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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텃밭일기

[2021 텃밭 농사 ④] 거름주기와 약 치기 사이…

by 낮달2018 2021.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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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름주기와 수확(6월 28일)

▲ 고춧대에 다닥다닥 붙어 열린 고추, 씨가 다르니 열매도 다르다.
▲ 이제 제대로 자란 고추로 우리 밭은 제법 고추밭 꼴이 난다.
▲ 밭 가장자리의 파. 손바닥만 한 어린 녀석을 심었더니 이렇게 실하게 자랐다. 그러나 한때 다락같이 올랐던 파값은 많이 내렸다.

첫 수확을 하고 엿새 뒤다. 이제 우리 고추밭은 제법 꼴을 갖추기 시작했다. 시원하게 낸 고랑을 사이에 두고 고춧대는 열매를 다닥다닥 달고 있다. 밭 주인의 눈에는 마치 딱 벌어진 어깨를 자랑하는 실팍한 장정의 모습이다.

무엇보다 거기 달린 고추의 크기나 굵기가 예사롭지 않다. 풋고추로 먹으려고 한 줌을 따 집에 와 재어 보니 15cm 가까이 되었다. 아마 20cm 가까이 자라는 건 문제가 아닐 것이다. 지난해 우리가 고춧가루 스무 근을 이룬 것은 전적으로 이처럼 크고 굵은 고추의 품종 덕이다. 이게 장모님이 지은 부촌 고추가 아닌가 싶다. [관련 글 : 장모님의 고추 농사]

내가 건성으로 밭을 둘러보며 사진기를 가져가지 않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동안, 아내는 알뜰하게 고추를 살펴 혹시 진딧물이 끼지 않는지, 총채벌레는 없는지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병충해가 끼기 시작하면 아내는 안달하면서 그 구제에 골몰하지만 나는 그러려니 하고 아내의 역성을 드는 시늉만 하고 만다. 역시 아내가 ‘농장주’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면서.

그다음, 아내는 내가 집안을 둘러보며 어정대는 사이에 고랑에다 발효 퇴비와 화학비료를 조금씩 뿌렸다. 농사를 지어도 워낙 어리보기여서 그냥 시늉만 하는 비료 살포다. 꼼꼼한 아내는 고추 포기 옆에 구멍을 파고 거기에다 비료를 조금씩 넣기도 했다. 비료는 과하지만 않으면 금방 풍성하게 작물을 자라게 한다.

 

▲ 먹으려고 따간 고추. 길이가 15cm에 이른다. 맛도 좋았다.
▲ 예년과 달리 올해는 호박 수확이 제법이다. 제때에 오지 못해 세 개는 너무 자라서 좀 크다. 작은 놈이 먹기에 맞춤한데.

해마다 호박 농사는 재미를 별로 보지 못했는데, 올 호박은 씨가 좋았던가, 초장부터 부지런히 열매를 맺어냈다. 아내가 따낸 호박은 다섯 개나 된다. 세 개는 좀 크고, 두 개는 먹기에 맞춤한 크기다. 거기에다가 한 번도 작물을 심지 않은 밭 가장자리 돌밭에 심은 가지는 나지막한 키에 그리 실하지 않은 열매를 달았다. 그놈도 두어 개를 땄다.

2. 농약 치기(7월 3일)

▲ 불과 닷새 사이지만, 지난번과는 고추 빛깔이 다르다. 훨씬 싱싱하고 생기가 넘친다. 물론 고추도 더 많이 열렸다.

닷새 뒤에 텃밭에 들른 것은 비 온 뒤 고추가 얼마나 자랐나 궁금해서다. 시간이 나서 밭에나 가 볼까, 하고 길을 나선 것이다. 닷새 전에 들렀을 때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고추밭에는 윤기가 흐른다. 키는 좀 더 컸고, 매단 열매도 훨씬 실해 보인다.

내가 사진을 찍느라 여기저기를 옮겨 다닐 때, 아내는 고추 가운데 병든 놈들을 골라 따냈다. 노란빛으로 시들시들 곯은 놈. 몸뚱이에 구멍이 난 놈 등인데, 왜 그런지 이웃의 농사꾼에게 물어봐도 잘 모른다. 이럴 때 과감해지는 이가 아내다. 약 칩시다!

 

▲ 시들시들 곯은 놈들. 원인은 알 수 없다. 이게 번지면 안 된다고 보고 방제에 들어갔다.
▲ 아내에게 방제를 맡기는 건 불편하다. 그러나 알러지 피부염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살충제, 살균제, 칼슘제 등등 서너 가지를 섞어서 12ℓ분무기에 담아 주었더니, 아내는 1회용 비닐 우의를 입고 분무기를 지고 밭으로 들어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약 치는 일은 내 소관이었는데, 알러지 피부염으로 약을 먹은 지 꽤 오래되면서 아내가 이를 맡았다. 그러나 분무기 지는 걸 도와주면서 그 무게를 가늠해 보니 기분이 좀 그렇다.

워낙 밭이 손바닥만 하니, 방제는 한 10여 분 뒤에 끝났다. 수도에서 분무기를 씻어서 창고에 넣고 나니, 돌아갈 일만 남았다. 그래도 아내는 미진할 일이 있는지 살피면서 재바르게 몸을 놀린다. 글쎄, 장마가 온다는데, 장마 기간에 다시 병충해가 확산하는 일은 없기를 빌면서 우리는 귀갓길에 올랐다.

골목에는 아직도 남은 흙돌담에 핀 능소화가 좋았다.

 

▲ 담 너머 이웃집 전깃줄에 앉은 참새. 요즘은 참새가 흔하고, 이놈들은 예전만큼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듯하다.
▲ 아직도 남은 흙돌담에 핀 능소화.

 

2021. 7. 9.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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