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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도종환7

공광규 시인 <담장을 허물다>로 신석정문학상 수상 공광규 시인 신석정문학상 수상 미처 읽지 못한 구문(9월 1일 자) 를 보고 제4회 신석정문학상에 공광규 시인의 시집 (창비, 2013)가 선정되었다는 걸 알았다.(촛불문학상은 심옥남 시인) 신석정기념사업회가 주관하고 한겨레신문사가 후원하는 이 문학상의 첫 수상자는 새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입각한 국회의원 도종환 시인이었다. [관련 글 : 신석정과 신석정문학상, 그리고 도종환 / 복효근 시인 수상] 이런저런 이름의 문학상이 적지 않은데도 여느 문학상과 다르게 신석정문학상 소식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까닭은 따로 있다. 탄핵 정국 이후 사회 전반에 ‘적폐 청산’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드높은 가운데 ‘친일 문인 기념 문학상’ 문제에 대한 여론도 환기되었기 때문이다. [관련 글 : 친일 문인 기념 문학상.. 2021. 9. 4.
세종시, 시인 김남조와 도종환 정국을 바라보는 두 시인의 엇갈린 시선 초임 시절에 여고생들에게 그의 시 ‘겨울 바다’를 가르쳤지만 정작 시인 김남조(1927~ )에 대한 내 기억은 텅 비어 있다. 그는 마치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피안의 공간에서 오롯이 자기만의 성을 쌓고 사는 이처럼 느꼈던 까닭이다. 그이가 쌓은 시적 편력이나 삶과 무관하게 내게는 그는 단지 교과서에 시가 실렸던 시인에 지나지 않았다. 오늘 에서 기사(김남조 “대통령은 원전 파는데 촛불? 세종시?”)를 읽고서야 그의 존재를 간신히 확인했을 정도다. 나의 관심과 상관없이 그는 여든을 넘긴 노인이지만 생존해 있었다. 그것도 국민원로회의 공동의장의 자격으로 말이다. 원로시인 김남조의 ‘안타까움과 연민’ 국민원로회의가 어떤 조직인지는 그 이름에서 드러나는 것 외에.. 2021. 1. 15.
‘그들’의 역사, ‘우리들’의 역사 고위 공직자 청문회 풍경 # 풍경 하나 - 5·16은 쿠데타가 맞느냐?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하 같음.) “역사적인 문제에 대해 판단을 할 만큼 깊은 공부가 안 돼 있다.” (조윤선 여성부 장관 후보자) “교과서에 기술된 것을 존중한다. 그 문제에 직답을 못 드리는 이유를 이해해 달라.” (서남수 교육부장관 후보자) “감사원장 후보자로서 역사적 사실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널리 양해하여 주시기 바란다.”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 풍경 둘 - 1980년대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사건 때 조선 침략을 ‘조선 진출’이라고 기술해 우리 국민이 화가 나 500억 원을 모아 독립기념관을 지었는데 교학사 교과서에서 다시 ‘진출’이라는.. 2020. 11. 28.
[오송회와 이광웅] 진실과 정의는 ‘너무 늦다’ ‘오송회 사건’ 관련자 9명, 재심에서 모두 무죄판결 5공 시절 대표적 용공 조작 사건이었던 ‘오송회 사건’의 관련자 9명이 재심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지난해 6월 이 사건이 “5공 시절의 전형적 용공 조작 사건”으로 규정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재심을 결정한 지 16개월 만이다. 특히 이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피고인들에게 법원을 대신해 사죄해 눈길을 끌었다. ‘법원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졌을 때 당사자들이 느꼈을 좌절과 원망’을 언급하며 재판부는 ‘보편적 정의 추구’를 약속했다고 한다. 1982년 11월에 경찰에 불법 연행되어 83년 5월, 1심에서 모두 징역형을 각각 선고받았던 때부터 따지만 그간 꼭 26년이 흘렀다.. 2020. 11. 27.
신석정과 신석정문학상, 그리고 도종환 새로 보는 신석정 문학, 신석정 문학상과 수상자 아이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면서 교사도 공부를 꽤 많이 해야 한다. 대학에서 건성으로 건너뛰었던 우리 문학을 ‘수험용 각론(各論)’으로 이 잡듯이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으로 문학을 가르치고 싶지 않다는 문학 교사 개개인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입시교육을 흘러가는 것이다. 좋아도 가르치고 싫어도 가르쳐야 하는 이 ‘씁쓸한 문학 교실’에서 시를 조각조각 내다보면 때로 자신이 가졌던 시인에 대한 이해가 뒤바뀌기도 한다. 시 ‘꽃 덤불’을 가르치면서 신석정(辛夕汀.1907∼1974)을 ‘슬픈 목가’류의 서정시인으로만 볼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그런 예 가운데 하나다. 신석정의 시를 처음 만난 게 중학교 시절이었다. 국어 교과서에서 ‘그 먼 나라를 알으.. 2020. 9. 29.
그 ‘상처’로 오늘이 여물었네 ‘실천시선’ 200호 기념 시선집 어제, 며칠 전 주문한 책 몇 권을 받았다. , , 같은 책 가운데 흰 표지에 노랑 띠를 감은 ‘실천시선’ 200호 기념 시선집 가 끼어 있다. 특별히 이 책을 주문한 이유는 없다. 아마 ‘200호’라는 데 마음이 간 것인지도 모른다. 눈에 띄는 1989년 해직 교사 출신 시인들 차례를 천천히 훑는데 낯익은 이름과 시편 몇이 눈에 들어왔다. 김진경, 도종환, 배창환, 김종인, 정영상, 조재도, 신용길, 조향미……. 서울과 경상도, 충청도 어름의 중고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1989년 해직의 칼바람을 맞았던 이들이다. 정영상(1956~1993)과 신용길(1957~1991)은 해직 기간에 고인이 되었다. 신용길 시인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나는 생전의 그이를 알지 못했.. 2020. 9. 22.
접시꽃, 기억과 선택 사이 접시꽃, 저장된 기억의 선택 언젠가는 “사물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매우 선택적인 것처럼 느껴진다.”라고 썼지만 이제 “사물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매우 선택적이다.”로 써도 무방할 듯하다. 우리 기억의 층위를 채우는 갖가지 사물들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기억의 선택, 접시꽃 어느 해 봄은 흐드러지게 핀 찔레꽃이, 또 어느 해에는 숲마다 담쟁이덩굴이 무성했다, 고 느낀다. 그러나 그 해 특별히 찔레꽃이 풍년이었던 사실을 입증할 방법도, 그때가 담쟁이의 생육에 특별히 더 좋았던 시기였다는 객관적 증거도 없으니 그 느낌이란 결국 기억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상에는 엄연히 존재하지만, 때로 우리의 기억 속에서는 그것은 얼마든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 2020.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