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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부음, 궂긴 소식들41

활동가 ‘고 이상윤’을 보내며 1961~2007.12.10 한 활동가가 죽었다. 불의의 사고다. 지난 10일 자정께 지인들과 술자리를 마친 귀갓길, 그는 횡단 보도를 건너고 있었고 한 음주 운전자가 그를 덮친 것이다. 내가 그의 죽음을 안 것은 이튿날 오후, 내가 고입 논술시험 채점을 하고 있을 때였다. 소식을 전해주던 동료 하나는 이틀 전 그를 만났을 때, 그가 내 안부를 물었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채점을 마치고 바로 의료원에 들렀다. 이미 지역의 지인들과 활동가들이 장례식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나는 그들 중 하나에게서 그를 치고 달아난 사고 운전자가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막역하게 마음을 나누어 온 사이가 아닌 한, 타인의 죽음 앞에 눈물을 흘리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식장을 짓누르고 있는 슬픔과 숨죽인 비탄 사이에.. 2020. 12. 14.
[근조] 리영희 선생님의 부음에 부쳐 1929 ~ 2010. 12. 5.리영희 선생께서 돌아가셨다. 며칠 전 정운현 선생의 블로그에서 문병 소식을 들으면서 병환이 매우 위중하다는 것을 알았는데 불과 며칠 새에 결국 세상을 버리신 것이다. 아침에 조반을 짓던 아내로부터 나는 선생의 부음을 들었다. “이영희 선생이 돌아가셨대.”“그래, 위중하시다더니 그만…….” 아침밥을 먹고 나서 인터넷에 들어갔더니 여기저기서 선생의 부음 관련 기사가 떠 있다. 많은 기사에서 선생을 ‘사상의 은사’라고 보도했던 프랑스 일간지 의 평가를 전하고 있다. 외국 언론의 평가지만 그것은 더하거나 뺄 필요가 없는, 선생의 삶과 사상이 이 나라의 젊은이들에게 끼친 가르침에 걸맞은 표현이다.나는 선생을 존경하고 선생의 저작을 통해서 눈과 생각이 트이기는 했지만, 그를 내 ‘.. 2020. 12. 5.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의 작가 이상운 떠나다 소설가 이상운 1959 ~2015. 11. 8. 오늘 아침 신문 ‘궂긴 소식’란에서 작가 이상운의 부음을 읽었다. 8일 새벽, 그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수능일이 며칠 남지 않은 3학년 교실에서 그 부음을 읽고 나는 잠깐 마음의 평정을 잃었다. 아, 나는 자습하는 아이들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나지막하게 신음을 흘렸던 것 같다. 소설을 읽지 않은 지 좋이 10년이 넘었다. 매체에서 작가라고 소개하는 이들을 적지 않게 만나지만 나는 그들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으므로 그냥 작간가 보다, 하고 만다. 이상운도 그런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소설 대신 그가 쓴 간병일기 를 읽었다. 그는 가까운 포항 출신이다. 1959년생이니 우리보다 몇 년 아래다. 그는 1997년에 장편소설 으로 대산 .. 2020. 11. 8.
‘직녀에게’의 시인, 문병란 떠나다 시인 문병란(1935~2015.9.25.)지난 25일, 문병란(文炳蘭, 1935~2015) 시인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0세.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군부 독재정권에 맞서 민중과 통일을 노래하는 참여시를 꾸준히 발표해 온 시인은 1962년 으로 등단했다. 시인은 조선대학교 교수,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5·18기념재단 이사,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공동의장 등을 지냈다. 문 시인은 1970년대 이후 ‘죽순밭에서’, ‘벼들의 속삭임’ 등을 발표하며 저항 의식을 바탕으로 한 민중문학을 선보였다. (인학사·1971)(창작과비평·1981), (풀빛·1984), (청사·1986) 등 시집 여러 권을 냈고, 전남문학상(1979), 요산문학상(1985)과 박인환 시문학상(2009) 등을 수상했다. 선 굵은 민중시의.. 2020. 9. 25.
소설가 최인호를 보내며 최인호(1945∼2013. 9. 25.) 소설가 최인호 씨가 세상을 떠났다 한다. 조금 전 새벽잠에서 깨어 뒤척이다 들여다본 스마트폰 뉴스를 통해서였다. 아내에게 그의 부음을 일러 주었더니 어젯밤에 진작 들었다는 무심한 답이 돌아왔다. 벌써 그렇게 된 거야? 한 70 되었을걸, 하고 대답하다가 그가 1945년생, 해방둥이, 우리 작은누나와 동갑이란 사실을 기억해 냈다. 1970년대 초반 고등학교에서 문예 동아리 활동으로 공연히 바쁘고 심각할 때다. 그의 신춘문예 당선작 (1967)와 꽤 반향을 일으켰던 ‘당선 소감’을 읽으면서 우리는 문학에 입문했다. ‘아이가 태어났다. 어머니는 , 그러나 어머니는 아이의 성장에 별 관심이 없다. 아이가 제대로 자라면 고마워할 뿐…….’ 이라는 요지의 수상 소감을 우리는.. 2020. 9. 25.
‘분단문학’의 거목, 작가 이호철 떠나다 ‘실향’ 소설가 이호철(1932~2016. 9. 18.))소설가 이호철(李浩哲,1932~2016)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뇌종양으로 투병하고 있던 작가는 지난 18일 오후 7시 32분에 서울의 한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고 한다. 1950년 한국전쟁 때 단신으로 월남했던 19살 청년은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남에서 눈을 감았다. 향년 85세. 단신 월남 19살 청년에서 분단문학의 거목으로 일주일이면 돌아갈 것으로 생각하고 삼팔선을 넘었던 작가는 결국 한반도 분단과 이산을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다. 고인은 1950년 인민군으로 징집되어 참전한 한국전쟁에서 포로가 됐다가 풀려난 뒤 이남에서 작가로 살아오면서 자신이 직접 겪은 전쟁과 이산의 아픔을 형상화해 왔다. 1955년 단편 ‘탈향(脫鄕)’이 에 추천.. 2020. 9. 18.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 돌아가다 의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Edward Albee, 1928~2016. 9. 16.) 지난 16일(현지 시간), 미국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Edward Albee, 1928~2016)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88세. 에드워드 올비는 유진 오닐(1888~1953), 테네시 윌리엄스(1911~1983), 아서 밀러(1915~2005)를 잇는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다. 의 에드워드 올비 올비는 최초의 단막극 가 독일(1959)과 오프브로드웨이(1960)에서 공연되어 성공을 거두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이래, (1967), (1975), (1994) 등으로 퓰리처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그가 남긴 30여 편의 희곡은 오늘의 미국 사회와 미국인이 안고 있는 소외·좌절·고독·허무와 절망적 삶의 모습을 다루.. 2020. 9. 16.
‘조국’의 시조 시인 정완영 선생 돌아가다 시조시인 정완영(1919~2016. 8. 27.) 오늘 새벽에 인터넷에서 시조 시인 정완영(1919~2016) 선생의 부음 기사를 읽었다. 기사는 지난 27일 오후 3시께 노환으로 별세한 선생을 ‘시조 문학의 큰 별’이라는 표현으로 기리고 있었다. 향년 98세. 초임 시절인 5차 교육과정 고교 국어 교과서에 그의 시 ‘조국’이 실려 있었으니 얼추 내가 그의 시를 가르친 것도 30년이 넘었다. 그러나 그게 다였던 것은 시조라는 갈래가 가진 한계 탓이다.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이 오래된 민족 정형시는 지금껏 살아남았지만 겨우 교과서에 실리는 것 정도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시 전문 텍스트로 읽기] 3장 6구 45자 안팎이라는 정형 안에 복잡다단한 현대인의 정서를 그려내는 것은 원천적으로 어려운 일일까. .. 2020. 8. 28.
두 부음에 부쳐- 목순옥과 이윤기 천상병 시인의 부인, 전통 찻집 ‘귀천’의 주인 목순옥(1935~2010. 8. 26.)한 여인이 세상을 떠났다. ‘목순옥’(1935~2010)이라고 하면 갸웃하다가도 천상병 시인의 부인이라면 모두가 머리를 끄덕일 것이다. 서울 인사동에 있다는 전통 찻집 ‘귀천’의 주인이다. 숱한 시인 묵객들의 명소가 되었다는 그 찻집을 나는 이름만 들었지 가보지 못했다.  천상병(1930~1993)의 시를, 그의 시 ‘귀천(歸天)’을 가르치면서 나는 가끔 그이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 주곤 했다. 1967년 동백림사건으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을 받아 폐인이 된 채 행려병자로 떠돌던 천상병 시인을 구한 이가 그이였다고.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그를 살려내고 그의 반려가 되었던 여인……. [시 전문 텍스트 보기]1935년.. 2020. 8. 27.
<닥터 지바고>의 오마 샤리프, 떠나다 영화배우 오마 샤리프(1932 ~ 2015. 7. 10.)오늘 새벽, 스마트폰 뉴스를 통해 이집트 출신의 영화배우 오마 샤리프(Omar Sharif, 1932~2015)의 부음을 읽었다. 알츠하이머로 투병해 왔던 그는 어제(7월 10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향년 83세. 그의 부음은 무심하게 받아들였지만, 그가 여든을 넘긴 노인이었다는 사실 앞에서 잠깐 망연했다. 중1 때 문화 교실로 본  내가 오마 샤리프를 만난 것은 1969년, 중학교 1학년 때 영화  ‘눈 덮인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혁명과 사랑’ 정도가 를 소개하는 카피가 될 수 있겠지만 정작 나는 그 영화의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관련 글 : 닥터 지바고>,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그리고 노벨문학상] 장엄한 배경과 낯선 .. 2020. 7. 10.
<서머타임 킬러>의 칼 말덴(Karl Malden) 지다 1912~2009.7.1. 오늘 아침 ‘궂긴 소식’은 미국의 원로 배우 칼 말덴(Karl Malden, 1912~2009)의 부음을 알린다. 향년 97세. 신문은 그가 ‘1950년대와 60년대를 풍미’한 배우였다고 전하지만, 나는 칼 말덴이 출연한 영화 몇 편으로만 그를 기억한다. 그가 출연한 작품 목록을 보면서 나는 아, 잠깐 탄성을 질렀다. 1970년대 흑백 TV 시절에 ‘주말의 명화’나 ‘명화극장’ 등에서 만났던 영화 나, 도 그의 출연작인데, 정작 말론 브랜도의 포스가 너무 강렬했는지, 거기서 칼 말덴을 보았는지 어땠는지는 기억에 없다. 도시의 중학교로 진학해서 ‘문화 교실’로 관람한 첫 영화가 이다. 샤이안 인디언들과 백인들의 싸움이 소재인 영화였는데, 정작 주연 배우 제임스 스튜어트보다 리처드.. 2020. 7. 1.
우리 시대의 부음, 떠도는 죽음들 개인적 슬픔과 불행 너머 ‘시대의 부음’들 에는 ‘궂긴 소식’이란 이름의 부음란이 있다. ‘궂기다’는 ‘(완곡하게) 윗사람이 죽다’(표준국어대사전)라고 하는 뜻의 우리말이다. 이 난에는 사회 저명 인사들의 죽음은 말할 것도 없고, 게재를 요청하는 일반인들의 부음도 실리는 것 같다. 숱한 죽음이 거기 실리지만 대부분은 나와 무관한 것들이다. 그나마 낯이나 귀에 익은 이름이면 아, 그이가 죽었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다. 나와 무관한 죽음이란 세상에 넘치고 넘친다. 망자를 알든 모르든 그 죽음은 숱한 죽음 가운데 하나일 뿐이지, 무슨 애달픔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8일 자 신문을 읽다가 나는 문득 한 작가의 부음을 읽었다. 소설가 임동헌 씨. 나는 등허리로 서늘하게 지나가는 전율을 희미하게 느꼈.. 2020.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