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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텃밭일기

[2023 텃밭 농사] ① 마늘 파종을 준비하다

by 낮달2018 2022.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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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이 아직 한참 남았는데, 2023년 농사라고 한 까닭은 이 농사가 시작은 2022년에 하지만, 수확은 2023년에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심는 마늘은 내년 6월 중순께가 되어야 수확할 수 있으니, 일반 한지형 마늘보다 수확 시기가 늦어진다. 처음 짓는 마늘 농사여서 제대로 자라서 잘 수확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

▲ 묵은 밭. 맨 앞 왼쪽은 부추, 저 뒤편 담쪽에는 대파. 그리고 중간에는 가지와 고추. 마늘을 심으려 이 밭을 정리하려 한다.

9월 19일, 고추와 가지 등 묵은 밭 정리

 

슬슬 내년도 마늘 농사를 준비할 때가 되었다. 마늘 농사를 짓자며 바로 이를 실행에 옮긴 아내를 따라 텃밭에 가서 묵은 고추와 가지 등을 뽑고, 잡초를 제거한 게 지난 19일이다. 우선 알루미늄 지지대를 뽑고, 쳐놓은 줄을 걷어낸 다음, 포기를 뽑는 건 그리 힘들지 않다.

 

그리고 주변에 돋아난 풀을 뽑았다. 처서가 지난 지도 오래된지라 자람을 멈춘 풀은 쉽게 제거되었다. 대파를 심어놓은 담 쪽 가장자리 이랑 하나, 그리고 집 쪽의 손바닥만 한 땅에 심은 부추는 남겼다. 얼마간 더 심어두고 필요하면 베거나 뽑아 먹을 요량이었다.

▲ 밭 정리가 끝난 밭. 부추와 대파만 살려두고 모두 뽑아내고, 잡초도 제거했다.
▲ 여름내 안 달린다고 욕 먹은 호박은 찬바람이 돌기 시작하자, 하나둘씩 달리기 시작하면서 우리 내외를 기쁘게 해 주었다. 옆에는 홍시.

뽑은 가지와 고추에 달린 성한 가지와 고추를 따고, 아내는 약도 안 친 거라며 고춧잎을 훑어 봉지에 담았다. 해마다 밭 정리를 할 때면, 병들어 쪼그라들고 상한 고추를 보면서 마음이 덜 좋다. 우리가 이러할진대, 농부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싶을 때마다 송구스러운 마음을 가누기 어렵다.

 

9월 20일, 퇴비 3포·펠릿형 퇴비 1포 시비(施肥)

 

아내는 파종이 늦었다며 다음 주에 파종하려면 미리 거름을 뿌리고 잘 섞어두어야 한다고 성화였다. 다음 날(20일)에 농협 자재 판매점에 가서 일반 퇴비 3포에, 펠릿형 퇴비 1포를 샀다. 퇴비는 가축 분뇨를 이용하여 생산된 퇴비인데 냄새가 심하게 난다. 거기 비하며 알갱이처럼 만든 펠릿형 퇴비는 냄새를 확 줄인 대신, 흙 속에 분해되는 속도가 느리다.

 

냄새가 난다고 해서 예전처럼 인분을 그대로 뿌리는 것과는 비길 수 없다. 우리나라의 농업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전체 발생량의 2.5%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가축의 장내 발효와 가축 분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농업 전체 발생량의 약 39%(국가 전체 발생량의 약 1%)를 차지한다.

▲ 퇴비와 함께 뿌린 칼슘유황비료.
▲ 일반 퇴비 3포에 알갱이 퇴비 1포를 뿌린 밭. 거뭇거뭇한 게 퇴비다.

화학비료의 사용으로 토양 속 탄소량은 점점 줄어들고 땅의 힘[지력(地力)]도 같이 약해지고 있는데 가축 분뇨로 생산한 퇴비는 토양의 힘을 키워 작물의 성장을 돕는다. 따라서, 환경오염원이 될 수도 있는 가축 분뇨는 자원을 재활용함으로써 친환경 농축산물 생산의 근간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4포의 퇴비는 열 평 남짓한 밭에 골고루 뿌렸다. 아내는 따로 화학비료 반 포도 같이 뿌려주었다. 퇴비는 냄새가 나긴 하지만, 그렇게 역하지는 않다. 익숙해지면 구수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9월 25일, 밭 일구어 퇴비 섞기

▲ 퇴비를 뿌려놓은 땅을 파 뒤집으면서 퇴비들이 흙 속에 제대로 섞이도록 하는 순서. 삽으로 작업하다 보니 한 시간 넘게 걸렸다.
▲ 아내가 땅을 고르고, 고랑을 타서 물까지 뿌려놓은 밭. 두 이랑에 멀칭 비닐을 깔고 마늘을 심을 예정이다.

닷새 뒤, 아내와 함께 다시 텃밭을 찾았다. 퇴비를 뿌려놓은 땅을 파 뒤집으면서 퇴비들이 흙 속에 제대로 섞이도록 하는 순서다. 관리기로 10분이면 할 수 있는 일인데, 나는 삽으로 땅을 파서 뒤집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뒤집은 흙덩이는 두드려 부수고, 이를 다시 고르는 작업을 하고 나오니, 아내가 다시 꼼꼼하게 만져서 이랑을 만들었다.

 

며칠 후, 거기다 멀칭 비닐을 깔고 마늘을 심으면 되는 것이다. 아내는 호스를 연결하여 물도 좀 주었다. 그리고 새 밭에 시금치 씨를 좀 뿌려 두자고 해서 지난번 고구마를 캐고 버려둔 이랑에 여기저기 남은 검은 비닐을 걷어내어서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 고구마를 캐고 덤불을 걷어낸 묵은 밭에 어지러운 검은 비닐을 걷어내고, 고랑을 타서 물을 뿌렸다.
▲ 거기에 골을 타고 시금치 씨를 뿌렸다. 겨우내 우리는 이 시금치를 캐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아내는 세 이랑 정도에 시금치를 뿌려 두었다. 아마 이번 겨울에 심심찮게 우리는 시금치를 캐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마당에 뻗어나간 호박 덩굴에서 애호박을 여러 개 땄다. 여름내 호박 안 달린다고 지청구를 먹은 호박은 찬바람이 돌자, 아주 부지런히 애호박을 달기 시작한 것이다.

 

아내는 새 밭 한쪽의 감나무에서 홍시를 골라 따서 씻었다. 약을 치지 않아서 감나무 깍지벌레를 먹은 감을 보면서 나는 입맛을 다셨다. 농약 없이 지어낼 수 있는 작물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장모님 살아계실 땐 그래도 감을 얼마간 수확하기도 했지만, 이제 벌레 먹은 놈 중에 성한 거를 고르는 게 다다.

▲ 뒤늦게 찬바람이 돌면서 달리기 시작한 애호박. 이런 크기일 때 호박이 제일 맛있다.
▲ 새 밭 가장자리에 서 있는 감나무. 감이 제법 달렸지만, 감나무깍지벌레가 먹어서 챙길 게 많지 않다.
▲ 주인 없이 비워둔 집의 장독대. 잡초 사이에 무심하게 선 옹기들이 외롭고 애잔하다.

어느덧 점심때를 훌쩍 넘겼다. 우리는 오면서 사 온 두유를 한 팩씩 마시고, 마지막 정리를 하고 텃밭을 떠났다.

 

 

2022. 9. 27.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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