가 익어가고

망종(芒種), 남풍은 때맞추어 맥추(麥秋)를 재촉하고

하지(夏至) - 가장 긴 낮, 여름은 시나브로 깊어가고

염소 뿔도 녹이는더위, 대서(大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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