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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총독의 소리 - 반도에서도 흔들리는 섬, ‘다케시마(竹島)’

by 낮달2018 2024.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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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연작 소설 총독의 소리오마주(4) 갑자기 불거진 ‘독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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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의 외로운 섬 독도는 단순히 영유권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제국주의에 맞선 주권국가의 자존심의 상징이다. ⓒ 독도사진가 김재도

 

 <총독의 소리>는 작가 최인훈의 연작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가상한 신식민지 현실을 배경으로 패전 후 지하로 들어간 조선총독부의 총독이 유령 방송을 통해 반도의 재점령을 노리고 있는 상황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가상의 인물인 총독의 모습은 일련의 연설 속에 감춰져 있을 뿐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는 인물의 행위가 없는 담화 상황만으로 짜인, 서사적 규범을 뛰어넘는 형태적 파격을 통해 새로운 문학적 인식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 글은 작가의 작품 형식과 그 일부 내용을 빌려 2024년의 한국, 그리고 한일 관계 등을 다룬 올해 두 번째의 글이다. 글 가운데 원작을 인용한 부분의 글자는 붉은 색깔로 표시하였다.


노변담화, 2024년 세 번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조선총독부 지하부가 보내드리는 유령 해적방송인 총독의 소리입니다. 총독 각하의 노변담화 시간입니다.

 

충용(忠勇)한 제국 신민 여러분, 제국이 재기하여 반도에 다시 영광을 누릴 그날을 기다리면서 은인자중 맡은바 고난의 항쟁을 이어가고 있는 모든 제국 군인과 경찰과 밀정과 낭인 여러분. 레이와(令和) 6년(2024)에 3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 안부를 전합니다. [관련 글 : 2024 총독의 소리 반도에서의 제국의 굴기를 알립니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반도에서 다케시마(竹島)에 대한 미묘한 기류가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제국은 다케시마를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도 또한 국제법상으로도 분명히 일본국 고유의 영토”(일본 외무성 누리집. 이하 인용도 같음)로 제국이 영유권을 갖고 있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반도 정부에서 드러난 ‘다케시마’에 대한 미묘한 기류

 

제국이 “다케시마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영유권을 재확인한 1905년 이전에 한국이 다케시마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던 것을 나타내는 명확한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반도의 다케시마 점거는 국제법상 아무런 근거가 없이 행해지는 불법 점거이며, 반도의 이런 불법 점거에 따라 다케시마에 대해 실시하는 그 어떤 조치도 법적인 정당성을 가지지 않습니다.”

▲ 일본 외무성 누리집의 '일본의 영토' 꼭지의 '다케시마 문제 Q&A'에 실린 독도 사진.

제국은 “다케시마 영유권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국제법에 따라 침착하고도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생각입니다”만, 반도에서 이에 응하지 않고 있음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아시다시피 제국은 1904년 우리 어업인이 독도에서 강치잡이를 독점하기 위해서 제국에 독도 영토 편입을 요청하였습니다. 이에 제국 정부는 독도를 ‘죽도(다케시마)’라고 이름 붙이고 제국의 영토로 편입하였습니다.

 

이는 이듬해(1905) ‘시마네현 고시 제40호’를 통해 알리면서 다케시마는 일본 제국의 정식 영토가 된 것입니다. 제국에서는 다케시마 영유권 분쟁은 ‘국제사법재판소 회부’로 해결하자고 주장하지만, 반도는 신라시대 우산국 정벌 이후부터 지금까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관련 글 : 독도는 침략과 식민지배의 원점이자 그 상징]

 

역사적으로 상고해 보면, 다케시마가 제국의 영토라는 주장은 다소 그 근거가 미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신라시대의 역사는 놔두고라도 1693년에 발생한 울릉도 영유권 분쟁과 관련하여 제국의 고문서는 당시 에도(江戶, 지금의 도쿄) 막부가 울릉도와 독도는 조선의 영토라는 결론을 내렸으며, 제국의 메이지 정부도 초기에는 울릉도와 독도를 조선의 영토로 인정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도의 다케시마 실효적 지배는 사실이지만

 

그러나 대동아공영권을 공고히 하고, 동아시아에서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서는 다케시마가 대일본 제국의 영토라는 사실을 명토 박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제국에서는 영유권 분쟁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것입니다. 다케시마 영유권과 관련하여 제국 군인과 경찰과 밀정과 낭인 여러분의 확고한 인식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충용한 제국 신민 여러분, 79년 전, 제국이 피눈물을 삼키고, 개화 이래 겨레의 슬기와 힘을 모아 가꾸어 오던 대제국 건설의 빛나는 걸음을 멈추고, 영용한 신민 장병의 거룩한 피와 꿈도 땅 밑에서 흐느끼는 모든 구령(舊領: 옛 영토)과 싸움터에서 성전의 칼을 놓았던 그때를 생각하면 이 노병의 가슴은 폐하에 대한 죄스러움이 어제같이 되살아납니다.

 

흘러간 영화의 터에서 다시 밝아올 그 언젠가 기쁨의 날을 위해 청사(靑史)만이 알아줄 싸움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총독부 예하의 모든 군관민 여러분. 오늘 본인은 제국의 번영과 나라의 체통에 크게 유익한 소식을 여러분에게 전하게 되었음을 참말 기뻐하는 바입니다.

 

반도에서 다케시마를 ‘독도’라는 이름을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영미(英米) 귀축(鬼畜) 연합국 사령부 최고사령관 마카사(マッカーサー, 맥아더)가 울릉도, 리앙쿠르 열암(竹島), 제주도를 일본 영토에서 제외한 뒤, 이후 연합국은 1952년 4월 대일 강화조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독도를 일본 영토로 변경한 적이 없습니다.

▲ 독도경비대 앞 암벽의 바위글씨는 1954년 8월 울릉경찰서에서 새겼다.

1953년 4월 일본인들이 미국기를 게양하고 독도에 상륙하여 영토를 선포하고자 하였으나, ‘독도의용수비대’에 밀려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후쿠다 다케오 총리와 아베 신타로 외상 등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것은 각각 1977년, 1984년이었습니다. 방위백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처음 포함한 게 2005년이었고, 문부과학성이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명기를 공식 발표한 것은 2008년이었습니다.

 

‘식민지근대화론자’ 인사 … 전쟁기념관·지하철 역사에서 사라지는  ‘독도(다케시마) 조형물’

 

그런데, 최근 반도의 윤석열 정부에서는 사도 광산 세계유산 등재에 무난하게 동의해 주었고, 식민지근대화론, 사회진화론 등의 이념을 표방하는 보수 우익의 한 갈래인 뉴라이트(New Right) 계열의 인물들을 주요 보직에 임명하는 추세입니다. 여론과 야권, 시민 사회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독립기념관과 ‘국사편찬위원회’까지 3대 역사기관의 수장을 이들 ‘뉴라이트’가 장악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소식은 미처 기대하지도 못한 내용입니다.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사업회가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있던 독도(다케시마) 조형물이 예고 없이 사라졌고, 지난 2000년대 초반, 일본의 역사 왜곡이 심각해지자, 이에 대응하고자 서울 지하철 역사 곳곳엔 설치한 ‘독도(다케시마) 조형물’이 사라지고 있음이 그것입니다.

▲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사업회가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있던 독도 조형물이 예고 없이 사라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전쟁기념관의 ‘6·25전쟁’ 실 앞 복도에 있던 독도(다케시마) 조형물은 지난 6월 초 수장고로 옮겨졌고, 그 자리에는 한국 전쟁 참전 용사 소개 영상이 나오는 디지털 전광판과 전시 안내 배너가 자리 잡았다는 것입니다. 전쟁기념관 관계자는 “조형물이 낡은 데다 애초 설치 장소가 전시 공간이 아니어서 수장고에 넣어둔 것이지 철거나 폐기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관련 전시나 상설전 등 계기가 있으면 독도 조형물을 재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시민사회와 야권은 의구심으로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 전쟁기념관에서도 독도가 사라졌다]

 

앞서 서울교통공사도 광복절을 앞두고 ‘통행 방해’와 ‘안전’을 이유로 안국역 등 서울 시내 지하철역 두 곳의 독도 조형물을 철거했습니다. 2010년, 제국이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다케시마의 날’을 조례안으로 제정하자, 2009년 서울시의회 ‘독도 수호 특별위원회’가 영토주권을 알리자며 건의해 서울 광화문역과 안국역, 시청역 등 지하철 6곳에 설치한 독도 조형물입니다. [관련 기사 : 하필 독도만 사라져..‘우연이겠지 하다 기겁]

▲ 2010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다케시마의 날' 제정에 대응해 조성한 지하철 안국역의 독도 조형물은 광복절을 앞두고 철거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직접 나서 사과하고 조형물 재설치를 약속한다고 하지만, 전쟁기념관과 서울 지하철 역의 다케시마 조형물이 일제히 철거되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한 구석이 많습니다. 인사 논란 등으로 쪼개져 열린 반도의 ‘소위’ 광복절 기념식에서 윤 대통령이 제국과의 관계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은 것과 연관하여 여론이 들끓고 있으니, 이에 관한 구체적 언급은 따로 하지 않겠습니다.

 

충용한 제국(帝國) 신민(臣民) 여러분. 제국이 재기하여 반도에 다시 영광을 누릴 그날을 기다리면서 은인자중 맡은바 고난의 항쟁을 이어가고 있는 모든 제국 군인과 경찰과 밀정과 낭인(浪人) 여러분. 제국의 유덕(遺德)과 치적은 맥맥히 이 산하와 인심 속에 살아 있어서 이 노병(老兵)의 지난한 임무를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 들어 5번째, ‘비공개’로 시행된 소위 독도방어훈련

한편 지난 8월 21일에는 반도의 군사 당국이 소위 ‘독도방어훈련’을 시행했습니다. 군사 당국은 매년 두 차례 독도 인근에서 시행하는 독도방어훈련을 ‘동해 영토수호 훈련’이라고 부르는데 현 정부 들어 이 훈련은 이번이 다섯 번째이며 모두 비공개로 진행되었다는 점도 의미 있는 변화로 기억해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과거 반도의 군 당국은 공군 전투기와 해병대 상륙 병력까지 동원하고 사전에 훈련 계획을 알리면서 공개적으로 독도방어훈련을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서는 훈련의 규모를 축소하고, 언론에도 훈련 사실을 홍보하지 않고 훈련을 전개한 것입니다.

 

올 1월, 다케시마 지도를 누락하고, 다케시마가 ‘영토 분쟁 중’이라는 표현까지 써 논란이 된 군 정신전력교육 교재 문제에 이어서 7월에는 해양수산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다케시마’가 빠지는 일도 언론에 알려졌습니다. 지금까지 이러한 문제는 적절한 때에 언급함으로써 이른바 ‘실효적 지배’를 확인하고자 해 온 반도에서 이는 어떤 가시적 변화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 결국 회수되어 수정하였으나, 독도를 '영토 분쟁 중'이라고 서술하여 논란을 일으킨 현정부의 국군 정신전력교육 기본 교재.
▲ 한국 뉴라이트의 사상적 기반은 '식민지근대화론'. 이를 토대로 이들은 반민족적, 친일적 주장을 거듭하며 논란을 일으켜 왔다.

그러나 현재의 반도에서는 ‘금기’에 가까운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볼 수 없다”라고 주장한 인물도 있습니다.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사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는 조선시대 지도의 독도 위치가 지금 지도와 다르다며, “독도 인식은 대한민국 성립 이후 그것도 지난 20년 사이에 급하게 반일 민족주의의 상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니 한일 양국이 서로 양보하자고 하는데, 이는 다케시마를 반반 나누자는 제국의 주장과 비슷합니다. 그는 또 지난달 일본 도쿄의 위안부 한미일 세미나에서 “위안부는 매춘이었다”고 주장했는데, 여기엔 같은 주장을 하는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가 함께 했습니다. 모두 제국의 재기를 돕는 반도의 우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반일 종족주의>의 공저자 정안기 씨는 <테러리스트 김구>라는 책을 출판했고, 일제의 쌀 수탈은 수출이었다는 또 다른 공저자 김낙년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사장은 한국학중앙연구원장에, 제국이 반도를 강점하고 있던 때 편 통신산업이 한국 근대화의 토대가 됐다고 주장하는 박이택 낙성대경제연구소장은 독립기념관 이사가 되었습니다. 우군(友軍)의 외연이 점점 넓혀지는 듯해 기꺼운 마음을 숨기지 못하겠습니다. [관련 기사 : 독도는 한국 땅 아니다윤석열 정부에서 번성하는 뉴라이트]

▲ 독도의 일몰. 독도를 십수 차례 드나들면서 독도의 정경을 렌즈에 담은 경북 의성의 사진가 김재도 선생의 작품이다.

이는 모두 제국의 유덕(遺德)과 치적은 맥맥히 이 산하와 인심 속에 살아 있어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반도에 그날이 오기까지 충용한 나의 장병과 유지 여러분과 낭인 여러분, 자중자애하고 권토중래를 신념하십시오. 반도는 갈 데 없는 제국의 꿈, 제국의 비밀입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영원한 사랑입니다.

 

반도의 전운(戰雲)이여. 때맞춰 일어나고, 때맞춰 스러지라.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산하 생령(生靈)을 맡고 있는 본인의 뜻을 어기지 말라. 나의 휘하 장병이여. 관민 여러분. 식민지의 모든 밀정, 낭인 여러분. 불발(不拔)의 믿음으로 매진하라. 제국(帝國)의 반도(半島) 만세. 

 

이상으로 총독 각하의 노변담화를 마치겠습니다. 제국의 반도 만세. 여기는 조선총독부 지하부가 보내드리는 총독의 소리입니다.

 

 

2024. 8. 24.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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