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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텃밭일기

[2023 텃밭 농사] ⑨ 마늘종 뽑기, 수확이 가까워지고 있다

by 낮달2018 2023.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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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늘은 잎마름병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무언가 병충해를 입은 것은 사실인 듯하다. 일단 수확때까지 기다려보아야 한다.

어린이날 연휴에 가족들 모두 서울 아들아이한테 가서 지냈다. 나흘이나 묵었는데, 그동안 아내는 마늘종을 뽑아주어야 하는데 하필 이때 집을 떠나서 어쩌냐며 안절부절못했다. 마늘종은 바로 뽑아주지 않으면 마늘이 굵어지는 데 지장을 준다는 농사 유튜버들의 가르침이 켕긴 것이다.
 
보통 ‘종’을 ‘쫑’이라고 된소리로 발음하는 마늘종은 마늘의 꽃줄기다. 연한 것은 쪄 먹거나 장아찌로 만들어 먹는데 한자로는 ‘산대(蒜薹)’라고 한다. 우리 지방에서는 ‘마늘 홰기’라고 했다. 마늘종이 나기 시작하면 바로 뽑아주어야 양분이 꽃대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믿어지지 않는 얘기인데, 제때 뽑아주지 않으면 꽃줄기에 마늘이 달리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하는 모양이다.
 
모처럼 연휴에 서울 나들이를 온 것은 몇 군데 명소를 들르려고 한 것인데, 사흘간이나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어 우리는 미술 전람회와 유명 쇼핑몰에 가 보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비가 넉넉하게 내려서 일부 가뭄이 심한 지역엔 단비가 되었고, 우리 텃밭도 오랜만에 흠씬 빗물을 빨아들였을 것이었다.

▲ 우리 지역에서 '홰기'라 부르는 마늘의 꽃줄기 '마늘종'
▲ 며칠간 내린 비로 고추 모종이 싱싱하게 살아났다. 잎이 검푸르러진 고추 모종은 안착한 거 같다.
▲ 열 번 물 주는 것보다 한번 제대로 비 오는 게 낫다고, 제대로 내린 비로 상추와 쑥갓도 웃자라 보기가 좋다.

8일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다음 날 새벽에 집을 나섰다. 마늘은 더 자란 것 같지 않았으나, 2/3가량 마늘 포기마다 마늘종이 솟아나 있었다. 제대로 자라지 못해 어린 포기는 아직이어서 눈에 보이는 것만 뽑았다. 십여 분쯤 뽑으니 마늘종이 두 손아귀로 잡아야 할 만큼 되었다.
 
영양제와, 마늘을 굵게 해준다는 약을 섞어서 쳤다. 뿌리가 얼마나 굵어질지는 빠르면 한 달 후에 수확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마늘 굵기는 이미 결정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수확 때까지 관리를 잘해 주는 것뿐일 수 있다.
 
마늘밭 가녘에 씨를 뿌려두었던 상추와 쑥갓은 며칠간 내린 비로 웃자라서 보기에 좋다. 아내는 푸성귀를 솎아서 다듬었다. 장독대 앞 밭에 심은 고추도 안착하여 잎 빛깔이 짙어지고, 어설퍼 보이던 오이, 토마토, 가지 등도 싱싱한 빛깔을 되찾았다.

▲ 고추 외에 두세 포기씩 심어놓은 가지, 오이, 호박, 토마토, 박도 제대로 뿌리를 내렸다.

연휴 기간에 강풍이 분다니 고추를 지지대에 묶어주어야 한다는 아내의 성화를 나는 바람에는 차라리 흔들리는 게 묶어두어 꺾이는 것보다 낫다고 달랬었는데, 역시나 고추는 쓰러진 포기가 하나도 없었다. 고추엔 진딧물 약을 쳐주어야 한다며 아내가 소형 분무기에 약을 탔으나, 물건이 고장인지 분무가 되지 않아 포기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10시가 겨웠다. 아내는 마늘종으로 식구들이 즐겨 먹는 ‘마늘종 무름’을 만들었다. 마늘종에 밀가루를 뿌려 쪄서 무친 것인데, 풋고추 무름, 가지 무름과 마찬가지로 내가 무척이나 즐겨 먹는 반찬이다. [관련 글 : ‘된장녀’도 콩잎 쌈에는 반해버릴걸!

▲ 밭에서 뽑은 마늘종. 이걸 제때 뽑아주어야 양분이 꽃대로 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한다.
▲ 마늘종 잘라서 밀가루를 뿌려서 쪘다. 이걸 양념으로 무치면 마늘종 무름이 된다.
▲ 고추 무름과 함께 내가 정말 즐겨 먹는 마늘종 무름. 아삭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저녁 밥상에는 보리를 넉넉하게 섞어 지은 보리밥과 잘 씻은 상추와 쑥갓, 그리고 된장찌개가 올랐다. 쪄서 양념으로 무친 마늘종 무름이 한 자리를 차지한 것은 물론이다. 아직 어린 상춧잎은 쌈 싸기엔 곤란하여 아내는 큰 양푼에 보리밥과 상추를 넣고, 된장을 퍼 얹은 데다가 고추장까지 곁들여 비볐다.
 
이제 겨우 79kg대까지 떨어뜨린 절식이 걸렸지만, 나는 한 반 공기쯤 밥을 더 먹었다. 이럴 때는 쌀뜨물로 끓인 숭늉이 제격이지만 그건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맛나게 마늘종 무름을 먹는 딸애에게 아내는 우리가 농사지은 마늘종이라고 말했는데, 나도 거기 한 마디 더 보태고 싶을 만큼 기분이 좋았다.
 
 

2023. 5. 11.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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