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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가겨 찻집223

100일 간다는 온돌 ‘아자방’은 [아:짜방]이다 온돌 ‘아자방’의 발음은 [아:짜방]지난 7일 밤 케이블의 보도전문 채널 뉴스에서 경남 하동 지리산 칠불사에 있다는 ‘아자방(亞字房)’ 관련 뉴스를 시청했다. 기자가 [아자방]이라고 읽어서 나는 무언가 하고 귀를 쫑긋했는데, 화면에 잠깐 비친 그 선방의 편액 ‘亞字房’을 보고서야 그게 [아:짜방]의 오독임을 알았다.  천 년 전, 신라 효공왕 때 지었다는 이 선방은 방안 네 귀퉁이를 높게 만들어 그 모양이 한자 ‘버금 아(亞)’를 닮아 ‘아자방’으로 불린다. 한 번 불을 지피면 온기가 100일이나 이어졌다는 기록이 에 전하는데 최근 발굴·복원 작업으로 그 비결이 밝혀졌다는 기사다.  아자방이 온기를 오래 유지하는 것은 가마 형태의 대형 아궁이에 이중 구들을 사용해 불이 서서히 오래 타도록 하고, 한 번에.. 2020. 11. 11.
‘NEXT(넥스트)’로 써도 시청자는 ‘곧이어’로 읽어라? 텔레비전 화면에 로마자 쓰기, 방송이 잊은 것들텔레비전도 그냥 재미나게 보고 말면 좀 좋은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맞춤법에 어긋난 자막과 잘못된 발음 따위가 저절로 눈과 귀를 어지럽힌다. 블로그에 그런저런 사연을 끄적이다가 정색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은 텔레비전 화면에 ‘로마자’가 넘치기 시작하면서다. [관련 글 : 한겨레> ‘섹션’과 ‘뉴스룸’의 영자 타이틀 유감] 지금도 신문과 잡지 등에선 부득이하게 로마자를 표기해야 할 때는 한글로 쓰고 괄호 안에 알파벳을 함께 적는 방식을 쓴다. 신문 지면이 한글 전용으로 바뀌면서 독자의 이해를 도우려는 한자가 괄호 속으로 들어가 묶인 것과 같은 방식이다.  영어, 밀려난 한자의 자리를 대체한 걸까 신문 지면에 한글과 같이 섞여서 쓰이던 한자가 괄호 .. 2020. 11. 10.
‘만만하지’는 왜 ‘만만치’로 주는데 왜 ‘생각하지’는 ‘생각지’가 되나? [가겨찻집] - ‘-하다’에서 ‘-하’의 줄임에 관하여오늘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현관 승강기 옆에 놓아둔 구미시 시정 소식지 를 집어왔다. 가져와도 알뜰히 읽는 일이 드물어서 굳이 가져오지 않는 편인데, 오늘 그걸 집어든 것은 표지가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표지에 실린 사진은 국보 130호 구미 죽장리 오층석탑의 야경이다.  ‘짐작하게’를 줄이면 ‘짐작게’ 승강기를 타고 오르면서 표지를 넘기니, 뒷면은 해평면 금산리에 있는 상어굴 사진이다. 베틀산이라는 산에 커다란 상어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의 굴인데, 상어굴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베틀산이 아득한 옛날엔 산 아닌 바다였음을 짐작게 한다고 씌어 있다. 내가 눈을 번쩍 뜬 것은 베틀산 상어굴 때문이 아니라, ‘짐작하게’가 준 형태인 ‘짐작게’를.. 2020. 11. 5.
‘갈려고’가 아니라 ‘가려고’다 의도형 어미 ‘-려고’의 활용 오류 어미 ‘-려고’는 (받침 없는 동사 어간, ‘ㄹ’ 받침인 동사 어간 또는 어미 ‘-으시-’ 뒤에 붙어) ‘어떤 행동을 할 의도나 욕망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로 흔히 ‘의도형 어미’로 불린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용례는 다음과 같다. ¶ 내일은 일찍 일어나려고 한다.¶ 너는 여기서 살려고 생각했니?¶ 집을 마련하려고 저축을 한다.¶ 일찍 떠나려고 미리 준비를 해 두었다. 위 문제에서 답은 ‘②집에서 놀려고 친구들을 불렀다.’다. 역시 기본형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보기에 밑줄 친 동사들의 기본형은 각각 ‘①가다, ②놀다, ③주다, ④하다, ⑤쓰다’다. ‘②놀다’를 빼면 모두 받침이 없는 낱말이다. 따라서 거기다 어미를 붙이면 각각 ‘.. 2020. 11. 1.
‘셍종엉젱’과 ‘세종어제’ 여주보 구조물에 새긴  ‘훈민정음 언해본’ 표기 오류4대강 사업으로 한강에 건설한 여주보의 보 구조물에 새긴 ‘훈민정음 언해본’(언해본)의 표기 오류가 화제다. 얼마 전 일반에 개방된 여주보는 부근에 세종대왕릉이 있어 자격루(물시계)와 앙부일구(해시계) 조형물을 설치해 놓았는데 언해본을 새긴 구조물도 그런 기념물 가운데 하나다.훈민정음 언해본은 한문으로 된 에서 어제 서문과 예의(例義) 부분만을 한글로 풀이하여 간행한 책이다. 문제가 된 표기 오류는 이 세종이 지은 서문[어제 서문]의 첫 부분, ‘세종어제(世宗御制)’에서 나왔다. 옛이응, 쓸 자리엔 안 쓰고 안 쓸 자리엔 썼다 한자 ‘세종어제’를 당시의 표기로 쓰면 ‘솅종엉졩’으로 쓴다. 그런데 여기서 ‘엉’의 초성은 ‘옛이응’(꼭지 달린 이응)인데 꼭.. 2020. 10. 18.
“치료하실게요”라고요? “침 치료하실게요.”라고?요즘 한의원에 다니고 있다. 반년이 넘었는데도 낫지 않는 목과 어깨의 통증 때문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조금 찌뿌둥한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뻣뻣해진 목을 움직이면 미세한 통증이 오곤 한다. 정형외과에서 방사선 사진을 찍었더니 의사가 목 디스크 기운이 있다더니 그게 빈말은 아니었던 게다. 젊은 의사가 놓는 침이 듣는 것 같아서 그간 세 번에 걸쳐 치료를 받았다. 찜질과 전기 치료, 침에 부항까지 시술받고 나면 몸이 좀 가뿐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집에서도 멀지 않아 얼마간 더 다녀볼까 생각 중이다. 이 병원에서는 간호사는 물론이고 젊은 한의사도 말끝에 ‘~하실게요’를 붙이는 독특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어쩌다 그랬으면 무심히 넘어갔을 텐데, 이들은 자주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들이.. 2020. 10. 16.
“○○ brand family sail 때 get한 item이에요.” 영어 남발, 도를 넘었다“미국 ○○백화점에서 운 좋게 겟한 아이랍니다.” 오늘 아침 김은형 기자의 글[오늘은 뭘 ‘겟’했나요]에 인용된 문장이다. 시류를 잘 알고 있는 독자들은 벌써 여기 쓰인 ‘겟’이 영자 ‘get’이라는 걸 눈치채고도 남겠다. 우리말로 옮기면 볼 것 없이 ‘얻다’이다. 우리말로 써도 두 음절에 불과하니 특별히 영자로 쓰는 게 경제적이지도 않다. 그런데도 굳이 그렇게 쓰는 것은 무슨 멋인가. 두어 해 전에 나는 “슬림(slim)하고 샴푸(shampoo)하다?”라는 글을 통해 우리말 접미사 ‘-하다’와 로마자가 ‘이종교배’한 사례를 든 적이 있다. 영자와 결합한 접미사 ‘-하다’는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드라이(dry)하다’, ‘패스(pass)하다’, ‘데이트(date)하다’는 이미.. 2020. 10. 11.
이제 자치법규에서도 ‘사리(砂利)’는 ‘자갈’로 자치법규에 남은 일본식 한자어 23개 일괄정비 행정안전부는 지난 8일, 한글날을 맞아 자치법규에 남아있는 일본식 한자어 23개를 정비한다고 밝혔다. ‘자치법규’에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일본식 한자어를 정비함으로써 행정 용어에서 바람직한 표준어 사용을 확대하고 국민이 자치법규 용어를 이해하기 쉽도록 개선하자는 차원’에서다. 자치법규는 자치단체에서 제정하는 조례와 규칙인 자치법규에는 아직도 구태의연한 일본식 한자어가 그대로 쓰이고 있는데 이를 일괄정비 한다는 것이다. 일괄정비란 관련성 있는 자치법규를 함께 개정하는 입법기술로, 개별 자치법규를 일일이 개정하지 않고 ‘일괄개정 조례(규칙)안’을 만들어 본칙에서 쉽게 개정하는 방법이다. 이에 따라, 여러 자치법규에서 쓰이는 ‘사리(砂利)’는 ‘자갈’, ‘구배(勾.. 2020. 10. 10.
[574돌 한글날] 한글 ‘11,172’ 자 조합형 한글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글자 11,172자지금은 옛이야기가 된 셈이지만, 한때는 완성형이니 조합형이니 하는 ‘한글 코드’ 얘기가 심심찮았다. 컴퓨터의 한글 코드를 이르는 말이지만, 정작 그 뜻을 제대로 새기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한글 코드’란 쉽게 말하면 컴퓨터를 통한 ‘한글 구현 방식’이다. 한글 코드는 조합형, 완성형, 확장 완성형, 유니코드(Unicode) 등으로 나뉜다. 완성형, 조합형 논란도 옛이야기 컴퓨터의 메커니즘은 0과 1로 작동한다. 따라서 문자를 표시하기 위해서는 문자마다 일련의 숫자를 할당하여 구분해야 하는데 이를 ‘문자 코드’라 한다. 조합형은 모든 자모(ㄱ, ㄴ, ㅏ, ㅗ…….)에다 숫자를 할당하여 이를 불러와 한글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반면에 완성형은 이미 만들어.. 2020. 10. 9.
‘수입산’도 ‘해독약’도 없다…<표준국어대사전>의 배신 [서평] 한글날에 읽어보는 박일환의 570돌 한글날이다. 때를 맞아 신문, 방송 등 매체들은 저마다 심각하게 ‘한글’을 소환한다. 한 해 내내 무심히 잊고 지내다가 문득 그 존재를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매체마다 ‘한글’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해지는 것이다. 새삼 한글의 가치를 확인하고, 잘못 쓰이고 있는 말글을 돌아보고, 우리말 상식과 맞춤법도 불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한글날 주간을 즈음하여야 관련 기사를 쏟아내는 이런 보도 형태는 결국 평소에 한글이 받아온 나라 글자의 지위에 걸맞지 않은 홀대를 반증할 뿐이다. 새삼 과학성과 합리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고의 문자’라고 강변해 보았자 영어에 밀리고 치이는 현실에서 그 울림은 공허할 뿐이다. 국어사전을 잘 이용하지 않는 것도 그런 현실에서 비롯.. 2020. 10. 9.
지구촌 시대? ‘한글이 보이지 않는다’ 한글 없는 565돌 한글날…영어 없이는 못 사는 지자체와 정부 부처 565돌 한글날(10월 9일)을 맞는다. 한글날은 2005년 우여곡절 끝에 ‘국경일’의 지위를 회복했지만, 여전히 공휴일과는 거리가 먼 날인데 올해는 공교롭게도 일요일과 겹친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더니 이날은 ‘찬 이슬이 맺힌다’라는 ‘한로(寒露)’다. 한글날을 즈음한 우리의 대응은 여느 해와 다르지 않다. 예년처럼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글 주간(10.3.~10.9.)을 정하고 한글날 누리집을 열었다. 565돌 한글날, 한글 주간 주제는 ‘한글로 통하다’이다. “한글로 세계를 향하고 한글로 하나가 되며, 한글로 함께하는 사회 우리는 한글로 통합니다.” 누리집에는 ‘유네스코 세종대왕상 초청 행사’를 비롯하여 전시.. 2020. 10. 9.
[한글날 관련 글 모음] 562돌부터 569돌까지 [569돌 한글날] ‘가짜’가 ‘진짜’처럼 쓰이는 것에 “다름 아니다”?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는 각각 시청자들의 바른 언어생활을 이끌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고 있다. ‘바른 말 고운 말’(KBS)과 ‘우리말 나들이’(MBC)가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모두 아나운서가 진행한다. 그러나 양 방송사가 이런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과 정작 아나운서들이 쓰는 언어는 별개의 것이다. 바른말·고운 말, 구호와 실제 사이 일간지마다 제각각 이런 말글 관련 꼭지를 하나씩 두고 있는 것이 지면에 쓰이는 언어가 모범적이라는 증거가 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쪽에선 바른 말글 생활을 강조한다고 해도 정작 그것을 기사나 방송에서 실현하는 건 절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한글날이다. 신문과 방송은 저마.. 2020.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