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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아이들6

자랑스럽구나, 아이들과 함께한 그 ‘세월’ 전교조에서 25년 경력으로 상을 받다 교직에 들어온 이래 처음으로 상을 받았다. 이른바 ‘스승의 날’을 기념하여 주는 관제의 상, 교육감상이나 장관상 따위와는 다른 상이다. 1986년 5월 10일 교육 민주화 선언을 기념하여 내가 가입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서 주는 ‘교육공로상’이다. 전교조 위원장이 주는 교육공로상 ‘교육공로’라니까 무슨 대단한 업적을 생각할지 모르나, 이 상이 가리키는 공로는 ‘오래 교단을 지켜 온’ 것이다. 수상 자격은 오직 교직 경력 25년쯤의 연공(年功)이다. ‘관’과는 달리 전교조에서는 해직 기간을 경력에 넣기 때문에 교내 연령 서열(?)은 6위지만 호봉서열은 20위쯤에 그치는 내게도 이 상이 내려온 것이다. 앞에서 밝혔듯 이건 내가 교직에서 받는 첫 번째 상이다. 나는.. 2022. 5. 15.
무제 - 축제 전야 축제 전야, 어쨌든 아이들은 들떠 있다 지난해 8월, 달팽이 분양 광고를 냈던 아이다. 이제 3학년, 1학기를 마치는 아이의 모습은 훨씬 성숙해 보인다. 그게 세월인 게다. 학교는 축제로 부산하다. 교실마다 동아리가 차지하고 앉아 임시 찻집과 음식점을 열거나, 주제별 전시로 왁자지껄하다. 우리 반을 무단 점거(?)한 동아리의 포스터 한 장, 만화 동아리방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헤나 문신 코너 사진 한 장으로 올 축제의 한 장면을 맛보기로 들여다보시길. 본편은 주말께나 보여 드릴 수 있을 듯하다. 2008. 7. 17. 낮달 2021. 7. 17.
남이섬의 5월, 그리고 ‘책 나라 축제’ 남이섬엔 ‘남이’가 없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남이(南怡)섬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드라마 ‘겨울 연가’ 때문인가. ‘겨울 연가’의 남자 주인공 ‘욘사마’가 일본에서 뜨고 일본 관광객들이 이 드라마의 무대로 몰려 들면서였던가. 그러나 나는 그 드라마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혀 없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나는 남이섬이 춘천시 남산면 방하리에 있는 북한강의 강 섬이라는 걸 알았다. 원래는 홍수 때에만 섬으로 고립되었으나, 청평댐의 건설로 온전히 섬이 되었고 남이 장군의 묘소 덕분에 ‘남이섬’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그러나 이 섬에 있는 묘소는 남이가 이 섬에 묻혔다는 전설의 결과일 뿐, 정작 남이의 묘소는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에 경기도 .. 2021. 5. 31.
새로 만난 학교와 아이들 2012학년도 옮긴 학교에서 지난 2월 16일 자 인사에서 구미 시내의 한 남자고등학교로 발령받았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여기가 내가 근무할 마지막 학교가 될 터이다. 1989년 여름에 타의로 떠난 학교가 남학교였으니 23년 만에 남학교로 돌아온 셈이다. 여학교에서 시작한 교직 생활, 남학교에서 마치게 되겠다. 23년 만에 ‘남학교’로 돌아오다 특별한 감회는 없다. 밤낮으로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이 시행되는 등 입시교육의 살풍경은 지역을 가리지 않으니까. 몇 해 걸러서 학교를 옮길 때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수십 년 경력에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아이들은 그나마 수업하면서 이내 친해지지만, 동료 교사들과 격의가 없어지려면 꽤 시간이 필요하다. 학교까지는 집에서 차로는 15분쯤, 걸어서는 한 40분쯤.. 2021. 3. 9.
딸애의 생일 미역국을 끓이다 여행 떠난 아내 대신 딸의 생일 미역국을 끓이다 요즘 남편들은 아내의 생일에 미역국을 끓이는 게 ‘기본’이란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그 ‘기본’도 못하고 살았다. 글쎄, 서툰 솜씨로 억지로 지어낸 음식이 제맛을 못 낼 게 뻔하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고 새삼스레 시류를 좇아가는 것도 마뜩잖아서였다. 난생 처음 미역국을 끓이다 배워서라도 해 볼까 물으면 아내는 단박에, ‘됐다,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편하게 받아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선물을 하거나 얼마간의 돈을 넣은 봉투를 주는 걸로 그날을 넘겼고, 미역국은 딸애가 끓이곤 했다. 아내가 지난 월요일에 교회 일로 캄보디아로 떠나고 나서 일이 겹쳤다. 지역 농협에서 판매하는 김장용 배추를 사놓아야 했는데 그건 해마다 우리 내외가 새벽에 나가 함께 해 온.. 2020. 11. 22.
10월의 학교 풍경, 그리고 아이들 10월의 학교 풍경 중간고사가 끝나면서 잠시 소강상태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책에다 코를 박고 있다. 아침 여덟 시 이전에 학교에 와서 밤 열 시가 넘어야 집으로 가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은 거의 14시간이 넘는다. 아이들을 남겨두고 퇴근할 때마다 안쓰러움을 버리지 못하는 까닭이다. 아이들은 학교 급식소에서 오후 1시, 6시에 각각 두 끼의 식사를 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틈만 나면 매점으로 달려간다. 막대사탕이나 짜 먹는 얼음과자를 입에 물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들이 주전부리로 보상받으려는 ‘결핍’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집보다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으니 자연 일상을 고스란히 학교로 옮겨야 한다. 교실의 콘센트에는 늘 휴대전화와 PMP, 전자사전 등의 충전기가 꽂.. 2020.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