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풀꽃과 나무 이야기

모란과 장미, 그리고 처음 만난 꽃들 – 2026년의 봄꽃(4)

by 낮달2018 2026. 4. 28.

목향장미에서 고광나무까지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1. 익숙한 꽃들

 

모란과 장미

▲ 동네 중학교 뒤편의 가정집의 모란꽃. 꽃이 만개한 이후 서서히 시들고 있다. 올해 모란은 예년보다 서둘러 피었다.
▲ 장미꽃은 어느 날 갑자기 피어나 울타리로 서서히 번지기 시작했다.

예년과는 달리 올해 우리 동네의 모란은 4월 중순에 일찌감치 피었다가 지금 바야흐로 지고 있다. 맨 먼저 피었던 모란은 아주 져버렸고, 중학교 건물에 가려 뒤늦게 피었던 모란도 시방은 지기 시작했다. 그 옆에 막 봉오리를 맺은 작약에 바통을 넘겨주면서.

 

“모란이 지고 나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하고 노래한 시인은 다시 “찬란한 슬픔의 봄을” 기다린다고 했지만, 모란을 바라보는 내 심정은 조금은 심드렁하다. 꽃이 크고 그 빛깔이 화려하여 동양에서는 고대부터 꽃 중의 왕[화중왕(花中王)]으로 임금을 상징하며, 부귀화(富貴花) 등의 별칭으로 알려져 온 모란은 이 만화방창한 시대엔 그 같은 사랑을 받지 못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관련 글 : 꽃 중의 꽃모란(牡丹)과 작약(芍藥)]

 

모란이 시들어갈 무렵에 중학교를 둘러싸고 친 울타리에 심은 장미가 피기 시작했다. 하마나 피려나 하고 살폈는데, 어느 날 꽃망울이 터지더니 울타리를 따라가면서 장미는 한두 송이씩 고혹적인 모습으로 피어났다. 도시 전체에 장미가 워낙 흐드러지게 피니 장미는 무심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 중학교 담장 울타리에 고개를 내민 장미꽃. 그 붉고 탐스러운 꽃송이가 매우 고혹적이었다.

어저께 첫 장미꽃을 찍으면서 그 색감에 나는 단박에 꽂혀 버렸다. 그 붉디붉은 탐스러운 꽃송이에서 나는 이탈리아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를 떠올렸다. 어떤 영화에서든 그녀가 마치 전매특허처럼 보여주는 진홍빛 입술 빛깔을 연상해서다. [관련 글 : 어떤 백일몽]

 

철쭉과 불두화

▲ 동네 산 아래 카페 울타리에 핀 흰 철쭉. 아직 터지지 않은 꽃망울이 분홍빛을 띠고 있다. 꽃이 만개하면 흰꽃이 된다.
▲ 동네 주택가의 어느 집 담밖으로 드리워진 불두화. 수국이 깻잎 모양의 잎이라면, 불두화는 세 갈래로 나눠지는 잎사귀라는점이 다르다.

진달래가 지고 나서 바통을 이어받는 꽃이 철쭉이다. ‘철쭉류’라고 이름할 수 있는 비슷비슷하거나 그만그만한 진홍빛이나 분홍빛 꽃은 지천이다. 봄의 조경을 획일화해 버리는 듯한 이 철쭉의 행렬을 보면서 굳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쉽지 않다. 눈에 지겹도록 밟히는 꽃이고, 빛깔인 까닭이다.

 

그나마 렌즈를 들이댄 건 아직 완전히 피지 않은 흰철쭉의 자태인데, 터지지 않은 꽃망울이 보기 좋았고, 없는 듯 있는 듯한 연분홍빛이 마음에 감겨 와서이다. 사과꽃과 마찬가지로 이런 꽃들은 활짝 필 때쯤에는 이 연분홍빛을 지우고 무심한 흰 꽃이 되고 만다.

 

진달래를 ‘참꽃’이라 하고 철쭉을 ‘개꽃’이라 하는 이유는 진달래는 화전으로 즐기는 먹을 수 있는 꽃이지만, 철쭉은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어서다. 진달래로 흔한 꽃이긴 하지만, 그나마 참꽃으로 불리면서 시골 아이들의 시장기를 달래주었으니 그 익숙하고 친근함이 철쭉에 비기긴 어렵다.

 

수국과 닮은 불두화(佛頭花)가 곳곳에 피었는데, 아직 수국은 보이지 않는다. 둘 다 씨를 맺지 못하는 무성화지만,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점은 다르지 않다. 수국이 피려면 아직 좀 더 시간이 더 필요한 듯하다. 딸애가 기르는 화분에서도 수국은 꽃망울을 겨우 틔우고 있을 뿐이다. [관련 글 : 둘 다 씨를 맺지 못하는 무성화’,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 남다르다]

 

이팝나무꽃

▲ 동네뿐 아니라, 구미의 가로수로 유명한 이팝나무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우리 동네뿐 아니라, 구미의 거리 곳곳에 이팝나무가 가로수로 꽃을 피우고 있다. 이팝나무는 5월을 전후하여 하얀 눈꽃 같은 꽃이 활짝 피어 경관이 아름답고, 꽃가루 피해가 없는 데다가 공해와 병충해에 강해 은행나무를 대체하는 인기 가로수다. 꽃이 진 후 검은색 떨어지는 열매가 지저분해지는 등의 단점을 지적하곤 하지만, 나는 가로수로서 이팝나무를 선호하는 편이다. [관련 글 : 이팝나무, ‘가로수의 진화]

 

‘꽃가루 없는 벚꽃’으로 불리는 이팝나무꽃이 연출하는 풍경은 압권이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옥포읍 다리목 마을의 이팝나무 군락지나, 경남 밀양의 저수지, 위양지의 봄을 그리워하는 이유다. 특히 위양지의 수면에 드리운 나무 그림자가 펼치는 풍경은 잊지 못한다. [관련 글 : 달성군 옥포읍 다리목 마을의 이팝나무 군락지,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풍경 / 수면에 드리운 나무 그림자, 이팝나무꽃, 그 저수지의 봄]

 

개키버들 하쿠로 니시키(Hakuro-Nishiki)

▲ 우리 동네 끝의 카페 앞 화단에서 만난 잎. 일본에서 재배해 '개키버들 하쿠로 니시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우리 동네 맨 끝에 있는 카페 앞 화단에서 만난 꽃 아닌 잎이다. 사진으로 찍어서 구글에 이미지로 검색하니 ‘삼색개키버들’이라고 나오는데, 국가표준 식물목록에는 ‘개키버들 하쿠로 니시키’로 나와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재배해 20세기 중반 서양으로 소개되었는데, 독특한 수형과 색감 덕분에 현재는 유럽과 북미의 정원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개키버들은 키버들(곡식을 까부는 ‘키’를 만들 때 사용한 데서 유래한 이름)과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지거나 변변치 못하다, 또는 야생의 것’을 의미하는 접두사 ‘개-’가 붙었다. 개키버들 하쿠로 니시키는 초록색 잎에 흰색, 분홍색 얼룩이 있어 삼색이나 오색을 띤다고. 이른 봄에는 분홍색을 띠다가 점차 상앗빛과 녹색이 섞인다.

 

잎은 분홍색, 흰색, 초록색의 세 가지 색이 파스텔 색조로 은은하게 어우러져 마치 수채화 같은 풍경을 연출하여 잎인데도 마치 화려한 꽃이 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특히 버드나무답게 물을 좋아해서 연못가에 심어두면, 물 표면에 비친 알록달록한 잎의 반영이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고.

 

일본어 품종명은 ‘백로(Hakuro)의 직물(nishiki)’이라는 뜻. 흰색과 분홍색이 섞인 잎의 색상이 마치 우아한 백로의 깃털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아마 가끔은 스치면서 만났던 품종일 텐데, 이름과 유래를 알고 바라보니 그 모습이 이색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하쿠로 니시키는 수국이 피기 시작하는 6월 중순까지, 수목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감을 뽐내는 주인공이란다.

 

2. 처음으로 만난 꽃들

캐롤라이나 재스민(Carolina Jasmine)

▲ 동네 끝의 카페 화단에서 자라고 있는 캐롤라이나 재스민. 개나리를 닮아서 '개나리 재스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동네 카페 화단에서 자라는 개나리꽃 비슷한 꽃이 캐롤라이나 재스민이다. 북중미가 원산지인 상록 관목 덩굴성식물이다. 개나리를 닮은 노란 꽃이 피고 재스민 향이 나 ‘개나리 재스민(Gelsemium sempervirens)’으로 부르기도 한다. 식물 전체에 독성이 있으므로 어린아이나 반려동물이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목향장미

▲ 우리 동네 디자인회사 담벼락에 피어난 목향장미. 아주 깔끔하고 아름다운 꽃이 벽과 잘 어울렸다.

우리 동네 버스 종점 앞에 있는 디자인 회사의 담벼락에서 만난 꽃이 묘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노란 꽃이 소담스럽게 달린 꽃이 깔끔했고, 잎도 보기에 좋았다. 구글에서 검색해 보니 중국 원산의 목향장미다. 중국 이름은 ‘목향화(木香花)’로 덩굴장미의 일종인데, 우리나라에선 유통명으로 ‘민찔레’라고 부른다고 한다.

 

원종은 흰색 겹꽃이지만 흰색 홑꽃과 노란색 겹꽃과 홑꽃 등의 변종이 있다. 특히 노랑 겹꽃이 ‘노랑 민찔레’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많이 보급되어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널리 분포되어 있다. 목향장미라고 이름 붙인 것은 일본 이름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큰꽃으아리

▲ 남평문씨 세거지인 인흥원에서 만난 큰꽃으아리. 수백정의 담을 타고 오르는 꽃이다.
▲ 우리 동네의 어느 가정집 안에 핀 큰꽃으아리.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먼빛으로만 감상할 수 있었다.

지난 22일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남평문씨 세거지를 찾았다가 만난 꽃이 큰꽃으아리다. 흔히 클레마티스(Clematis)로 불리는 낙엽성 활엽 덩굴식물로 전국에 분포한다. 숲속이나 숲 가장자리의 양지바른 곳에서 비교적 흔히 자라는 양지식물로 햇빛이 잘 드는 길가나 숲 가장자리, 화전지 등 배수가 잘되고 비옥한 곳을 좋아하는 꽃이다.

 

화려하고 풍성한 꽃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식물인데, 꽃은 가지 끝에 한 송이씩 달리고 국내 자생하는 클레마티스 속 식물 중 지름이 5cm 정도로 가장 큰 꽃에 속한다. 큼직한 연한 황색 또는 흰 꽃을 피우는데, 꽃처럼 보이는 부분은 꽃잎이 아니고 꽃받침이 진화한 것으로 모두 8개다. 원예종이 많이 개발되어 홍자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상의 꽃을 식물원에서 관상할 수 있다고 한다.

 

동네의 어느 집 마당에 비슷한 꽃이 피어 있어서 사진으로 찍었는데, 비슷해 보이긴 해도 차이가 있는 듯한데, 구글에서 확인해 보니 역시 큰꽃으아리라고 하는데, 단정하기는 어렵다. 집에 들어가 촬영할 수 없어서 먼빛으로 찍은 사진을 보면서 언제 기회가 되면 주인에게 물어보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꽃산딸나무

▲ 남평문씨 세거지에서 만난 꽃산딸나무. 미국 동부가 원산지인 이 나무는 흰꽃이지만, 변종은 붉은색도 있다.

달성군의 남평문씨 세거지 인흥원에서 만난 꽃이다. 산딸나무를 닮았다고 느꼈는데 검색해 보고서 꽃산딸나무라는 걸 알았다. 미국 동부가 원산지인 층층나뭇과의 낙엽 활엽 소교목. ‘미국 산딸나무’라고도 불린다. 원래 흰 꽃이지만, 변종이나 원예종은 핑크색이나 붉은색도 있다.

 

산딸나무는 잎과 꽃이 함께 나지만, 꽃산딸나무는 잎이 나오기 전에 하얀 꽃이 활짝 피어 산딸나무보다 꽃이 매우 풍성하게 보인다. 그리고 산딸나무의 꽃잎은 끝이 뾰쪽한 데 비해, 꽃산딸나무는 꽃잎의 끝이 오목하게 파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고광나무꽃

▲ 동네 주택가에서 만난 고광나무꽃. 고광나무는 하얀 꽃잎이 밤중에도 빛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네 중학교 앞쪽의 주택가에서 만난 꽃이다. 하얀 꽃이 아주 묘하게 생겼다. 바로 구글에서 이미지로 검색하니 고광나무꽃이란다. 고광(高光)나무는 하얀 꽃잎이 밤중에도 빛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일본·중국 둥베이 지역에 분포하며 주로 산골짜기에서 자란다. 봄에 나는 새잎과 순은 식용한다. 고광나무는 어린잎을 데치면 오이 냄새가 난다고 해서 오이순 나물(오이 나무)이라 부르기도 한다.

 

보리수나무꽃

▲ 중학교 담장 옆 밭둑에서 자라는 보리수나무에 꽃이 피었다. 인도보리수와는 다른 식물이다.

중학교 담장 옆 북봉산 어귀의 밭둑에서 자라는 나무가 보리수였다. 보리수는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는 아닌데, 나는 열매를 맺은 보리수는 보았지만, 꽃은 처음이었다. 장미목 보리수나뭇과의 낙엽관목이다. 불교 설화에 등장하는 뽕나뭇과의 인도보리수와는 다른(!) 식물이라는 데 나는 지금껏 그 보리수가 이 보리수인 줄 알았다.

 

보리수나무꽃은 4월 말~6월 중순, 잎겨드랑이에 1~7개씩 피는 우산 모양의 작고 향기로운 꽃이다. 처음에는 흰색이었다가 점차 연한 노란색으로 변하며,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한 향기를 풍겨 꿀벌이 많이 찾는 밀원식물이라고 한다. 꽃이 진 후 7~9월에 붉은색 열매(보리가 익을 무렵 열매가 익어 보리똥이라 불림)가 열리며, 떫은맛이 나지만, 식용·약용한다.

 

새로 만난 꽃 이야기를 했지만, 자주 볼 수 있는 꽃이 아니다 보니, 이 꽃들을 제대로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매일 접할 수 있으면 마음에 각인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니,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무뎌지고, 희미해진다. 그러니 염려할 것 없다. 우리는 꽃을 기억하기도 하지만,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런다고 해서 우리가 꽃의 아름다움을 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026. 4. 28. 낮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