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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방제(5월 2일)
‘잎마름병’을 의심한 마늘의 증상을 가지고 농협 자재판매소에 가서 물어보니 확실하지 않다. 직원은 어딘가에 전화해 물어보고, 현장에 있던 농부도 거들었다. 잎 마름 말고도 뿌리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 증상도 보였는데, 원인 진단도 과습 때문이라는 의견과 가물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의견이 갈렸다. 그러나 어쨌든 생육 조건이 좋지 않아서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결국 관련 약제 두 개를 사 와 섞어서 마늘밭에 뿌렸다. 이래서 안 된다고 성화를 부리던 아내도 지쳤는지, 5월 한 달 안에 되든 안 되든 결판이 날 거라고 말했다. 그렇다. 수확이 6월이니 이번 한 달 안에 마지막 성장이 이루어질 거였다. 첫 마늘 농사, 결과는 하늘과 마늘의 자생력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고추·가지 등 파종(5월 1일)
4월 27일에 발에 들러 그간 묵혀두었던 장독대 앞 밭의 유채를 뽑아내고, 사 간 퇴비 두 포대를 뿌렸다. 그리고 5월 1일, 아포읍의 육묘장에 가서 고추 30포기, 가지·오이·토마토·호박·박 등을 각각 1~3포기 사 왔다. 검정 비닐로 멀칭 작업을 하고 바로 고추와 가지 등을 심었다. 올해는 가격은 비싼데 고추 키가 그리 크지 않았다.
지난해 고추 농사를 쉬고 다시 고추를 심기까지 우리는 좀 망설였다. 무엇보다도 거의 소꿉장난 수준의 농사인데도 병충해는 어김없이 찾아왔고, 그것과 싸우는 시간에 우리는 지쳤다기보다는 질렸기 때문이다. 농약을 치는 데 대한 자의식은 졸업할 수 있었던 건 우리가 둔감해진 탓일 것이다. 시장에 내다 팔 것도 아니고 우리 먹을 거니까, 하고 변명하지만 여러 차례 농약을 뿌려야 하는 상황이 마뜩하지는 않았으니까.
풋고추나 따 먹게 다섯 포기만 심을까, 그러지, 아니 달리 심은 게 있는 것도 아닌데 한 50포기 심을까……. 결국 30포기로 줄였지만, 다시 고추를 심기로 한 것이다. 거기에 청양고추 3포기, 그리고 가지, 오이, 토마토를 각각 3포기, 호박 1포기, 박 2포기…….
오이와 토마토는 자주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걸 모르지 않지만, 또 심었다. 텃밭을 처음 시작할 때 한두 해 심고 그만둔 이유였는데, 올해는 무슨 마음이 나서 그랬는지 내가 심어보자고 했다. 자주 들여다봐야지 했지만, 그게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까짓것, 여차하면 뽑아버리지 뭐. 텃밭 농사꾼의 배짱이다.
병충해 걱정 없이 기를 수 있는 작물은 마늘밭 한쪽에서 자라고 있는 상추와 쑥갓이 고작이다. 그리고 세 그루밖에 심지 않았지만, 여름내 그리고 가을까지도 우리 집 식탁을 풍요롭게 해줄 가지도 빼놓을 수 없다. 호박은 워낙 재미를 못 봐서(엄밀히 말하면 제대로 거두지 않아서이다) 1포기, 몇 개라도 열리면 아내가 재깍 박나물을 내오는 박은 장독대 아래 양지바른 곳에 심었다.
이튿날, 아내가 고추밭에 진딧물 약, 마늘도 약제를 뿌려야 한다고 성화를 부려서 농협에 가서 약제를 사고, 퇴비 두 포대를 더 샀다. 마늘밭에 약을 치고, 과립 형태로 된 약제를 고추 포기를 둘러싸고 뿌려주었다. 그러면 진딧물이 꾀지 않는다나. 주말에 큰비와 함께 태풍 소식도 있어서 이르지만 지지대까지 박아주었다.
아내가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동안 나는 앞산 기슭에 핀 찔레꽃을 보고 사진기를 들고 짐승들 못 내려오게 막아놓은 펜스를 넘어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찔레는 금방 피나 싶다가 이내 시들곤 하는 듯하여 올해는 때를 놓치지 않으려 날마다 사진기를 챙기고 집을 나선 보람이 있다.
개울 건너 옆집의 비닐하우스에는 참외가 한참 꽃을 피우고 있었다. 내가 참외를 좋아하니 아내는 참외가 좀 싸게 나오면 한 봉지씩 사 온다. 값이 더 내려가면 공판장에서 한 상자 사겠다고 벼르기도 한다. 이래저래 서방을 챙겨주는 건 마누라밖에 없다.
2023. 5. 3.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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