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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텃밭일기

[2023 텃밭 농사] ② 홍산 마늘을 심다

by 낮달2018 2022.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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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저께 마련해 놓은 이랑에 유공비닐을 깔고, 그 구멍마다 한 쪽의 마늘을 심는 것으로 작업은 마감되었다.

마늘 이야기

 

인종에 따른 독특한 체취를 이야기할 때, 서양인들이 노린내를 풍긴다면, 한국인은 단연 마늘 냄새로 환기되는 민족이다. 설사 사람들에게 마늘 내를 풍기더라도 음식에서 마늘을 뺄 수 없다고 여기는 사람이 그들이다. 곰이 백일 동안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다는 단군신화를 건국 신화로 둔 민족답다.

 

원산지가 중앙아시아나 이집트로 추정되는 마늘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여겨진다. 단군신화뿐 아니라 <삼국사기>에도 “입추 후에 산원(蒜園)에서 후농제(後農祭)를 지낸다.”라는 기술이 있는데, 여기서 ‘산(蒜)’이 마늘이다.

 

마늘은 우리나라 4대 채소(고추, 마늘, 배추, 무) 가운데 하나로 김치를 비롯하여 각종 고기 요리, 반찬 등에서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식자재다. 마늘은 독특한 냄새가 나긴 하지만, 비타민 B, 알리신, 유기성 게르마늄과 셀레늄 성분 등을 함유하여 100가지 이로움이 있다고 하여 ‘일해백리(一害百利)’로 불리었다.

▲ 홍산 마늘의 초형 ⓒ 농업진흥청 농사로
▲ 홍산 마늘 구(통)의 특성. 인편 끝에 초록색은 클로로필(Chlorophyll) 성분이 많아서다. ⓒ 농업진흥청 농사로
▲ 홍산 마늘 인편(쪽)의 특성 ⓒ 농업진흥청 농사로

2015년에 신품종을 출원하고 이듬해 등록한 마늘 신품종 홍산(弘蒜) 마늘은 수량성이 높고, 크기가 크고 재배하기 편한 마늘이라고 한다. 늘 농사 유튜브를 찾아 정보를 찾아보는 아내가 몇 달 전부터 이 홍산 마늘에 꽂혀 지난 8월에 씨마늘 한 접을 샀다.

 

우리나라에는 도입종인 대서 마늘, 남도 마늘 그리고 토종마늘인 육쪽마늘을 많이 심는다. 대서 마늘과 남도 마늘은 난지형으로 주로 따뜻한 곳에서, 한지형인 육쪽마늘은 비교적 추운 지방에서 재배하는데 이웃인 의성군에서 재배하는 의성 마늘이 바로 이 육쪽마늘이다.

 

농가에서 재배할 품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여기는 게 수량성, 즉 소출이 얼마나 나는가 하는 것, 그건 바로 환금의 가치다. 더는 ‘천하대지본(天下大之本)’이지 못하지만, 농사로 생업을 삼는 처지에서 그것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겠는가.

 

아내가 선택한 홍산 마늘

 

홍산 마늘은 한지형으로 분류되어 있어도 전국에서 재배할 수 있는 마늘이고 도입종 마늘과 견줄 만한 수량성과 크기를 자랑한다고 한다. 특히 수확할 때 손으로 당기면 뿌리가 끊기므로 2~3개씩 잡고 뽑으면 쉽게 뽑힌다. 그래서 같은 면적에 재배할 때 기존 마늘보다 3배 이상의 작업 시간이 단축되고, 수확 노력도 70% 절감된다. 일손이 모자라 쩔쩔매는 농가에서는 이보다 더한 장점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홍산 마늘은 수확기가 늦은 만생종 품종이어서, 일반 마늘보다 수확이 조금 늦어진다. 마늘종(마늘의 꽃줄기)은 정상 발생되는 완전 추대형(뿌리에서 꽃대까지 이어지는 중앙 심neck이 단단한 것)이고, 길이가 길고 단맛이 강하다. 홍산 마늘은 또 생육이 왕성하여 재배하기 쉬우며, 바이러스와 병해충에도 강하다. [관련 글 바로가기]

 

이런 여러 장점을 알게 된 아내는 홍산 마늘 타령을 계속하더니 마침내 어떤 농원에서 씨마늘 한 접을 구매했다. 글쎄, 나는 마늘 농사에 경험이 전혀 없는 데다가 어쩐지 미덥지 않아서 아내 하는 대로 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9월 말이 가까워지자 조바심을 내던 아내는 날을 받았고, 나는 마나님의 뜻을 기꺼이 따랐다.

▲ 2주 후에 마늘에서 싹이 난다는데, 우리는 그날을 기다리기로 했다.

마늘용 비닐은 구멍이 뚫려 있어야 해서 아내는 농협 자재점에서 유공 비닐 1롤을 새로 샀다. 달리 쓸 만큼만 구매할 방법이 없긴 하지만, 저 비닐은 언제 다 쓰노 하고 나는 객쩍은 생각을 했다. 25일에 이랑을 만들어 준비해 둔 밭에 비닐을 깔고, 마늘만 심으면 되었다.

 

9월 27일, 마늘 심기

 

27일, 아침에 아내의 채근을 받으며 텃밭으로 갔다. 비닐은 구멍이 열 개 뚫린 10공 비닐이다. 그걸 널찍한 이랑에 펴서 양쪽 가장자리에 흙으로 덮어 고정하고, 구멍마다 한 쪽씩 마늘을 심기로 했다.

 

아내는 꼬챙이로 구멍을 판 다음 마늘을 넣고 흙을 덮어주자고 했다. 마땅한 도구가 없어서 나는 나무젓가락을 가져와 중간을 분질러 두겹으로 한 뒤 찔러서 구멍을 팠고, 거기다 한 쪽씩 마늘을 넣고 흙을 덮었다. 1접을 다 심는 데는 한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일반 마늘과 달리 홍산 마늘은 2주 뒤에 싹이 올라온다고 했다. 날씨가 차지면 위에 부직포를 덮거나 볏짚을 덮어야 한단다. 그러지 뭐. 부직포를 조금 사든지……. 나는 여전히 미덥지 않아서 그렇게 댓거리를 하고 말았다. 감자를 심을 때도, 땅콩과 고구마를 처음 심을 때도 그랬다.

▲ 더위가 가시면서 호박이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노란 호박꽃 아래 열매가 자라고 있다.
▲ 들판에는 어느덧 벼가 무르익고 있다. 세상에, 참 정직한 것은 계절의 순환뿐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확인하곤 한다.

그러나 임자가 미더워하지 않는다고 해서 작물이 자라지 않는 건 아니다. 때가 되면 싹이 나고, 작물은 저 혼자 무럭무럭 자라서 미덥잖아 하는 임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겨울의 추위를 잘 넘기기만 하면 성공이지만, 아내는 마늘을 덮은 흙의 두께를 미심쩍어했다. 나는 괜찮다, 다 제힘으로 자랄 거니까 믿어보자고 아내를 안심시켰다.

 

10월 중순이면 싹이 난다니 그때까지 일단 기다려보기로 한다. 싹이 나면 덮어주어야 하냐고 물으니 아내는 말꼬리를 흐린다. 그러나 걱정할 거 없다. 인터넷과 유튜브에는 얼치기 농부를 잘 인도해 주는 농사 유튜버들이 항상 준비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2022. 10. 5.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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