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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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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교사의 책 읽기 10년 넘게 써 온 글이 천 편이 넘었지만, 그 가운데 몇 편이나 '건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다시 부끄러움 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이 있긴 하다. 글을 쓴 때와 내용 분류와 관계없이 무난히 읽히는 글을 한 편씩 다시 싣는다. 때로 그것은 허망한 시간과 저열한 인식의 수준을 거칠게 드러내지만, 삶의 편린들 속에서도 오롯이 빛나는 내 성찰의 기록이다. 나날이 닳아지고 있는 마음의 결 가운데 행여 거기서 예민하게 눈뜨고 있는 옛 자아를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일까. 누구에게나 그렇듯 성장기의 어느 순간인가에는 전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던 왕성한 책읽기의 벅찬 기억들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진부한 일상을 일거에 허물면서 무엇이든 가능.. 2018. 12. 31.
마음도 나이를 먹는다 10년 넘게 써 온 글이 천 편이 넘었지만, 그 가운데 몇 편이나 '건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다시 부끄러움 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이 있긴 하다. 글을 쓴 때와 내용 분류와 관계없이 무난히 읽히는 글을 한 편씩 다시 싣는다. 때로 그것은 허망한 시간과 저열한 인식의 수준을 거칠게 드러내지만, 삶의 편린들 속에서도 오롯이 빛나는 내 성찰의 기록이다. 나날이 닳아지고 있는 마음의 결 가운데 행여 거기서 예민하게 눈뜨고 있는 옛 자아를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일까. “마음도 나이를 먹는다.” 써 놓고 보니 꼼짝없는 신파다. ‘인간은 서서 걷는다’는 진술과 다를 바 없는 맹꽁이 같은 수작이다. 물리적인 시간의 변화가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몸뚱이와 그 기관의 노.. 2018. 12. 31.
‘구미’ 하면 박정희? 이 사람도 기억하라 왕산 허위와 박정희 전 대통령를 낳은 ‘경북 구미’ ‘구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역시 박정희(1917~1979) 전 대통령일 것이다. 그는 상모동에서 태어나 이 고장에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해 오늘의 ‘구미시’를 만든 장본인이다. 당연히 그의 자취는 곳곳에 남아 있다. 상모동에 그의 생가가 공원화되어 있고, 생가 앞을 지나는 왕복 4차로에 ‘박정희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구미, 왕산 허위와 박정희 전 대통령 그보다 앞서 2002년에는 그 전해에 개관한 구미실내체육관의 이름을 ‘박정희체육관’으로 변경했다. 박정희 시대의 ‘영욕과 공과’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결정이라는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는 지역 정서에 묻혀 버렸다. 예의 ‘박정희로’에 2009년 3월 박정희·육영수 .. 2018. 12. 30.
광복 73돌, 허은·이은숙 여사도 마침내 서훈 받다 2018년 광복절 독립유공자 포상 73돌 광복절을 맞아 정부는 건국훈장 93명(애국장 31명·애족장 62명) 건국포장 26명, 대통령 표창 58명 등 177명의 독립유공자에 대한 포상을 수여한다. 해마다 수여하는 포상이긴 하지만, 이번 포상에는 여성 26명 대거 포함되어 있어 각별한 의미를 더한다. 광복절 독립유공자 177명 포상에 여성 26명 포함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리는 허은 여사와 ‘혁명 가족의 안주인’ 이은숙 여사에게 건국훈장을, 서울 배화여학교 재학 시절 3·1독립 만세운동을 재현했다가 일경에 검거되어 옥고를 치른 여섯 명의 소녀들(김경화·박양순·성혜자·소은명·안옥자·안희경)에게도 대통령 표창이 추서된다. 1920년 3월 1일, 배화여학교에 다니던 여학생들은 일제의 감시 속에서 1년 전의 독.. 2018. 12. 30.
그 노래의 울림, 멕시코 민요 제비 멕시코 민요 ‘제비’, 카테리나 발란테와 냇킹 콜, 혹은 조영남 시방 슈퍼 태풍 ‘제비(Jebi)’가 일본을 강타했다는 소식이다. 제비는 2018년 발생한 태풍 중 가장 강할 뿐 아니라 일본에 상륙한 태풍으로도 25년 만에 가장 강한 태풍이란다. 제비는 우리나라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말 그대로 참새목 제비과의 여름 철새를 이른다. 제비는 우리 일상에서 가장 친숙한 조류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시골에서 처마 밑에 진흙으로 만든 둥지를 만들고 살던 제비를 이웃하고 자랐다. 삼월 삼짇날에 강남에서 돌아온 제비는 중양절(重陽節)인 9월 9일에 날씨가 따뜻한 강남으로 돌아간다. ‘제비 오는 날’인 삼월 삼짇날이 길한 날로 여기는 것은 본격적인 봄의 시작을 알리기 때문이다. 제비, 혹은 이별의 상징, 멕시코 민요 인.. 2018. 12. 30.
[오늘] 장태수, ‘원수의 돈’ 일제 은사금 거부하고 목숨을 거두다 [역사 공부 ‘오늘’] 1910년 12월 28일, 장태수 24일 단식으로 순국하다 1910년 12월 28일(음력 11월 27일) 수요일, 전북 김제 금구의 남강정사(南崗精舍)에서 일유재(一逌齋) 장태수(張泰秀, 1841∼1910) 선생이 예순아홉 살을 일기로 순국하였다. ‘불충과 불효한 죄를 죽음으로 씻는다’고 하며 단식에 든 지 24일 만이었다. 장태수는 전북 김제 출신으로 내부협판 장한두의 아들이다. 본관은 인동, 자는 성안(聖安), 호는 일유재(一逌齋). 1861년 약관에 식년문과에 급제하여 출사(出仕)한 이래 사간원 정언, 사헌부 지평 등 청요직(淸要職)을 거쳐 정3품 당상관인 통정대부에 이르렀다. 일유재, 24일 단식 끝에 순국 1895년 단발령이 내리자 장태수는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왔.. 2018. 12. 29.
후작에서 자작까지, 경술국치와 조선귀족들 매국의 상급으로 이른바 ‘은사금’과 귀족 작위를 받은 매국노들 영화 이 천만 대 관객을 모으면서 사람들에게 청산되지 못한 식민지 시기 역사를 새삼 돌아보게 한 것은 뜻밖의 덤이라고 봐도 좋겠다. 이 잘 만들어진 한 편의 활극은 흥미진진했을 뿐 아니라 역사적 인과로서의 ‘지금, 여기’의 문제를 환기해 주었던 것이다. 그것은 잊힌 이름인 약산 김원봉이나 친일파, 의열단, 반민특위와 같은 현대사의 몇몇 장면들과 함께,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혼곤한 자유의 근원을 잠깐 되돌아보게 해주었다. 해방 70년을 맞지만 정말, 우린 온전히 해방되었는가, 여전히 우리는 1945년 8월 15일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 것은 아닌가……. 어제, 아베 일본 총리는 ‘종전 70주년 담화’에서 식민지배와 침략 등을 적접 언.. 2018. 12. 28.
박인환, 박인희의 ‘세월이 가면’ 박인희가 부른 박인환의 즉흥시 ‘세월이 가면’ 얼마 전 김수영을 가르치면서 1950년대 동인 활동을 같이 했던 박인환(1926~1956)을 잠깐 소개한 적이 있다. 그의 시 와 을 읽어주었고, 그가 보여준 댄디즘과 1950년대의 분위기를 잠깐 언급하기도 했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로 박인환과 만났다. 중학교 3학년, 한림(翰林)출판사에서 간행한 하얀 색 하드커버의 , 그 세로쓰기 시집에서 만난 그 시를 나는 금방 외워버렸다. 지금도 더듬지 않고 그 시를 외울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그 때의 흐려지지 않은 총기(聰氣) 덕분이다. 가 무엇을 노래한 시였던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장황한 서술 속에 자리한 ‘문학’과 ‘인생’ 따위의 낱말들에 열여섯 문학소년은 매료되어 버렸던 것이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 2018. 12. 27.
이제 ‘꺼림직하다’나 ‘추켜세우다’도 표준어다 국립국어원, 2018년도 1/4~3/4분기 정보 수정 주요 내용 공개 국립국어원이 2018년도 1/4분기에서 3/4분기까지 정보 수정 주요 내용(30개)을 공개했다. 핵심 내용은 2017년 국어심의회 결정에 따라, 그동안 비표준어로 다루어 왔던 ‘꺼림직이, 꺼림직하다, 께름직하다, 추켜세우다, 추켜올리다, 치켜올리다’의 전체 또는 일부를 표준어로 변경한 것이다. 에서 ‘북한어’로 표시되는 표제어들이 있다. 이들 낱말은 북한에서는 ‘문화어’, 즉 표준어의 지위를 갖지만, 남한에서는 비표준어로 처리된다. 북한어는 《조선말 대사전》(1992)에 수록된 단어 가운데 남한에서 쓰임이 확인되지 않은 단어와 어문 규정의 차이로 달리 표기하는 단어를 편찬 원칙에 따라 선정하여 수록하였다. 남한에서 쓰는 단어라도 북한에.. 2018. 12. 25.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성공은 그만두지 않음에 있다’ 2018, 무술년 ‘올해의 사자성어’ 이 선정해 발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 기사가 신문마다 실리는 걸 보면 세밑이 가까워졌다. 한 해의 간단하지 않은 곡절을 네 글자의 한자 말로 줄이는 이 기획의 역사는 꽤 오래된 듯하다. 복잡다단한 일 년간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네 자로 줄이는 게 가당키나 하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만, ‘올해의 사자성어’가 뭇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그 성어가 감추고 있는 함의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교수신문이 진행한 2018, 무술년 ‘올해의 사자성어’ 설문 조사 결과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이 선정됐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전국 대학교수 878명 중 341명(38.8%)이 선택한 이 사자성어의 출전은 『논어』,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관련 기사 : .. 2018. 12. 24.
그 ‘맥주공장’은 광주로 가지 않았다 “구미의 ‘맥주 공장’이 광주로 갔다”는 ‘낭설’은 믿고 싶은 이에겐 ‘진실’이 된다 새 학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어떤 행사의 뒤 끝에 동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끝에 구미 경제가 화제로 떠올랐다. 장사를 하든 사업을 하든 인구 변동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예사롭지 않은데 공단에서 철수하는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 끝에 ‘오비맥주 구미공장’이 화제에 올랐다. - 오비맥주 구미공장은 DJ정부 때 광주로 옮겨갔지요. 그런데 웃기는 건 광주공장에서 맥주를 생산하려니까 수질이 좋지 않아서 생산을 못 했다는 거예요. 거의 만화지요. - 처음 듣는 얘깁니다. 그런데 가정집도 아니고, 큰 공장을 옮기면서 사전조사도 안 하고 옮겨갔다니 이해가 안 되네요. 물을 원료로 하는 맥주공장이 옮기면서.. 2018. 12. 23.
목수 아버지의 추억 공구에 대한 집착 … ‘목수 아버지’의 피 요즘 나는 펜치나 드라이버, 망치와 톱 같은 공구들에 묘한 집착을 느낄 때가 많다. 얼마 전 사무실에 굴러다니던 녹슬어 뻑뻑해진 소형 펜치를 후배의 충고대로 식용유를 이용해 정성들여 녹을 닦아내 제대로 쓸 수 있게끔 만들어 놓았다. 연모, 그리고 인간 보이지 않는 부위 깊숙이 녹이 슬어 거의 사용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물건이 몇 방울의 식용유를 먹고 붉은 녹물을 조금씩 토해내더니 곧 새것일 때의 기능을 되찾는 것을 보면서 나는 설명할 수 없는 즐거움을 느꼈다. 가끔씩 무료해지는 시간마다 연필꽂이에 꽂아둔 그 놈을 꺼내 만지작거리면서 연모를 처음 만들어 쓰던 때의 선사시대의 인간을 생각하곤 한다. 그보다는 더 오래 전 일로, 집에서 쓰던 망치의 자루가 부러져 .. 2018.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