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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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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래의 울림, 멕시코 민요 제비 멕시코 민요 ‘제비’, 카테리나 발란테와 냇킹 콜, 혹은 조영남 시방 슈퍼 태풍 ‘제비(Jebi)’가 일본을 강타했다는 소식이다. 제비는 2018년 발생한 태풍 중 가장 강할 뿐 아니라 일본에 상륙한 태풍으로도 25년 만에 가장 강한 태풍이란다. 제비는 우리나라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말 그대로 참새목 제비과의 여름 철새를 이른다. 제비는 우리 일상에서 가장 친숙한 조류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시골에서 처마 밑에 진흙으로 만든 둥지를 만들고 살던 제비를 이웃하고 자랐다. 삼월 삼짇날에 강남에서 돌아온 제비는 중양절(重陽節)인 9월 9일에 날씨가 따뜻한 강남으로 돌아간다. ‘제비 오는 날’인 삼월 삼짇날이 길한 날로 여기는 것은 본격적인 봄의 시작을 알리기 때문이다. 제비, 혹은 이별의 상징, 멕시코 민요 인.. 2018. 12. 30.
[오늘] 장태수, ‘원수의 돈’ 일제 은사금 거부하고 목숨을 거두다 [역사 공부 ‘오늘’] 1910년 12월 28일, 장태수 24일 단식으로 순국하다 1910년 12월 28일(음력 11월 27일) 수요일, 전북 김제 금구의 남강정사(南崗精舍)에서 일유재(一逌齋) 장태수(張泰秀, 1841∼1910) 선생이 예순아홉 살을 일기로 순국하였다. ‘불충과 불효한 죄를 죽음으로 씻는다’고 하며 단식에 든 지 24일 만이었다. 장태수는 전북 김제 출신으로 내부협판 장한두의 아들이다. 본관은 인동, 자는 성안(聖安), 호는 일유재(一逌齋). 1861년 약관에 식년문과에 급제하여 출사(出仕)한 이래 사간원 정언, 사헌부 지평 등 청요직(淸要職)을 거쳐 정3품 당상관인 통정대부에 이르렀다. 일유재, 24일 단식 끝에 순국 1895년 단발령이 내리자 장태수는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왔.. 2018. 12. 29.
후작에서 자작까지, 경술국치와 조선귀족들 매국의 상급으로 이른바 ‘은사금’과 귀족 작위를 받은 매국노들 영화 이 천만 대 관객을 모으면서 사람들에게 청산되지 못한 식민지 시기 역사를 새삼 돌아보게 한 것은 뜻밖의 덤이라고 봐도 좋겠다. 이 잘 만들어진 한 편의 활극은 흥미진진했을 뿐 아니라 역사적 인과로서의 ‘지금, 여기’의 문제를 환기해 주었던 것이다. 그것은 잊힌 이름인 약산 김원봉이나 친일파, 의열단, 반민특위와 같은 현대사의 몇몇 장면들과 함께,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혼곤한 자유의 근원을 잠깐 되돌아보게 해주었다. 해방 70년을 맞지만 정말, 우린 온전히 해방되었는가, 여전히 우리는 1945년 8월 15일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 것은 아닌가……. 어제, 아베 일본 총리는 ‘종전 70주년 담화’에서 식민지배와 침략 등을 적접 언.. 2018. 12. 28.
박인환, 박인희의 ‘세월이 가면’ 박인희가 부른 박인환의 즉흥시 ‘세월이 가면’ 얼마 전 김수영을 가르치면서 1950년대 동인 활동을 같이 했던 박인환(1926~1956)을 잠깐 소개한 적이 있다. 그의 시 와 을 읽어주었고, 그가 보여준 댄디즘과 1950년대의 분위기를 잠깐 언급하기도 했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로 박인환과 만났다. 중학교 3학년, 한림(翰林)출판사에서 간행한 하얀 색 하드커버의 , 그 세로쓰기 시집에서 만난 그 시를 나는 금방 외워버렸다. 지금도 더듬지 않고 그 시를 외울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그 때의 흐려지지 않은 총기(聰氣) 덕분이다. 가 무엇을 노래한 시였던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장황한 서술 속에 자리한 ‘문학’과 ‘인생’ 따위의 낱말들에 열여섯 문학소년은 매료되어 버렸던 것이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 2018. 12. 27.
이제 ‘꺼림직하다’나 ‘추켜세우다’도 표준어다 국립국어원, 2018년도 1/4~3/4분기 정보 수정 주요 내용 공개 국립국어원이 2018년도 1/4분기에서 3/4분기까지 정보 수정 주요 내용(30개)을 공개했다. 핵심 내용은 2017년 국어심의회 결정에 따라, 그동안 비표준어로 다루어 왔던 ‘꺼림직이, 꺼림직하다, 께름직하다, 추켜세우다, 추켜올리다, 치켜올리다’의 전체 또는 일부를 표준어로 변경한 것이다. 에서 ‘북한어’로 표시되는 표제어들이 있다. 이들 낱말은 북한에서는 ‘문화어’, 즉 표준어의 지위를 갖지만, 남한에서는 비표준어로 처리된다. 북한어는 《조선말 대사전》(1992)에 수록된 단어 가운데 남한에서 쓰임이 확인되지 않은 단어와 어문 규정의 차이로 달리 표기하는 단어를 편찬 원칙에 따라 선정하여 수록하였다. 남한에서 쓰는 단어라도 북한에.. 2018. 12. 25.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성공은 그만두지 않음에 있다’ 2018, 무술년 ‘올해의 사자성어’ 이 선정해 발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 기사가 신문마다 실리는 걸 보면 세밑이 가까워졌다. 한 해의 간단하지 않은 곡절을 네 글자의 한자 말로 줄이는 이 기획의 역사는 꽤 오래된 듯하다. 복잡다단한 일 년간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네 자로 줄이는 게 가당키나 하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만, ‘올해의 사자성어’가 뭇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그 성어가 감추고 있는 함의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교수신문이 진행한 2018, 무술년 ‘올해의 사자성어’ 설문 조사 결과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이 선정됐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전국 대학교수 878명 중 341명(38.8%)이 선택한 이 사자성어의 출전은 『논어』,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관련 기사 : .. 2018. 12. 24.
그 ‘맥주공장’은 광주로 가지 않았다 “구미의 ‘맥주 공장’이 광주로 갔다”는 ‘낭설’은 믿고 싶은 이에겐 ‘진실’이 된다 새 학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어떤 행사의 뒤 끝에 동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끝에 구미 경제가 화제로 떠올랐다. 장사를 하든 사업을 하든 인구 변동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예사롭지 않은데 공단에서 철수하는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 끝에 ‘오비맥주 구미공장’이 화제에 올랐다. - 오비맥주 구미공장은 DJ정부 때 광주로 옮겨갔지요. 그런데 웃기는 건 광주공장에서 맥주를 생산하려니까 수질이 좋지 않아서 생산을 못 했다는 거예요. 거의 만화지요. - 처음 듣는 얘깁니다. 그런데 가정집도 아니고, 큰 공장을 옮기면서 사전조사도 안 하고 옮겨갔다니 이해가 안 되네요. 물을 원료로 하는 맥주공장이 옮기면서.. 2018. 12. 23.
목수 아버지의 추억 공구에 대한 집착 … ‘목수 아버지’의 피 요즘 나는 펜치나 드라이버, 망치와 톱 같은 공구들에 묘한 집착을 느낄 때가 많다. 얼마 전 사무실에 굴러다니던 녹슬어 뻑뻑해진 소형 펜치를 후배의 충고대로 식용유를 이용해 정성들여 녹을 닦아내 제대로 쓸 수 있게끔 만들어 놓았다. 연모, 그리고 인간 보이지 않는 부위 깊숙이 녹이 슬어 거의 사용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물건이 몇 방울의 식용유를 먹고 붉은 녹물을 조금씩 토해내더니 곧 새것일 때의 기능을 되찾는 것을 보면서 나는 설명할 수 없는 즐거움을 느꼈다. 가끔씩 무료해지는 시간마다 연필꽂이에 꽂아둔 그 놈을 꺼내 만지작거리면서 연모를 처음 만들어 쓰던 때의 선사시대의 인간을 생각하곤 한다. 그보다는 더 오래 전 일로, 집에서 쓰던 망치의 자루가 부러져 .. 2018. 12. 21.
손방 문학도의 샤워수전 교체기 ‘똥손’ 국어교사의 DIY 도전기 학창시절부터 수학, 과학과는 아예 담을 쌓고 살아온 나는 타고난 ‘문과 체질’이다. 대학도 수학 시험을 치지 않는 학교를 골라서 갔다. 이처럼 자기 체질을 스스로 확인하면서 우린 자신도 모르게 그 체질을 강화하면서 살게 된다. 그러다 보니 행여 있을 수도 있는 ‘이과적 특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기도 한다. 문과 체질이라는 것은 단순히 수학이나 과학 같은 교과에 질색을 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기계나 연모에 대한 흥미나 관심이 두드러지게 낮고 그 운용에도 무디다는 사실을 포함한다. 적어도 나는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내게 이과적 흥미 따위는 결코 없다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문과’ 체질의 한계 고교 시절부터 나는 연로하신 부모님을 대신해 정미소에서 방아를 찧었다. 시작.. 2018. 12. 21.
60년 넘게 일본 정부와 싸운 92세 ‘BC급 전범’ 이학래 [서평] 이학래 선생 회고록 1948년에 도쿄에서 열린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A급 전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7명에게 교수형, 나머지 18명에게는 종신형과 유기금고형이 선고됐다. 이로써 ‘평화에 대한 죄’의 용의자인 A급 전범에 대한 단죄가 끝났지만 ‘전쟁 범죄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규정한 포츠담선언에 따른 이 재판은 정의롭지도 공평하지도 않았다(관련 글 : 1948년 오늘-도쿄재판, 일본 전범 7인에게 사형을 선고하다). 태평양전쟁의 최대 책임자였던 일왕 히로히토(裕仁)를 비롯해 적지 않은 전쟁범죄자들이 처벌을 비켜 갔기 때문이었다. 맥아더의 참모였던 연합군 최고사령부 찰스 윌로비(Charles A. Willoughby) 장군이 ‘역사상 최악의 위선’이라고 한 언급은 그런 상황을 에둘러 짚은 것.. 2018. 12. 21.
2006년 금강산, 그리고 2018년 서울 평창 동계올림픽을 축하하는 북측 예술단이 두 차례의 공연을 마치고 지난 11일에 북으로 돌아갔다. ‘평창’을 굳이 ‘평양’으로 읽고 싶어 하는 극우단체들이 공연을 따라다니며 반대 집회를 벌였지만 이들은 공연을 관람한 시민들로부터 따뜻한 환영과 함께 큰 박수도 받았다. 삼지연관현악단이 불러준 우리 대중가요 강릉의 첫 공연은 공중파의 녹화 중계로 볼 수 있었지만 서울 공연은 따로 중계가 없었던 것 같다. 대신 인터넷 유튜브에는 중계방송 대신 길고 짧은 동영상이 여러 편 올라와 있었다. 나는 그 중 ‘삼지연 관현악단이 부른 남한 가요 종합 모음’이라는 26분짜리 동영상을 내려받았다. 나는 깊숙이 의자에 몸을 파묻고 컴퓨터 모니터로 북한 예술단 공연을 시청했다. 나는 왁스가 불렀다는 ‘여정’이란 노래를 북한 여.. 2018. 12. 20.
남과 북의 두 ‘여정’, 혹은 사랑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김옥주가 부른 ‘여정’ 남과 북의 두 ‘여정’ 평창 동계 올림픽 때 남쪽을 찾은 북측 예술단 서울 공연(2018.2.11.) 이야기는 그들이 돌아가고 난 2월 말께에 한 차례 했다. 나는 그들이 부르는 이남 노래를 들으며 12년 전, 금강산을 찾았을 때를 떠올렸고, 그 아련한 기억의 울림에 한동안 젖기도 했다. [관련 글 : 2006년 금강산, 그리고 2018년 서울] 거기서 북한 가수 김옥주가 부른 ‘여정’에 대한 느낌도 짤막하게 밝혔었다. 김옥주의 노래를 듣기 전에 나는 남쪽 가수 가운데 왁스라는 이가 있었다는 것 정도는 알았지만, 그의 얼굴은 물론, 그의 노래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여정’의 곡조에 끌렸겠지만, 사실은 애절하고 다소 신파조인 가사에 더 끌렸던 것 같다.. 2018.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