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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풀꽃과 나무 이야기

질긴 생명력의 풀, 바랭이와 왕바랭이

by 낮달2018 2025. 8. 26.

[사진학교 운동장에 돋아난 잡초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학교 울타리 건너 누군가의 텃밭에 핀 백일홍에 나비가 꿀을 빨고 있다.
▲ 중학교 운동장에 번지기 시작한 바랭이. 이 볏과의 한해살이풀은 맹렬한 기세로 번지는 게 특징이다.
▲ 왕바랭이. 바랭이보다 강해서 아무리 짓밟혀도 살아남는다. 왕바랭이가 살지 못할 정도로 다져진 땅에서는 어떤 식물종도 살지 못한다.

바랭이(Digitaria ciliaris)는 내가 처음 텃밭을 시작할 때 만난 풀이다. 그 생김새가 거칠지 않아서 순한 풀인가 했는데 어럽쇼, 은근히 번지기 시작한 풀은 금세 고랑을 해치우고 밭 전체로 번질 기세였다. 어린싹일 때는 손으로 힘들이지 않고 잡아당겨도 순순히 뽑히지만, 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새 없이 벋은 줄기에서 다시 뿌리를 내리면서 요지부동이 되고 마는 것이다. [관련 글 : 초농기(初農記), 첫 농사의 기록]

 

볏과의 한해살이풀 바랭이는 우리나라 전역에 나며, 세계적으로 구대륙의 온대와 아열대 지역에 분포하는데 흔히 밭, 밭둑, 길섶 등에서 자란다. 땅 위를 기면서 줄기 밑 부분의 마디에서 새 뿌리가 나와 아주 빠르게 퍼져 나간다. 그래서 농민들이 싫어하는 잡초 중에서도 으뜸이다. ‘잡초 대장’이라고 불릴 만큼 그 악명이 높은 풀이다.

 

흔히 ‘잡초’라는 풀이 환기하는 것은 그 ‘끈질긴 생명력’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저절로 자라나고 번식하는 생존력을 일러 ‘잡초’로 비유하는 것이다. 전혀 쓸모없을 듯하지만, 바랭이는 눈을 맑게 해주고, 폐의 기운과 소화력을 높여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 북봉산 어귀의 밭 가장자리에 자란 바랭이. 처음은 미약해도 곧 주변을 먹어치울지 모른다.
▲ 왕바랭이. 왕바랭이는 곧게 자라고, 바랭이보다 키가 작고, 땅으로 기지 않는다.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바랭이가 좀 부드럽고 작고, 순해 보이는 편이라면, 왕바랭이(Eleusine indica)는 훨씬 억세고, 크고, 거칠어 보이며 빛깔도 바랭이보다 더 짙다. 왕바랭이는 곧게 자라고, 바랭이보다 키가 작고, 땅으로 기지 않는다. 줄기에 마디가 있지만, 마디에서 뿌리가 나오지 않는다.

 

왕바랭이는 바랭이보다 강해서 아무리 짓밟혀도 살아남는다. 왕바랭이가 살지 못할 정도로 다져진 땅에서는 어떤 식물종도 살지 못한다. 한자명 우근초(牛筋草)도 ‘소의 힘줄(筋)처럼 질기고 억센 풀’이라는 의미이다.

 

바랭이는 우리가 짓는 텃밭 농사의 가장 큰 훼방꾼이다. 잠시 방심하면 고랑을 죄다 해치워 버리는 먹성 좋은 풀이다. 바랭이는 몇 포기 돋아나는 거라도 바로 뽑거나 호미로 긁어버려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다행히 텃밭 지으면서 왕바랭이는 따로 번지지 않았었다.

▲ 어디서 날아온 풀씨였을까. 학교 철봉대 부근의 모래밭에 방동사니가 번지기 시작했다.
▲ 학교 울타리 건너편 교회당 건물의 블록담 위에 얼굴을 내면 장미. 불볕더위가 이어지지만, 계절은 가을로 가고 있다.

아침마다 동네 중학교 운동장을 도는데, 방학 동안에 운동장에 잡초가 꽤 자랐다. 바랭이와 왕바랭이, 그리고 방동사니가 대종을 이루는데, 그 질긴 생명력이 풀이 자라는 땅 주변을 거뭇거뭇하게 만들고 있다. 나는 학교에서 제초할지 어떨지 기다렸는데, 아마 그냥 지나갈 모양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아이들을 시켜 잡초를 뽑게 했으리라고 생각하며 나는 그 변화를 새삼 실감하고 있다.



 

2025. 8. 26.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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