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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세시 풍속·24절기 이야기

③ 경칩 - 봄, 우썩우썩 깨어나다

by 낮달2018 2024.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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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 봄의 세 번째 절기 -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 구미 샛강생태공원의 산수유 꽃망울이 벙글고 있다.

경칩은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節氣), 태양의 황경(黃經)345도에 이르고 동지 이후 74일째 되는 날로 올해는 36일(2024년은 3월 5일임)이다. 경첩 즈음이면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하고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이 주기적으로 우리나라를 통과하게 된다. 한난(寒暖)이 되풀이되면서도 기온은 날마다 상승하는데 올해는 유난히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경칩은 봄의 세 번째 절기이다. ‘놀랄 경()’ 자에 겨울잠 잘 칩()’ 자를 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풀과 나무에 싹이 트고 겨울잠을 자던 짐승들이 땅 위로 나오려고 꿈틀거린다고 하여 생긴 이름이다. 옛날에는 열 계()’ 자를 써 계칩(啓蟄)’으로 불렀으나 전한(前漢) 경제(景帝)의 이름이 유계(劉啓)여서 피휘(避諱, 임금, 어른의 이름자를 피하는 것)경칩이 되었다.
 
개구리가 겨울잠 깨어나는 경칩, 봄의 세 번째 절기
 
동면하던 동물은 음력 정월[寅月]에 활동하기 시작하는데절기로는 경칩에 해당하며음력 9[戌月]에는 동면을 시작하는데 절기로는 입동(立冬)에 해당한다.”
  - 동의보감(東醫寶鑑)』 논일원십이회삼십운(論一元十二會三十運)
 
이월에는 식물의 싹을 보호하고 어린 동물을 기르며 고아들을 보살펴 기른다.”
    - 예기(禮記)』 「월령(月令)
 
옛사람들은 이 무렵 첫 번째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민간에서 경칩을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로 이해하는 것은 경칩이 만물이 살아 움직이는 때라고 믿기 때문이다.
 
고려와 조선 시대 권농책으로 임금이 농경의 시범을 보이기 위해 의례용으로 설정한 토지가 적전(籍田)’이다. 조선시대엔 이 적전의 농경을 경칩이 지난 해일(亥日)에 선농제(先農祭)와 함께 행하도록 정하였으며, 경칩 이후에는 갓 나온 벌레 또는 갓 자라는 풀이 상하지 않도록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을 내리기도 했다.
 
성종실록(成宗實錄)에는 우수에는 삼밭을 갈고 경칩에는 농기구를 정비하며 춘분에는 올벼를 심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수와 경칩은 새싹이 돋는 것을 기념하고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선 경칩을 전후해 새 학년도가 시작된다. 올해는 2일이 토요일이라 대부분의 각급 학교에서 4일이나 5일에 입학식을 치르고 2019학년도가 시작되는 것이다. 싱그러운 새내기들의 미소와 함성이 경칩의 역동성과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 경칩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이다.

경칩 무렵에 민간에서 치러지는 풍습이 적지 않았지만, 세월이 세월인지라 거의 옛이야기가 되었다. 개구리가 나와 물이 고여 있는 곳에 알을 낳는데, 이 알을 먹으면 몸을 보호한다고 하여 개구리 알을 건져 먹는 풍습,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이날 담벼락에 흙을 바르거나 담장을 쌓는 풍습은 이미 사라졌다.
 
경칩 날 젊은 남녀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써 은행 씨앗을 선물로 주고받으며, 은밀히 은행을 나누어 먹는 풍습도 있었다 한다. 이날 날이 어두워지면 동구 밖에 있는 수나무 암나무를 도는 사랑놀이로 정을 다지기도 했다고 전해지지만, 이 역시 옛이야기다. 서양에서 들어온 밸런타인데이는 그악스럽게 챙기지만, 우리 고유의 풍습은 정작 책에서만 기억되고 있을 뿐이다.
 
3, 서둘러 오는 봄
 
3월은 앞에다 자를 붙여서 춘삼월이라 하여 기리는 달이다. 그러나 내게 양력 3월은 여전히 추위가 물러가지 않은 때다. 성화를 부리는 꽃샘추위에 봄기운은 물러났다 다시 나아오기를 거듭하기 때문이다.

▲ 샛강생태공원 근처의 매원에서 만난 청매(위)와 지난해 설중매였던 우리 동네의 백매.
▲ 북봉산 자락에서 만나는 청미래덩굴 열매. 빨갗게 익은 놈과 병들어 바스러진 놈이 공존한다.

그런데 지난겨울이 따뜻해서일까. 올봄은 예년보다 이른 듯하다. 어제 동네 마실을 나갔다가 이제 막 벙글고 있거나 더러는 활짝 핀 매화를 만났다. 지난해 춘분 날(3.21.)설중매(雪中梅)’ 얘기를 했으니 적어도 열흘 이상은 빠른 것이다. [관련 글 : 춘분 날, ‘은 녹고 만 남은 설중매(雪中梅)]
 
지산동 샛강생태공원의 산수유도 벙글고 있었다. 한낮 기온이 영상 10도를 웃도니 완연한 봄이다. 아직 찬 기운이 가시지 않았지만, 가끔 이는 바람은 살갗에 부드럽게 감긴다.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봄꽃을 즐길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3월이지만 더는 아이들을 만날 필요가 없게 된 지 여러 해가 지났다. 며칠 여유를 두어 머리를 깎고 목욕을 하고 개학을 기다리는 대신, 나는 이 봄에 채워낼 일정을 게으르게 하나둘 떠올리기로 한다.
 
 

 2019. 3. 5. 낮달

[서(序)] 새로 ‘24절기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봄 절기
입춘, 봄이 멀지 않았다
우수(雨水), ‘봄바람새싹으로 깨어나는 봄
춘분, 태양은 적도 위를 바로 비추고
청명(淸明), 난만한 꽃의 향연, ‘한식도 이어진다
곡우(穀雨), 봄비는 촉촉이 내리고

 
참고
· <한국세시풍속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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