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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가겨 찻집223

철수와 찰리? 정체성의 표지, 이름-한글 이야기(3) 영어식 이름을 생각한다이름이란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개인 정체성(正體性, identity)의 표지로 인식된다. 그것은 비단 개인의 정체성에 머물지 않고 나라·민족과 자연스레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사람의 이름에서 그의 나라와 민족을 유추해 내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름, 개인 정체성의 표지 ‘톰’이나 ‘메리’가 영어권의 이름이라는 것과 ‘미찌꼬(美千子)’와 ‘장웨이(張偉)’가 각각 일본과 중국의 이름이라는 것은 다르지 않다. 로마노프나 고르바초프처럼 ‘-프’로 끝나는 이름이 대체로 슬라브족을 이른다거나 무하마드가 아랍인의 이름이라는 건 상식이다. 우리의 이름은 어떨까. 초등학교 때부터 교과서에서 배우는 가장 표준적인 한국인의 이름은 ‘철수’와 ‘영희’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면서 이름을 붙이는 .. 2019. 10. 7.
[한글 이야기] <한겨레> ‘매거진’ ‘ESC’의 알파벳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3) 슬슬 나도 고리타분한 원칙론이나 되뇌는 ‘아재’ 대열에 합류하는가 싶다. 이 ‘글로벌’한 세상에 한글 타령이 무슨 소용일까만 한글 자리에 슬금슬금 엉덩이를 들이밀고 있는 알파벳이 한눈에 들어오니 하는 말이다. 워낙 세상이 그러하니 그걸 그렇다고 말하는 것도 민망스러울 지경이다. 도 변신해야 산다?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는 제목의 글을 두 편 썼다. 한 편은 2013년 10월[‘KB 국민은행’에서 ‘MG 새마을금고’까지]에, 또 한 편은 올 1월에 썼다.[ ‘섹션’과 ‘뉴스룸’의 영자 타이틀 유감] 첫 번째 글은 주로 은행이나 기업의 이름을 영자로 표기하는 데 대한 문제 제기였고, 두 번째 글은 ‘뉴스룸’의 꼭지 이름을 영자로 표기(비하인드 뉴스)하는 문제를 다.. 2019. 10. 7.
[한글 이야기] ‘생음악’과 ‘라이브(Live)’ ‘생음악’은 ‘라이브(Live)’로 대체되었다 나는 한글 문서 속에 빈번하게 쓰이는 로마자를 보면서 그게 생뚱맞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어지간한 로마자도 한글로 풀어서 쓰는 를 오래 보아서일까. 나는 굳이 를 라고 쓰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너무 한글 속에 자발없이 쓰이는 영자를 보면 기분이 개운치 않다. 그러나 ‘시대가 시대’ 아닌가. 요즘 아이들은 일상의 대화 속에 로마자를 아주 천연덕스럽게 끌고 들어와 쓴다. 아이들은 우리 세대와는 달리 ‘텔레비’나 ‘텔레비전’ 대신 ‘TV(티브이)’를, ‘컴퓨터’ 대신 ‘PC(피시)’를 즐겨 쓴다. 영어 낱말에다 ‘-하다’를 붙여서 쓰는 말도 아이들에겐 자연스럽다. ‘슬림(slim)하다’는 그예 ‘터프하다’나, ‘핸섬하다’처럼 우리말 낱말로 바뀌어 가.. 2019. 10. 6.
[한글 이야기] <한겨레> ‘섹션’과 <JTBC> ‘뉴스룸’의 영자 타이틀 유감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2) 가겨 찻집에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를 쓴 게 2013년 10월이다. 나는 주로 은행 등 금융기관 쪽에 분, 회사 이름을 영자로 표기하기 시작한 현상에 관해서 썼다. 국민은행이 ‘KB(케이비)’라고 쓰기 시작한 이래 계속된 이 현상은 마침내 ‘NH-엔에이치’(농협)와 ‘MG-엠지’(새마을금고)에까지 이르렀다.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 이후 3년 워낙 ‘글로벌’ 시대라 하니 기업체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쓰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그것을 표기하면서 한글 없이 영자로만 쓰는 건 다른 문제라는 게 내 문제의식이었다. [관련 기사 : ‘KB 국민은행’에서 ‘MG 새마을금고’까지] 그리고 이제 이런 상표는 괄호 속에서 온전히 벗어나 민얼굴로 세상을 활보하고 있.. 2019. 10. 6.
[한글 이야기] ‘KB 국민은행’에서 ‘MG 새마을금고’까지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1)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란다. 맞다. 한때는 괄호 속에 묶이던 로마자 알파벳은 이제 그 고리타분한 포장을 벗고 공공연히(!) 한글 속에서 늠름하게 쓰인다. 일상 언어 속에서도 영어는 마치 전근대의 한자어와 같은 지위를 얻은 것처럼 보인다. 인쇄물과 영상물에, 거리의 간판에 영자는 차고 넘친다. 대중가요에도 영어 구절이 마치 고명처럼 끼어든다. 더러는 한류를 타고 우리 노래가 바다를 건너기도 하니, 단순반복의 영어 가사를 섞어 놓은 이들 노래는 말하자면 국제화 시대의 ‘트렌드’가 된 셈이다. ‘괄호 밖’으로 나온 ‘로마자’들 기업체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쓰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표기하면서 의심 없이 영자를 쓰는 건 다른 문제다. 세계 굴지의 글로벌 .. 2019. 10. 5.
두벌식 오타, 한글 이야기(3) 두벌식 자판은 오타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 요즘이야 모두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지만, 한때는 타자기가 가장 첨단의 문서작성기인 때가 있었다. 나는 1977년 군 복무 중에 타자기를 쓰기 시작했다. 글쇠만 한글 자모로 바꾼 미제 레밍턴 타자기였다. 당시의 자판은 자음과 모음 모두가 두 벌인 네벌식이었다. 나는 이른바 독수리 타법으로 능숙하게 서류를 만들곤 했다. 초성과 받침으로 쓰는 자음이 두 벌이지만, 모음은 어떻게 두 벌인가. 받침이 없을 때 쓰는 모음과 받침이 있을 때 붙이는 모음은 달라야 한다. 그건 말하자면 기계식 타자기의 한계였던 셈이다. 제대하고 복학하면서 국산 클로버 타자기를 샀다. 마라톤 타자기도 있었는데 어쩐지 클로버가 끌렸던 탓이다. 네벌식 자판에 능숙해지자 전동타자기와 전자타자기가 .. 2019. 9. 29.
부톤섬으로 간 한글 ② ‘따리마까시(고마워요), 한글’ (MBC ‘뉴스 후’) 시청기 벌써 한글을 읽어내는 아이들 인도네시아의 한 소수민족이 ‘한글’을 공식문자로 선택했다는 소식을 전한 게 8월 7일이다. (한글, 인도네시아 부톤섬으로 가다) 어차피 매스컴에 의존한 기사였으니 우리 한글이 문자가 없는 한 소수민족의 문화와 역사 기록에 도움을 주게 되었다는 내용이 고작이었다. 문화방송(MBC)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뉴스 후’가 ‘따리마까시(고마워요), 한글’이라는 방송을 내보낸 것은 지난 20일이다. 나는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이 프로그램의 후반부를 시청했고, 나중에 토막 시간을 내어 ‘다시 보기’로 그 전편을 시청했다. 이 프로그램은 찌아찌아족이 사 인도네시아 바우바우시를 현장 취재했다. 그리고 한글의 ‘경쟁력’을 짚어보고 .. 2019. 9. 26.
한글, 인도네시아 부톤섬으로 가다 인도네시아의 한 도시에서 자신들의 언어 표기 문자로 한글 공식 채택 한글이 ‘세계 최고 수준의 문자’라는 사실은 더는 새롭지 않다.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헌사와 찬사도 차고 넘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한글과 관련된 논의는 그런 최고의 찬사 속에 화석처럼 갇혀 있었던 듯하다. 그것은 정작 한글이 ‘민족문자’로서의 한계를 넘지 못했으며, 제 나라 제 국민에게서도 여전히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한 까닭이다. 한글이 유네스코의 세계 기록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1997년이다. 1998년부터 2002년 말까지 진행된, ‘문자 없이 말만 있는 언어’ 2900여 종에 가장 적합한 문자를 찾는 유네스코의 연구에서 한글은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비록 한국 정부의 후원을 받기는 하지만 유네스코가 문맹 퇴치 기여자에게 주는 상도.. 2019. 9. 25.
나는 ‘즐거운 주말’이 되고 싶지 않다 ‘말글 살이 이야기 - 가겨찻집’를 시작하면서 새로 방 한 칸을 들인다. 내 블로그는 네 칸짜리 ‘띠집’인데 여기 또 한 칸을 들이면 ‘누옥(陋屋)’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세 칸을 넘으면 이미 ‘수간 모옥(數間茅屋)’에 넘치니 꼼짝없이 ‘띠집’[모옥(茅屋)]을 졸업해야 할 듯도 하다. 새로 들이는 칸의 이름은 ‘가겨 찻집’이다. 한겨레 18°의 고정 꼭지였던 ‘말글 찻집’을 본뜬 이름이다. 워낙 그 꼭지 이름이 가진 울림이 좋아서 뒤통수가 뻐근해지는 걸 감수하고 본떠서 쓴다. ‘가겨’는 물론 ‘가갸거겨’를 줄인 것. 나는 여기다 우리 말글살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두서없이 늘어놓으려 한다. 오랜 망설임과 주저가 있었다. 물론 망설임의 까닭도 여럿이다. 아이들에게 겨레말을 가르쳐 온 지 스무 해가 넘었.. 2019. 9. 15.
‘세상을 담는 아름다운 그릇’, 한글 563돌 한글날을 맞으며 내일은 훈민정음 반포 제563돌을 기념하는 한글날이다. 2005년 우여곡절 끝에 국경일의 지위를 회복하였지만, 여전히 공휴일과는 거리가 먼 날이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나는 태극기를 달고 양복을 입고 출근할 것이며, 아이들에게 문병란 시인의 ‘식민지의 국어 시간’을 읽어 줄 것이다. 조회를 열어 한글날 기념식을 치르는 것은 이제 아득한 전설이 되었다. 0교시 보충수업으로 하루를 열고 보충수업과 야간자습으로 하루를 닫는 2009년의 인문계 고등학교는 여전히 바쁘고 고단하기만 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놀토’ 때문에 다음 주말로 밀린 ‘한글날 기념 백일장’이 그나마 이날을 기억하는 유일한 시간이다. 비록 ‘영어 몰입교육’ 소동으로 통치를 시작한 정권이긴 하지만, ‘한글날’은 국.. 2019. 9. 12.
뒤늦게 ‘아래아 한글’에서 맞춤법을 배운다 한글 2018의 한글맞춤법 검사 기능‘한글 2018’을 쓰면서 이전 판에서는 거의 쓰지 않았던 ‘맞춤법’(F8) 검사·교정 기능을 매우 생광스럽게 쓰고 있다. 지금도 평생교육 사이트 ‘우리말 배움터’에서 쓰이고 있는 이 검사기는 부산대학교 인공지능연구실에서 개발한 ‘아래아 한글용’이다. ‘한글 2018’에서는 ‘맞춤법 검사 기능’을 아래와 같이 ‘개선’했다고 밝히고 있다.‘아래아 한글’의 맞춤법 기능 '괄목상대'하게 되다 ‘아래아 한글’의 맞춤법 기능은 잘못 쓰인 단어나 어구에 빨간 줄로 표시되는데 유독 이번 판에서는 그 빈도가 는 느낌이 있었다. 흠이 보이지 않는 문장에도 빨간 줄이 그어지니 궁금해서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랬는데 아, 이게 허투루 넘길 부분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번쩍 든 것이다.. 2019. 7. 24.
세벌식 , 한글 이야기(1) 세벌식 글자판과 한글 입력타자기를 처음 만지게 된 것은 군대에서였다. 먹지를 대고 공문서를 쓰고, 등사기로 주번 명령지를 밀던, 특전대대 행정서기병 시절이다. 어느 날, 중고 레밍턴 타자기 1대가 대대 인사과로 내려왔다. 비록 중고이긴 했지만, 그 작고도 선명한 인자(印字)가 선사하던 감격을 잊을 수 없다. 한 이태 가까이 그놈을 벗하며 살았다. 이른바 ‘독수리 타법’을 벗지 못하였지만, 일정한 속도를 확보할 무렵, 나는 만기 전역했고 이내 대학으로 돌아갔다. 이듬해, 월부로 ‘크로바 타자기’를 한 대 샀다. 물경 10만 원짜리였다. 자판을 외우고 능숙하게 다섯 손가락을 자유로이 쓰게 된 것은 당연한 일. 모두 손으로 쓴 졸업논문을 낼 때, 타자로 가지런히 친 논문을 제출한 건 나뿐이었을 게다. 독재정권.. 2019.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