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선산(구미) 이야기

구미 지산 샛강의 초여름 풍경

by 낮달2018 2024. 6. 7.
728x90

[사진] 구미 지산 샛강생태공원의 초여름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샛강의 수면은 서서히 연잎으로 덮이고 있다. 저 멀리 금오산 현월봉이 맑은 날씨 덕분에 선명하게 보인다.
▲샛강생태공원 옆은 발갱이들이다. 주변에 가게 따위는 없고 이런 갓 모내기한 논과 비닐하우스 등이 이어진다.
▲벚꽃이 지고 난 뒤, 다시 연꽃이 필 때까지 샛강은 이런 싱싱한 초록빛 잎과 풀의 향연이 이어진다.
▲ 샛강 상류 관리사무소 건너편에는 작년에 심은 버들마편초가 보랏빛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지산동의 샛강 일원은 생태습지로 조성되고 시민의 휴식 공간과 자연 친화적 체험 학습장으로 꾸며지면서 생태공원이 되었지만, 샛강에 본격적으로 시민들이 찾게 된 것은 근년이다. 대표적인 볼거리라고 할 수 있는 샛강의 벚꽃은 항상 금오산 아래 금오천 벚꽃에 가려 있었기 때문이다.

 

샛강 황토 맨발 길, 시민들이 몰려온다

 

지난해 가을에 짧은 거리지만, 맨발 황톳길이 만들어지더니, 올해 3월에는 호수 상류의 둘레로 황톳길이 연장되었다. 하류에도 굵은 모래(사전에 나오지 않는 국적 불명의 낱말 ‘마사토’의 순화어)로 맨발 길이 조성되면서 샛강에는 아연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올해 처음 둘레길을 한 바퀴 돌고 난 뒤에 내가 ‘납세자’로서 지방 행정에 대한 ‘효능감’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다. 시장이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날마다 기간제로 채용된 공원녹지과 직원들이 맨발 길을 정비 보수, 청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황토 맨발 길의 시작점. 왼쪽에는 긴 관을 설치하고 중간에 분무기를 달아 수시로 물을 뿌릴 수 있게 해 놓았다.
▲ 관리사무소 건너편의 황토맨발길을시민들이 걷고 있다. 구미시는 여기에 상당히 공을 들여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황토맨발길 주변에는 벚나무 녹음과 버들마편초 꽃으로 이어진다.
▲ 샛강 하류에는 황토대신 굵은모래(마사토)를 깐 맨발 길이 이어진다.

얼마 전부터 황톳길 구간에 물 뿌리는 장치를 설치하여 하루 여러 차례 황톳길에 물을 뿌리니 사람들은 축축해진 길을 즐거이 걷고 있다. 최근에는 둘레길 벚나무 아래에 꽃을 심은 경관 조성 공사도 펼쳐지고 있다. 전국적인 ‘맨발 걷기’ 열풍은 구미도 예외가 아니어서 샛강은 종일 황토 맨발 길을 찾는 시민들로 북적대기에 이른 것이다.

 

이는 맨발길에 들인 시의 공을 시민들이 기꺼이 호응한 것이라도 해도 무방하겠다. 뿌리는 물이 과해서 길이 미끄럽다고 불평하는 시민과 바짝 마른 길이 촉촉해지도록 물을 좀 뿌리라고 청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시 공원녹지과 직원들은 표정 관리가 쉽지 않을 지경이다.

 

연잎과 꽃창포, 그리고 버들마편초의 초여름 풍경

 

겨우내 찾았던 동네 초등학교 맨발길이 방과 후에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나도 자주 샛강을 찾는다. 평탄한 학교 길에 비기면 샛강의 맨발 길은 운동량이 나은 듯하고, 가끔 적당히 젖어 부드럽게 밟히는 걸 즐기면서 걷는 게 마음에 들어서다.

 

4월 중순이 지나면서 호수에 연잎이 돋아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호수의 수면은 파란 연잎으로 뒤덮이는 중이다. 5월에는 호수 가장자리를 삥 둘러서 노란 꽃창포가 피었고, 어느새 맨발 길 출발지 건너편 물가에는 버들마편초가 보랏빛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샛강 상류 관리사무소 앞의 데크 산책길. 주변으로 새로 피어난 연잎이 물 위에 떠 있다.
▲관리사무소 건너편에서 바라보샛강 상류. 벚나무 잎새 아래론 노랑 꽃창포가 피었다.
▲ 관리사무소 쪽에서 바라본 샛강 상류. 벚나무 잎새가 싱싱하고 수면을 덮은 연잎이 연둣빛이다.
▲ 맨 앞은 버들마편초 꽃, 그리고 수면을 뒤덮고 있는 연잎, 마지막은 무성한 잎을 늘어뜨린 왕벚나무 행렬이다.
▲ 남미 원산으로 여러해살이풀로 자라는 귀화식물인 버들마편초. 꽃은 6~9월이 핀다.
▲ 버들마편초는 경남 마산에 귀화하여 자라며, 세계적으로 북아메리카, 남아프리카,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에 귀화하여 분포한다.
▲ 샛강 하류에서 바라본 31번 국도의 지산교. 그 너머 시가지의 아파트들이 보인다.
▲ 샛강 하류 맨발길 옆으로 꽃이 진 이팝나무가 무성한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 샛강 상류의 연지 옆 물이 흘러드는 수구 옆으로 갖가지 색의 .장미가 피어 있다.
▲샛강 상류의 연지에는 수련이 피었다. 수련은 연꽃이지만 홍련, 백련과는 종이 다르다고 한다.

꽃이 지고 난 뒤의 벚나무 잎도 싱싱하고 아름답다. 빨갛게 익은 왕벚나무 열매인 버찌가 까맣게 익어 황톳길에 떨어지고, 상류 끝부분의 연지에는 홍·자·황·백의 수련이 피어났다. 꽃이 지고 잎만 남아도 벚나무는 아름답고, 호수 가장자리에 무성하게 자란 부들과 갈대 등의 수초도 이 난만한 초여름을 풍경을 수놓고 있다.

 

6월 중순쯤이면 연꽃이 피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연꽃이 피면 샛강은 다시 연꽃을 보러 찾는 시민으로 붐빌 것이다. 도심은 아니지만, 도시 안에 이런 호수와 벚나무길, 거기에 맨발 길까지 갖춘 생태공원이 있다는 것은 시민들에겐 축복이라 해도 좋겠다. 거기다 금오천과 달리 주변에 가게 하나 없는 것도 가외의 행운이라 할 만하다.

 

 

2024. 6. 6. 낮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