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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져 가는 공영방송 <KBS>, 반복되는 ‘퇴행의 데자뷔’

by 낮달2018 2024.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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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과 <한겨레>가 전하는 <KBS> 근황

▲ 박민 사장 취임 뒤에 교체된 9시 뉴스 앵커와 폐지된 프로그램 '더 라이브'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에 관한 글을 쓸 때만 해도 현 정부가 공영방송의 ‘접수’(?)를 시작하지 않은 때였다. 제아무리 ‘살아 있는 권력’이라고 해도 최소한 절차적 정의를 지켜야 했으니, 정부가 미처 손을 쓰지 못한 상황이었였다. 잔뜩 뿔이 난 정부와 집권당이 이사회를 장악하지 않고도 KBS에 일격을 가할 수 있는 방책이 KBS의 안정적 돈줄을 죄어 버리는 ‘수신료’ 분리 징수였으니 권력은 그걸 ‘신의 한수’로 여겼을지 모르겠다.   
 
내가 “‘수신료’ 분리 징수, ‘땡윤 뉴스’를 얻는 대신 ‘공영방송’을 잃는다”라고 쓴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의 꼼수를 따른다고 해서 당장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신료는 시청 여부와는 상관 없이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요금이어서 내지 않으면 차곡차곡 쌓여서 가산금이 붙고 나중에는 압류 등 강제 처분될 수도 있었다. [관련 글 : 수신료분리 징수, ‘땡윤 뉴스를 얻는 대신 공영방송을 잃는다]
 
당정이 공영방송의 실제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분리 징수를 강행한 것은 “지상파를 무력화하더라도 대안으로 종편이 있기 때문”(CBS 권영철 대기자)이다. 권력은 방송사 하나 망가지는 것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가 더 중했고, 친정부, 친여 언론인 종합 편성 채널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두루 알다시피 정부는 법원이 제동을 건 MBC와 달리 전광석화처럼 KBS를 접수했다. 이동관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해서 박민을 사장으로 내려보냈고 속전속결로 KBS의 뉴스 진행자와 시사 프로그램 패널 등을 갈아 치우고, 시사 프로그램도 일거에 폐지했다.

▲ 미디어오늘의 KBS 관련 기사 제목(2024.1.3.)

그 결과는 좀 참담하다. <미디어오늘>은 KBS가 점점 ‘공영방송’과 멀어지고 있다고 전한다. “윤석열 대통령 비판은 지우고, 치적 부풀리기성 홍보는 늘린다. 노동인권 기획은 실종되고, 최초 여성 앵커 하차 후 성평등도 후퇴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장 교체 후 점점 망가지고 있는 KBS
 
KBS 뉴스9는 대통령의 행보를 홍보성으로 다루거나 치적을 부풀려 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윤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당시 정보성 리포트 외에도 윤 대통령 부부의 행사 참석 장면을 6분 가까이 중계하듯 보도한 것이다. 전국적인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가 불거졌을 때는, 뉴스 첫 꼭지부터 해당 사태를 집중해 보도한 주요 방송사들과 달리 KBS는 ‘나 홀로’ 대통령의 APEC 정상회담 참석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른바 ‘땡윤뉴스’가 시작된 것이다. [관련 기사 : 점점 공영방송과 멀어지는 KBS뉴스]
 
<한겨레>는 외부 칼럼으로 KBS 박민 사장을 직격했다. 자신을 ‘대규모 구조조정 전문가’라고 소개한 박민 사장은 국회에 나와 2024년 한국방송 인건비를 20%(1천억) 절감하겠다는 상상을 뛰어넘는 발언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시사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더 라이브’는 후속 프로그램도 없이 전격적으로 결방이 결정됐다.

프로그램 진행자와 제작진 교체 뒤 KBS 시청자와 유튜브 조회수는 급격히 줄었다고 한다. 한국방송 메인 뉴스 시청자 수는 1달 만에 월 204만 명에서 157만 명으로 50만 명이나 줄었다. 진행자를 대거 교체한 1라디오 유튜브 조회수는 11월 6~12일 534만 회에서 12월4~10일 141만 회로 무려 74%나 줄었다. 유튜브로 수십 억 원을 벌어들인 ‘알짜 프로그램’을 고스란히 내다버린 것이다.
 
최근 KBS는 배우 고 이선균 씨가 유흥업소 실장과 통화한 녹취록을 보도하면서 마약 복용이라는 혐의 내용과 거리가 먼 대목까지 선정적으로 다루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상업 채널이나 종편 등에서나 다룰 내용을 공영 KBS에서 거침없이 내보낸 것이다. 보도 준칙을 공공성에 두어온 KBS의 이 같은 모습은 가히 ‘일탈적’이다.

▲ 김준일 뉴스톱 대패는 KBS를 에두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2024.1.4.

한겨레의 칼럼에서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박민 사장이 이끄는 KBS를 에두르지 않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칼럼 마지막 문단은 사장을 ‘정권 낙하산’으로, 그의 전횡을 ‘칼질’로 규정하면서 그 피해가 시청자와 직원에게 미치고 있음을 지적한다.
 
결국 ‘정치논리’에 휘둘린 한국방송 이사회는 수신료 문제 해결 능력도, 수입 증대 비전도 없는 사람을 사장으로 앉혔다. 계획이라고는 ‘사람 자르기’와 ‘프로그램 없애기’뿐인 ‘정권 낙하산’이 공영방송 수장으로 온 뒤 모든 지표가 급전직하하고 있다. 박 사장은 본인이 예고한 대로 한국방송에 ‘칼질’을 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공영방송 시청자와 직원들이 받고 있다. 현 정권의 무능과 몰상식이 좀비 바이러스처럼 각계에 퍼지고 있다. [관련 기사 : KBS 칼질하러 온 박민 사장]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의 위상이 흔들리는 일은 이사회 구성권 등으로 집권 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현행 제도 탓이다. 지난 정부에서 이 제도를 바꿔내지 못한 민주당의 죄가 크다. 단독으로도 법을 개정할 수 있었던 민주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제도를 굳이 바꾸려고 하지 않았는데, 현재 상황은 그 ‘무책임’의 결과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방송 문제, 고스란히 되풀이되다
 
지금 KBS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상식적인 변화는 머지않아 MBC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모습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빚어진 방송계의 모습을 고스란히 닮았다. 낯설지 않은 장면들로 점철된 이 공영방송 퇴행의 기시감(데자뷔)은 씁쓸하다.
 
다음은 내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의 KBS 문제를 다룬 글들이다. 2008년과 2009년에 걸쳐 진행된 공영방송의 퇴행은 결국 2010년 KBS 현업 언론인들의 파업으로, 2011년 사장 퇴진 서명 운동 등으로 이어진 바 있었다.
 
[관련 글]
· 토사구팽, 개를 버리는 건 주인이 아니라 국민이다(2008)]
· 미디어 포커스’, 혹은 KBS(고봉순)의 운명?](2008)
 
· 70년대 보도 특집의 재림인가, KBS ‘시사기획 쌈](2009)
· 19세기 모니퇴르’, 그리고 ‘KBS’](2009)
 
· KBS 파업, 혹은 언론인들의 존재 증명](2010)
· 친일·독재 찬양방송 저지 비대위 ‘KBS 김인규 사장 퇴진 서명 운동](2011)
· <한국방송(KBS)> 뉴스로는 모래를 찾을 수 없다](2013)

▲ 우리나라의 대표 공영미디어 KBS의 통합사옥 ⓒ 나무위키

이명박 정부 시기만 해도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절차를 지키는 온건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매우 노골적으로 공영방송에 손을 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의 활약은 눈부시다.
 
최근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이 불거지면서 언론·시민단체와 방심위 노조는 류 위원장이 스스로 사퇴하거나, 정부가 해촉을 결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이들은 <뉴스타파> 인터뷰와 관련하여 민원을 제기한 60여 명 가운데 40여 명이 류 위원장 가족과 지인 등 사적 이해 관계자로 추정된다고 주장한다.
 
오늘 아침 MBC 라디오의 ‘시선 집중’에서는 KBS의 방송뉴스 책임자가 소속 기자들에게 “전두환의 호칭은 앞으로 ‘씨’가 아니라 ‘전 대통령’으로 통일해달라”고 일방적으로 공지한 사실을 다루었다. 보도에서 ‘한중일’도 ‘한일중’으로 쓰라고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공정성으로 포장하긴 했지만, 그게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이 보여준 역사인식과 이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입맛이 쓰다.
 
국회 통과 방송3법은 거부권으로 무산, 기회는 결국 총선으로
 
지난해 11월 9일, 1987년 방송법 제정 36년 만에 공영방송 정치 독립을 위한 법안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법률에도 없는 추천권을 행사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사장을 앉히던 구악의 고리를 끊었다”라고 평가한 이 법률은 그러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관련 기사 : 36년 만에공영방송 정치독립법이 탄생했다]
 
현 정부의 임기는 이제 3년 남짓 남았다. ‘거꾸로 매달려’ 견디기보다는 주권자들의 힘으로 오는 총선거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창출한다면, 거부권에 구애되지 않고 제도를 바꾸는 법률을 관철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언제나 그랬듯 주권자들의 힘이 우리 사회를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면서 씁쓸한 심사를 달래본다.
 
 

2024. 1. 5.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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