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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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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걷기] ③ 목표는 맨발 걷기를 이어가며 ‘겨울나기’

by 낮달2018 2023.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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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도 맨발 걷기 황톳길이 생겼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내가 맨발 걷기를 시작한 우리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 이틀 간 보강 공사로 황토를 새로 깔고 해서 한결 나아졌다.
▲ 구미시에서 새로 조성한 지산동 샛강생태공원의 황톳길. 길과 세족 시설은 좋으나 길이가 너무 짧은 150m에 그치는 게 흠이다.
▲ 내가 단연 최고로 치는 가산수피아의 황톳길. 숲속에 난 두툼한 황톳길에다 길이도 1, 3km 두 개 코스다. 멀고, 입장료가 있는 게 단점.

바야흐로 ‘맨발 걷기’는 전국에서 가히 열풍 수준인 듯하다. 유행 따위에 잘 휩쓸리지 않는 편인 나도 맨발 걷기를 시작한 지 어느새 석 달이 가까워졌으니 말이다. 물론 내가 맨발 걷기에 열심인 것은 그게 내 몸에 적지 않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느껴서다.[관련 글 : 맨발 걷기’, 혹은 접지(earthing)’를 시작하다]

 

일시적 몸의 변화에 섣불리 환호하거나 일희일비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건 안다. 적어도 어떤 증상이 유의미한 변화로 인정받으려면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한다. 내가 서둘러 ‘좋다, 나쁘다’를 말하길 조심스러워하면서 ‘일단’이라는 단서를 붙이는 이유다.

 

하루 한 시간 정도의 맨발 걷기를 시작한 지 1주일이 안 돼 양 손가락이 관절이 뻣뻣해지는 걸 겪었는데, 처음엔 그게 맨발로 걸어서 나타난 현상임을 깨닫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뻣뻣해진 관절이 풀리면서 손가락 연골이 닳아서 수시로 찾아오던 통증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관련 글 : 손가락 관절 통증이 가시고 있다]

 

맨발 걷기의 혈류 개선 효과는 분명하다

 

그런 변화가 일어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나는 그게 접지와 지압 효과로 말미암아 혈류가 개선되어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굳이 전문 지식이 없어도 오랫동안 신발 안에 갇혀 있던 발바닥의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면서 팔이 저린 현상도 사라졌다.

 

소변보는 횟수가 줄고 절박뇨가 없어졌다고 생각할 때만 해도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믿었다. 그러나 두 달이 가까워지면서 나는 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개선된다고 믿었던 변화가 갑자기 애매해지면서, 예전과 같은 현상이 다시 되풀이되었기 때문이다.

 

전립선 쪽이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지는 느낌이 있었고, 왼손은 괜찮은데 오른 손아귀 쪽에 통증이 일어났다. 벌초 가서 예초기를 다루면서 오른손에 무리가 갔다고 하더라도 관절의 통증은 또 다른 것이었다. 팔 저림도 예전처럼 명료하진 않아도 둔감하게 느껴지는 때가 가끔 있었다.

▲ 초등학교의 보강 공사 전에 운동장에 부려놓은 황토와 마사토.
▲ 새로 황토를 깔면서 울퉁불퉁했던 길이 평탄해졌다.

나는 맨발 걷기를 무슨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게 어떤 증상의 사람에게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는 보고를 의심하지는 않지만, 그런 변화가 모든 이들에게 같은 강도와 속도로 일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생각해서다. 나는 여느 사람보다 다소 예민하게 이 변화를 느끼는 편이지만, 어떤 사람에게 그것은 매우 천천히 그리고 둔감하게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맨발 걷기는 치료법 아닌 건강 관리 운동법

 

맨발 걷기는 치료법이라기보다는 접지로 이루어지는 항산화 작용과 함께 지압 효과로 예방하고, 어떤 증상을 없애거나 완화하는 효과를 거두는 운동법에 가깝다. 맨발로 걸어서 이루어진 몸의 변화는 맨발 걷기를 계속함으로써 유지할 수 있을 뿐, 그만두면 이내 원상태로 돌아간다는 보고가 이어지는 이유다.

 

나는 맨발 걷기가 혈류의 개선, 또는 혈액의 순환으로 몸의 상태를 개선하고 통증을 완화해 주는 데 도움을 주는 운동의 방법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태가 그런 변화가 필수적으로 수반하는 안정화 단계를 거치기 위한 과정이라고 보고 실망하지 않고 걷기를 이어가는 것이다.

 

7월에 혈액검사로 몇 가지 지표를 확인하고, 지난주에 다시 혈액검사를 했다. 전립선 특이항원(PSA)의 결과로 내 믿음을 한번 확인해 볼 생각이다. 만약 지난 검사에서보다 수치가 내려간다면 걷기의 유용성을 증명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 달이 가까워지면서, 새벽에 초등학교 운동장에 나오는 이들의 숫자가 뚜렷하게 줄었다. 석 달 전부터 나오는 이들은 손가락 꼽을 정도다. 온도가 떨어지면서 맨발로 걷기가 쉽지 않아졌다. 나는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은 아침 대신 저녁에 걷는 방식으로 운동시간을 조절해서 걷기를 이어가고 있다.

▲ 샛강생태공원의 황톳길 시작하는 곳의 안내 펼침막. 뒤쪽은 관리사무소다.
▲ 샛강생태공원의 황톳길 입구. 마사토를 깔았다.
▲ 샛강생태공원의 황톳길 시작점의 세족시설과 신발보관함. 앉아서 먼지를 털고 발을 씻을 수 있는 시설은 좋다.
▲  ▲ 샛강생태공원의 황톳길  끝에 있는 황토볼을 담은 발 마사지 시설. 오른쪽은 굵은 볼, 왼쪽은 가는 볼이다.

9월 초순에 나는 지산동 샛강생태공원에 맨발 걷기 길을 조성해 달라는 민원을 구미시청에 냈다. 내가 민원을 내기 전에 이미 샛강에는 관련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는 걸 나중에 국민신문고의 응답으로 확인했다. 어제 처음으로 공사가 끝난 샛강생태공원에 다녀왔다.

 

추워지면 샛강 황톳길 이용해야 할 듯

 

둘레길을 도는 기존 산책로 어귀에 발 씻는 시설과 신발 보관함을 만들고, 150m 정도의 길을 황토로 조성했다. 황톳길이 끝나는 곳에는 황토 구슬(황토볼)을 담은 발 마사지 공간을 두었다. 황톳길은 갓 조성한 거여서 촉촉한 감촉이 좋았다. 그러나 길이 너무 짧은 건 유감이다. 내년도에 연장 계획이 있냐고 물었더니 관계자는 현재는 없다고 했다.

 

지금 이용하고 있는 초등학교의 걷기 시설은 그보다는 못하지만, 가까운 데다가 최근 학교에서 황토를 보강하는 듯의 공사를 하여 예전보다 한결 좋아졌다. 확인해 보니 시의 지원을 받아서 길을 조성했다는데, 단점은 학기 중에는 새벽이나 저녁에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한가윗날에 찾은 가산수피아의 황톳길은 단연 최고였다. 길이도 1km, 3km 두 개 코스가 있고, 두툼한 황토를 쌓은 길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이 황톳길은 어쩌다 한 번은 몰라도 너무 먼 데다 적지 않은 입장료가 든다는 점이 아쉽다. [관련 글 : 그 숲과 황톳길 - 칠곡의 테마공원 가산수피아]

 

구미시 외곽의 연악산 산림욕장에도 650m 황톳길이 조성되어 있다고 하는 데 아직 가보지 못했다. 비교적 시설은 좋으나 결정적으로 시내에서 가려면 4, 50분이 걸리는 점이 단점이다.  무엇보다 황톳길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 가산수피아의 숲길에 낸 황톳길. 비가 와서 진창이 된 황톳길을 사람들은 즐거이 지나다녔다.
▲ 무을면에 있는 연악산 산림욕장에도 꽤 시설이 좋은 황톳길이 있지만, 문제는 너무 멀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 미디어디펜스 사진

목표는 걷기를 이어가면서 겨울을 나는 것

 

가까운 초등학교가 가장 맞춤하지만, 날이 추워지면 어떤 방식으로 걷기를 계속할 것인지 고민 중이다. 물론 추위 때문에 걷기를 멈추지는 않을 것인데, 영하인 날씨에 걷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신 기온이 영상이면 낮에 따뜻해지는 시간에 샛강을 찾으면 될 듯하다. 학교가 방학에 들어가면 대낮에도 초등학교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맨발 걷기를 돕는 유튜브 영상도 적지 않게 보았는데, 접지 신발이나 매트 따위를 구매할 생각은 없다.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미심쩍지만, 그런 방식으로 이어가는 게 맨발 걷기 본래의 뜻과는 어긋난다고 생각해서다. 어쨌든 제일 마음이 가는 건 맨발 걷기 용 양말을 마련하는 것이다.

 

등산 양말의 바닥을 뚫거나, 무좀 환자들이 쓰는 발가락 양말을 사서 바닥에 구멍을 내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걷기를 계속하면서 이 운동의 리듬을 이어가는 것, 그게 이번 겨울나기의 목표다.

 

 

2023. 10. 1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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