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여섯 번째 절기 ‘대서’
7월 23일(2024년도에 22일)은 24절기 중 열두 번째 절기, 여름의 여섯 번째 절기인 대서(大暑)다. 소서(小署)와 입추(立秋) 사이에 드는 대서는 태양의 황경(黃經, 춘분점으로부터 황도(黃道)를 따라 동쪽으로 잰 천체의 각거리)이 대략 120도 지점을 통과할 때다.
대서는 소서와 함께 24절기 중에서 별로 잘 언급되지 않는 절기다. 추위가 몰려오는 대한 소한은 자연스럽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만, 대서와 소서가 잘 언급되지 않는 이유는 추위만큼 고통스럽지 않아서일까.
우리나라에서 대서는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가장 극심해지는 때다. 하루 전날(22일, 2024년엔 25일)이 중복(中伏)이니 더위를 경고하고 있는 절기인 것이다. 예부터 대서 더위를 일러 “염소 뿔도 녹는다.”라고 하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옛날 중국에서는 대서 입기일(入氣日)로부터 입추까지의 기간을 5일씩 끊어서 삼후(三候)로 하였는데, 『고려사(高麗史)』의 기록을 보면 대서는 6월 중기로 초후(初候)에는 썩은 풀에서 반딧불이 나오고, 차후(次候)에는 흙에 습기가 많으며 무덥고, 말후(末候)에는 큰비가 때때로 온다고 하였다.
대서는 중복 무렵일 경우가 많으므로, 삼복더위를 피해 사람들은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계곡이나 산정(山亭)을 찾아가 노는 풍습이 있다. 때로 이 무렵에는 장마전선이 한반도에 동서로 걸쳐 있으면 큰비가 내리기도 한다. 올해(2018년)는 태풍 ‘다나스(DANAS)’가 스쳐 지나면서 큰비가 내렸다. 다행히 다나스는 내륙에서 소멸하면서 피해가 크지는 않았다.
2023년 현재, 장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례없는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산사태 등으로 모두 47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해에 이어 침수로 인명이 희생되는 사고가 이어지는데, 정작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데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염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24절기 가운데 가장 존재감이 떨어지는 절기가 바로 소서와 대서인 것은 한여름의 불볕더위, 찜통더위는 주로 삼복(三伏)을 중심으로 나기 때문이다. 소서와 대서 대신, 삼복으로 이 시기의 기후적 특징을 인식하면서 우리는 여름을 나는 것이다.
이 무렵엔 논밭 김매기, 논·밭두렁의 잡초 베기, 퇴비장만 같은 농작물 관리가 바빠진다. 또한, 참외, 수박을 비롯한 여름 과일이 풍성하게 나오는 때다. 자두와 복숭아, 포도 따위가 청과물 시장에 선을 보이기 시작한다.
참외, 수박은 워낙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여 봄부터 시장에 나오다 보니 7월이면 이미 끝물이다. ‘냉상(冷床)’이라고도 하는 노지(露地) 재배 과일이 나올 때니, 성주나 칠곡의 비닐하우스 생산 참외 수박이 막바지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자두와 복숭아는 아직 첫물처럼 보인다. 장마가 끼어서 다소 상황이 달라지긴 했지만, 의성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벗이 ‘아직’이라고 하는 걸 보면. 인근 김천의 청과물 시장에 가면 값싸고 물 좋은 복숭아, 자두가 지천이라고 아내가 언제 거기 가보자는데, 이 비가 그치면 그쪽 시장을 구경하는 것도 괜찮겠다.
22일이 중복이고, 일기예보는 이번 주 기온이 30도를 넘을 것이라니, 이 절기는 날씨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게 맞다. 며칠 동안 계속된 비로 높아진 습도로 집안의 공기는 잔뜩 눅다. 아직 한 번도 열대야가 없었던 올여름 더위는 이제 시작되는 걸까.
그러나 8월 8일이 입추, 어쩌면 시간은 가을 쪽으로 서서히 기울고 있다. 시간은 누구의 편도 아닌 것이다.
2018. 7. 22. 낮달
[서(序)] 새로 ‘24절기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여름 절기
입하(立夏), 나날이 녹음(綠陰)은 짙어지고
소만(小滿), 밭에선 보리가 익어가고
망종(芒種), 남풍은 때맞추어 맥추(麥秋)를 재촉하고
하지(夏至) - 가장 긴 낮, 여름은 시나브로 깊어가고
소서(小暑), 장마와 함께 무더위가 시작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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