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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피지 않는다고 투덜대었더니 봄은 내 눈을 피해 일찌감치 주변에 이르러 있었던가 보다. 늘 교사 뒤편 산 중턱, 옥련지 주변의 매화와 수달래에만 눈길을 주고 있었으니 소리 없이 당도한 봄을 어찌 알았으랴!
며칠 전에 우연히 동네 뒤의 민둥산을 올랐더니 생강나무가 노랗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산수유인가 했더니 가지에 바투 붙은 수술 같은 노란 꽃의 생강나무였다. 인가로 내려가는 산 중턱엔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산 밑에 웅크린 학교 주변에 오는 봄이 더딘 것은 당연한 일!
내 눈에 뵈지 않는다고 오는 봄을, 피는 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제 조금씩 자리를 넓혀가는 쑥과 여린 새순을 틔워내고 있는 찔레가 싱그럽다. 교사 앞 화단에 선 동백나무는 이제 겨우 몇 송이의 꽃을 피웠다. 이미 1월부터 피고 졌던 남도의 꽃이 이 내륙에서 견딘 것은 유배의 시간이었을까.
어제 문상을 다녀오던 늦은 밤, 대구 도청 주변 거리엔 벚꽃이 하얗게 피어 있었다. 그 벚꽃의 물결이 이 내륙의 분지로 옮겨오는 데는 며칠이나 걸릴까. 실없이 달력을 들여다보며 손을 꼽아보다 만다. 바야흐로 봄은 달착지근하게 무르익고 있다.
2008.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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