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 킬러>의 칼 말덴(Karl Malden) 지다

1912~2009.7.1.

▲ 칼 말덴 (Karl Malden) 과 그의 서명

▲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A Streetcar Named Desire, 1951)>

▲ <워터프론트(On the Waterfront, 1954)>

▲ <서머타임 킬러(Un Verano Para Matar / Summertime Killer), 1972>

오늘 아침 <한겨레> ‘궂긴 소식’은 미국의 원로 배우 칼 말덴(Karl Malden, 1912~2009)의 부음을 알린다. 향년 97세. 신문은 그가 ‘1950년대와 60년대를 풍미’한 배우였다고 전하지만, 나는 칼 말덴이 출연한 영화 몇 편으로만 그를 기억한다. 그가 출연한 작품 목록을 보면서 나는 아, 잠깐 탄성을 질렀다.

 

1970년대 흑백 TV 시절에 ‘주말의 명화’나 ‘명화극장’ 등에서 만났던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A Streetcar Named Desire, 1951)>나, <워터프론트 (On the Waterfront, 1954)>도 그의 출연작인데, 정작 말론 브랜도의 포스가 너무 강렬했는지, 거기서 칼 말덴을 보았는지 어땠는지는 기억에 없다.

 

도시의 중학교로 진학해서 ‘문화 교실’로 관람한 첫 영화가 <샤이안(Cheyenne Autumn, 1964)>이다. 샤이안 인디언들과 백인들의 싸움이 소재인 영화였는데, 정작 주연 배우 제임스 스튜어트보다 리처드 위드마크가 기억에 남는데, 거기서도 칼 말덴을 보았던 기억은 없다.

 

▲ <서머타임 킬러> 포스터

칼 말덴을 뚜렷하게 의식하고 본 영화로 <서머타임 킬러(Un Verano Para Matar Summertime Killer), 1972>가 있는데 정작 이 작품은 <씨네21>의 칼 말덴 영화목록(필모그라피)에도 나와 있지 않다.

 

<서머타임 킬러>는 로버트 미첨의 아들 크리스 미첨과 당시 <로미오와 줄리엣(1968)>으로 일약 세기의 연인으로 떠오른 올리비아 핫세가 주연한 영화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작품이었다.

 

영화는 ‘원수의 딸을 사랑하면서 아버지의 복수를 할 수 없는 한 청년의 사랑 이야기’다. 진부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두 청춘스타의 매력 덕분에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에서 칼 말덴은 주인공 크리스 미첨을 죽이러 온 살인청부업자로 등장한다.

 

프랑스 배우 장 가방을 떠올리는 특유의 뭉툭한 코, 꽉 다문 입술의 이 조연 배우는 묘한 존재감으로 영화의 격을 살려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냉혹한 살인청부업자는 두 연인의 사랑에 감복하여 그들을 탈출시키는데 이 장면은 사춘기 고교생을 감동시키기에 과부족이 없는 것이었다.

 

그가 출연한 영화로 기억하는 작품은 <패튼 대전차 군단 (Patton, 1970)>이다. 패튼 역의 조지 C. 스코트의 카리스마가 너무 강해서 그의 부하로 출연한 칼 말덴의 온화함이 더욱 돋보였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조연을 통해서 주연 배우는 물론 영화 전체를 새롭게 빚어내는 뛰어난 배우인 것이다.

▲ <패튼>에서

일부 영화에서의 악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그는 ‘도덕적 인물’을 연기했다고 한다. 전적으로 친근하고 신뢰감 가는 외모 덕분이다. 그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의 CF 주인공으로 21년 동안 활약한 것도 외모와 함께 그가 연기한 역할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광고

가난한 체코 이민자의 아들로 1912년 시카고에서 태어난 칼 말덴은 철강 노동자로 일하다 연기 공부를 시작했고 1937년에 처음으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섰다. 무대와 영화에 단역으로 전전하던 그는 젊은 연출가 엘리아 카잔 감독을 만남으로써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카잔의 두 작품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51)와 <워터프론트>(1954)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말덴은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워터프론트>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1938년에 결혼한 아내와 무려 71년 동안 해로했는데, 이는 2003년에 세상을 떠난 밥 호프의 69년 결혼 기록을 깨는 기록이라고 한다. 자신도 백수(99세)에 가까운 97세의 삶을 누린 데다 배우로서 만만치 않은 경력을 더했으니 그는 행복한 배우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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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말덴(Karl Malden) FILMOGRAPHY

 

1. 애프터 투 킬 (With Intent To Kill, 1984)… 토마스 역

2. 비욘드 포세이돈 어드벤쳐 (Beyond the Poseidon Adventure, 1979)

3. 사나운 유랑자들 (Wild Rovers, 1971)… 월터 벅맨 역

4. 꼬리 9개 고양이 (Il Gatto a nove code, 1971)… 프랑코 아르노 역

5. 패튼 대전차 군단 (Patton, 1970)… 오마르 브레들리 역

6. 신시내티 키드 (The Cincinnati Kid, 1965)

7. 샤이안 (Cheyenne Autumn, 1964)… 웨슬스 역

8. 올 폴 다운 (All Fall Down, 1962)… 랄프 윌라트 역

9. 서부 개척사 (How the West Was Won, 1962)

10. 버드맨 오브 알카트라즈 (Birdman of Alcatraz, 1962)… 하비 슈메이커 역

11. 애꾸눈 잭 (One-Eyed Jacks, 1961)… 대드 롱워스 보안관 역

12. 워터프론트 (On the Waterfront, 1954)… 배리 신부 역

13. 나는 고백한다 (I Confess, 1953)… 라루 역

14.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A Streetcar Named Desire, 1951)… 미치 역

15. 인도가 끝나는 곳 (Where the Sidewalk Ends, 1950)… 토마스 역

16. 건 파이터 (The Gunfighter, 1950)… 맥 역

17. 죽음의 키스 (Kiss of Death, 1947)

18. 부메랑! (Boomerang!, 1947)… 화이트 역 /<씨네 21>에서

 

 

2009. 7. 3. 낮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