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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벚꽃8

지산 샛강의 ‘벚꽃 필 무렵’ 주말 만개를 준비하는 사흘간(3.25.~3.27.)의 샛강 벚꽃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곳곳에서 피어나지 않는 벚꽃 때문에 꽃 없는 축제가 열리는가 하면, 축제가 연기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평년보다 개화가 이를 거로 예측한 것은 따뜻했던 겨울 때문이었고, 정작 개화가 늦어진 것은 3월 초반의 꽃샘추위와 잦은 비로 일조량이 부족해서다. 객관적인 근거를 두고 내린 예측이니 어느 쪽도 잘못이 없다. 결국은 날씨는 하늘에 달린 거고, 예측을 벗어난 상황이 전개된 것은 이른바 ‘기후 위기’ 탓이라는 건 두말할 여지가 없다. 이 때문에 강원 속초시에서는 축제를 두 번에 걸쳐 열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속초시의 영랑호 벚꽃축제의 포스터는 ““죽을죄를 졌.. 2024. 3. 29.
[사진] 2024, ‘지산 샛강’에 이른 봄 샛강호수 둘레길 따라 황토와 마사토 ‘맨발길’도 조성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구미시 지산동에 있는 샛강은 낙동강 본류가 가지를 친 ‘샛강’으로 불리었지만, 강의 기능을 잃으면서 점차 습지로 바뀌어 온 낙동강의 망상하천(網狀河川), 즉 ‘강이 그물 모양으로 얽혀 흐르는 모양의 하천’이다. 전체 면적이 4.88km²인 샛강은 본류가 변한 우각호성(牛角湖性 : 우각호는 ‘낮은 평야 지대를 사행(蛇行)하던 하천이 끊겨 생긴, 쇠뿔 모양의 호수’) 습지라고도 한다. 습지로 바뀌면서 샛강은 연, 줄, 아기 연꽃, 가래, 마름, 물옥잠 등의 식물상과 잉엇과 어류(붕어, 가물치), 식용 달팽이, 황소개구리, 왜가리, 백로, 논병아리 등의 동물상(相)을 갖춘.. 2024. 3. 22.
목감기를 앓다 아닌 봄에 목감기를 앓다 며칠간 몸이 개운하지 않았다. 발단은 지난주에 공연히 몸에 알레르기가 일어나면서였다. 알레르기라면 칠팔 년 전인가 한번 술을 마시다가 목덜미와 등허리에 두드러기가 일어난 적이 있었을 뿐이었다. 평소와는 다른 식사를 한 것도 아니었는데 밤새 등을 긁어대다가 아침에 일어나니 예전처럼 등허리에 두드러기가 일어나 있었다. 병원에 갔더니 심하다며 엉덩이 양쪽에다 주사를 놓아주었다. 왜 이러냐고 물었더니 젊은 의사는 가타부타 말을 안 하다가 ‘체질이 뭐……’ 하다가 얼버무리고 말았다. 약은 두 번인가 먹었는데 저녁이 되자, 감쪽같이 나았다.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간간이 목이 뜨끔했다. 아, 감기가 오는가 해서 나는 잠깐 긴장했다. 지난겨울 내내 한 번도 앓지 않았던 감기를 아닌 4월에 앓.. 2022. 4. 8.
2022년 3월의 꽃망울 *PC에서는 사진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원본(1000×667) 크기로 볼 수 있음. 해마다 봄을 맞으러 집을 나선다. 집안에는 보이지 않는 봄이 바깥에는 시나브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아파트 화단에는 산수유가, 동네 골목길 곳곳에는 매화와 명자꽃이 핀다. 늦겨울이 따뜻하면 2월부터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리지만, 올해는 저온이 이어지면서 3월 초에야 겨우 산수유가 움을 틔웠다. 꽃망울은 “아직 피지 아니한 어린 꽃봉오리”로 ‘망울, 몽우리’로 부르기도 한다. 무채색으로 죽어 있던 가지에 도톰하게 망울이 부풀기 시작해서 조금씩 크기를 키워오다가 마침내 풍성한 꽃잎으로 피어나는 과정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3월 7일부터 3월 16일까지 한 열흘간 내가 따라다닌 꽃망울이다. 그게 그거 같을 수 있지만, 들여다보.. 2022. 3. 24.
[사진] 봄 아닌 봄, 벚꽃 행렬 봄 같지 않은 봄의 벚꽃 행렬 오늘을 투표일이 아니라 흔치 않은 임시 공휴일로만 이해한 이들이 훨씬 많았나 보다. 11시쯤 가족들과 함께 인근 투표소로 가 투표를 했다. 노인대학 로비에 마련된 투표소는 한산했다. 선관위에서 예측하듯 투표율은 시원찮은 모양이다. 허리가 잔뜩 굽은 안노인 한 분이 힘겹게 투표소를 나서는 걸 보고, 딸애가 그랬다. “할매, 집에서 쉬시지 않고선…….” 아내가 초를 쳤다. “말조심해라. 그러다가 경친 일도 있지 않아?” 지난 2004년 총선 때의 촌극을 떠올리면서 우리는 멋쩍게 웃었다. 노인이 던진 표의 무게가 내 그것과 다르지 않을 터이지만, 노인의 위태한 행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기분은 씁쓸하다. 오늘 아침 의 머리기사는 “총선 ‘계급 배반’의 오류 범하지 맙시다”였다. 노.. 2021. 4. 9.
동네 한 바퀴-매화 지고 앵두, 살구꽃까지 봄꽃 찾아 동네를 돌다 이미 곁에 당도한 봄을 주절댄 게 지난 15일이다. 그리고 다시 보름이 지난 3월의 막바지, 이제 꽃은 난만(爛漫)하다. 산으로 가는 길모퉁이 조그만 교회 앞에 서 있던 나무의 꽃봉오리가 벙글고 있었다. 무심히 매화일 거라고 여겼더니만 어저께 돌아오며 확인하니 그건 활짝 핀 살구꽃이었다. [관련 글 : 다시, 겨울에서 봄으로] 이미 설중매로 소개했던 매화는 지고 있었다. 전자 공장 뒤란의 콘크리트 바닥이 떨어진 매화 꽃잎으로 하얬다. 시들어버린 오종종한 꽃잎을 일별하면서 나는 늘 같은 생각을 했다. 왜 우리 선인들은 이 보잘것없는 꽃을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았을까. 단지 이른 봄에, 더러는 눈 속에 꽃을 피운다는 것 외에 무엇이 선비들의 맘을 사로잡았을까. .. 2020. 3. 30.
길고양이처럼 찾아온 봄 어느 날 소리 없이 찾아온 봄 정말, 어떤 이의 표현대로 봄은 마치 ‘길고양이처럼 찾아온’ 느낌이다. 봄인가 싶다가 꽃샘추위가 이어지곤 했고 지난 금요일만 해도 본격 꽃소식은 한 주일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일교차가 컸던 탓일 것이다. 한낮에는 겉옷을 벗기려 들던 날씨는 저녁만 되면 표변하여 창문을 꼭꼭 여미게 했다. 토요일 오전에 아내와 함께 아파트 앞산에 올랐는데, 산길 주변 곳곳에 참꽃(진달래)이 무리 지어 피어 있었다. 출근하는 숲길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어서 나는 잠깐 헷갈렸다. 일요일 오후에 돌아보니 아파트 주차장 어귀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그 아래 동백꽃도 화사했고. 사진기를 들고 나갔더니 화단의 백목련은 이미 거의 끝물이다. 아이들 놀이터 뒤편에 못 보던 매화가 하얀 꽃을 피우.. 2020. 3. 29.
벚꽃과 ‘사쿠라’ 벚꽃에 대한 우리의 ‘애증’을 생각한다 벚꽃의 계절이다. 남도의 군항 진해에서 시작된 벚꽃의 물결은 바야흐로 북상 중이다. 지난주에 몽우리가 한창이던 교정의 벚꽃은 지난 월요일 출근해 보니 만개해 있었다. 다음날 비 소식이 있다고 해서 부랴부랴 사진기를 챙겨 와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비가 내리고 다시 총선날인 휴무일을 지나면 벚꽃은 슬슬 지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싶어서였다. 그러나 목요일 출근하니 교정의 벚꽃은 절정이었다. 그나마 분홍빛이 드문드문 보이던 월요일 날과 달리 벚꽃은 더 풍성한 흰빛이었다.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 멀리서 바라보는 벚꽃의 물결은 온통 넉넉한 백색의 축복이다. 우리 선인들이 벚꽃이 아니라 배꽃을 더 아름답게 여긴 까닭은 벚꽃이 요즘처럼 흔하지 않아서였을까. 이조년과 이매창(계랑.. 2019. 9.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