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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풀꽃과 나무 이야기

작약, 혹은 ‘초모란(草牡丹)’을 찾아서

by 낮달2018 2025. 5. 21.

[사진] 목작약(모란)은 지고 초모란(작약)의 때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우리 동네 중학교 뒤쪽 가정집에 꽃망울을 맺은 작약. 5월 4일.
▲ 완전히 피어난 작약꽃. 5월 14일.
▲ 작약은 풀이어서 겨울에는 뿌리만 남아서 월동한다.
▲ 부곡동 농가 들머리에서 만난 작약. 5월 16일

모란은 나무고, 작약은 풀이라는 점을 빼면 모란과 작약은 같은 미나리아재빗과 속하는 식물로 서로 많이 닮았다.

그래서 모란은 ‘나무 작약’이라 하여 ‘목작약(木芍藥)’이라 하고, 작약은 ‘풀 모란’이라 하여 ‘초모란(草牡丹)’이라 불리기도 한다. [관련 글 : 꽃 중의 꽃모란(牡丹)과 작약(芍藥)]

 

꽃 중의 꽃으로 일컬어지지만, 모란은 일상에서 아무 데서나 만날 수 있는 꽃은 아니다. 내가 오가는 봉곡동과 부곡동에 모란이 피는 집은 단 두 집밖에 없다. 꽃이 피어 있을 때가 아니면, 대부분 무심히 지나치기 쉬워서 그렇고, 꽃이 피어 있는 시기가 그리 길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작약도 마찬가지다. 올해, 동네 중학교 뒤의 가정집 마당에 모란이 핀 걸 보았는데, 우연히 주인장과 담소하면서 그 옆에 있는 풀이 작약이라는 걸 알게 됐다. 모란이 먼저 피어서 지고 난 다음에 작약이 핀다. 5월 초순에 이미 모란은 졌고, 그 집 마당의 작약이 피어난 것은 중순께다. 한동안 다니지 않았던 부곡동의 살구나무가 있는 농가를 지나다가 그 집 대문간에 작약이 핀 걸 발견한 것도 우연이었다.

작약이 핀 걸 보고, 의성의 벗에게 연락했다. 의성 탑리의 조문국 유적지 전(傳) 경덕왕릉 맞은편 언덕에 조성된 작약 단지에 작약꽃이 언제쯤 절정인가를 물었다. 그리고 어저께(20일) 아내와 함께 탑리를 다녀왔다. 그날따라 기온이 30도를 넘어서 볕이 따가웠지만, 작약 단지에는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유적지 전체가 그늘 하나 없으니, 양산을 대신하여 우산을 비치해 두었다.

 

예전에 비하면 꽃이 촘촘히 심어져 이제 단지는 제대로 꼴을 갖추었다. 원래의 단지는 빨간 작약이, 반대편 산비탈에 흰 작약을 심었다. 아직 흰 작약 단지는 작약이 듬성듬성 심기어 얼마간 엉성해 보였다. 그러나 흰 꽃은 또 그것대로 독특한 여운을 남겨준다.

▲ 의성 탑리 소재 조문국 사적지에 작약 단지가 조성된 지도 꽤 여러 해가 지났다. 지금은 촘촘해진 단지가 제대로 꼴을 갖추었다.
▲ 전 경덕왕릉 반대편 비탈에 조성된 단지에는 붉은 꽃 중심의 작약꽃이 화려하게 흐드러졌다. 사진 찍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 작약 꽃밭에서 사진 찍는 이들이 이어진다. 이들이 든 양산은 사적지에서 제공한 것이다. 워낙 그늘이 없는 곳이라 양산을 빌려주는 것이다.
▲ 비닐 멀칭을 한 이랑에 심긴 작약은 촘촘하게 뿌리를 내렸다. 왼쪽의 둥근 구조물은 고분 전시관이다.
▲ 작약꽃의 빛깔은 진홍색에서 보라색, 분홍색, 흰색 등 여러 가지다.
▲ 작약 단지는 사적지의 비탈진 경사면에 조성됐다. 저 멀리 고분들이 보인다.
▲ 전 경덕왕릉 앞쪽 비탈에 조성된 흰색과 연한 빛깔 작약 꽃 단지. 아직 제대로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 이 작약 꽃 단지가 자리를 잡으려면 앞으로 몇 년이 더 필요할 듯하다.

가볍게 작약 단지를 돌아서 우리는 탑리 장터의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점심을 먹고, 인근 산운마을의 찻집에서 커피를 마셨다. 폐교한 초등학교 터에 조성된 산운 공원은 나무와 숲이 좋았다. 거기 문을 연 돈까스 집에 언젠가 한 번 들르기로 하고 우리는 벗 내외와 작별하고 귀갓길에 올랐다.

 

 

2025. 5. 21.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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