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부음, 궂긴 소식들41

[근조] 고문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시라 김근태 전 의원, 2011년 12월 30일 김근태 전 의원이 세상을 떠났다. 어제저녁 YTN에서 오보가 떴을 때 아내와 아이들이 숙연히 애도하는 걸 보면서 그가 남긴 자취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그렇다. 그는 풍운아였음에도 시대가 품어주지 못한 이다. 나는 그를 개인적으로 전혀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은 매체를 통해 알려진 그의 이미지에 그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의 모습에서 인간적 겸손과 진정성을 느끼곤 했다. 나는 그가 고통스럽게 지나온 7, 80년대의 민주화 투쟁과 무관하지만, 80년대의 끄트머리에서 교육 민주화 운동의 말석에 참여한 것을 통해 그에게 동지적 연대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지난 총선에서 그가 도봉구에서 낙선했을 때, 나는 내가 모욕받은 듯한 치욕을 느.. 2019. 12. 30.
어떤 부음(訃音), 한 세대의 순환 지난 토요일 오후에 시방도 고향을 지키고 있는 이웃 형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 선친과 지기였던 그의 부친이 별세했다는 기별이었다. 의례적인 위로의 말을 건네고 전화를 끊으면서, 그제야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벌써 20년이 지났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나서 비로소 이제 세상에 아버지 세대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3년 전, 어머니를 여의면서, 이제 아버지, 어머니의 동기간(同氣間)은 아무도 남지 않았다는 깨우침에 가슴이 아려왔던 기억을 희미하게 떠올렸다. 아버지는 2대 독자셨고, 누이가 두 분 계셨다. 따라서 아버지 동기간은 모두 여섯 분인 셈인데, 당신의 막내 누이, 그러니까 내 작은고모는 아들 하나만 남기고 일찍(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세상을 뜨셨다. 고모는 그때 30대 중반.. 2019. 11. 29.
흙, 혹은 나무로 돌아가기 장인어른 1주기에 어제는 장인어른의 1주기였다. 고인과 동기간인 처숙(妻叔)과 고모 두 분이 각각 부산과 대구에서 달려왔다. 어차피 각별한 슬픔 따위를 느끼기에는 모인 사람들이 산 세월이 만만찮았다. 처삼촌과 큰 처고모는 일흔이 넘었고, 작은 처고모도 올해 회갑이다. 간단한 추도회를 마치고 다리가 불편한 장모님을 뺀 일가가 마을 뒤의 선산에 올랐다. 올해 중학 2학년이 될 하나뿐인 친손자가 씩씩하게 앞장을 섰다. 고인에게는 무덤이 없다. 고인보다 몇 해 전 세상을 뜨신 어머님의 산소, 그 발치 아래 선, 키 큰 소나무 아래 당신의 뼛가루가 뿌려졌다. 한 해 동안 이 나지막한 산등성이를 지나간 눈과 비바람 가운데서 그것은 녹아 기쁘게 흙 속에 스며들었으리라.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에게 물었다. 장.. 2019. 11. 18.
배웅, 다시 한 세대의 순환 앞에서 장모 이상선 여사(1934~2015. 10. 17.) 장모님이 돌아가셨다. 지지난 토요일이다. 창졸간에 맞닥뜨린 당신의 죽음 앞에서 가족들은 당혹을 쉬 떨치지 못했다. 서럽게 통곡하는 아내를 달래면서 나는 뜻밖에 담담하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에 놀랐다. 나는 마치 미리 준비해 왔던 것처럼 그것을 받아들이고 장례의 전 과정을 챙겼다. 장모상을 치르며 맏사위 노릇 이전에, 이미 나는 내 부모님과 맏형님, 그리고 장인어른까지 가족들의 임종을 잇달아 겪어온 바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죽음을 아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걸 나는 진작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면서 깨우쳐 버린 것이다. 여러 개의 장례식장이 경쟁하면서 예전처럼 바가지 상술로 욕을 보는 일은 없어졌다. 병원 부속 .. 2019. 10. 29.
잘 가게, 친구 친구 고 장성녕 선생을 기리며장성녕이 죽었다. 지난 10일 아침에 나는 그의 부인으로부터 그 비보를 전해 들었다. 재수술했는데…, 결국 하늘나라로 갔다는 그녀의 목소리는 뜻밖에 담담했다. 느닷없는 소식에 나는 반쯤 얼이 빠졌고 전화기를 놓고서 잠깐 허둥댔다.   죽음에 대한 전언이란 원래 그런 것일까. 그것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들리지만, 그만큼의 사실적 무게로 사람들의 일상을 헝클어놓는다. 나는 그의 부음을 알리기 위해 몇 군데 전화를 건 다음, 이 죽음의 ‘비현실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가 숨진 병원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었다. 아, 그분요, 12일 출상입니다. 직원의 대답은 건조하고 ‘현실적’이었다.   그에게 이른바 ‘풍’이 온 건 몇 해 전이다. 입원 치료 후에 그는 반년간 휴직을 했고, 완전.. 2019.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