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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선산(구미) 이야기

2024, 구미 문성지(들성못)의 연꽃

by 낮달2018 2024.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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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백련과 홍련수련이 어우러진 들성생태공원의 연꽃 단지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여우못으로 불리며 들성들에 물을 공급하던 문성지는 이제 들성생태공원으로 바뀌어 지역 주민들의 휴식 공간이 되었다.
▲ 들성생태공원 입구 반대편에서 바라본 문성지. 2007년의 모습인데, 지금은 수면의 대부분을 연꽃 군락이 차지하고 있다.

선산군 구미면이 읍으로 승격(1963)한 뒤, 선산군 구미읍과 칠곡군 인동면을 합하여 구미시가 된 게 1978년이니 어언 반세기에 가깝다. 선산군과 구미시가 별도의 행정 단위로 분리되어 있다가 도농통합 구미시로 출범한 것은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이다.

 

선산김씨의 터전, 들성

 

선산에 있던 군청은 구미시 선산출장소로 바뀌었고, 선산읍사무소는 2021년 선산읍 행정복지센터가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군 아래 면 단위 행정구역이 군을 집어삼켰다고 비유할 수도 있겠다. 구미시 읍면동 행정 구역도에서 보듯 시 지역은 맨 아래에 있고 위쪽으로 고아읍, 산동읍, 장천면과 잇닿아 있다.

 

시내 생활권은 고아읍 원호리와 문성리 일대에 아파트 단지가 새로 생기는 등의 방식으로 커지고 있는데, 이 지역이 선산김씨의 터전인 ‘들성’이다. 들성은 개미산이 들을 둘러싸고 있어 마치 성을 이룬 것과 같다거나 들에 성이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들성은 한자로는 ‘들 평’ 자의 ‘평성(坪城)’으로 쓴다.

▲ 구미시 읍면동 행정구역도. 위키백과의 자료를 재가공함.

시내와 바투 붙은 원호리 끝에 ‘여우못’으로 전해 오다가 ‘들성못’과 ‘문성지(池)’ 등으로 불리는 저수지가 있다. 선산읍지인 <일선지(一善誌)>에 “둘레가 3천6백70척이고 못 안의 민가가 크게 부유하니 관개(灌漑)의 이로움이 많았다.”고 기록된 문성지는 주변 농경지에 물을 대는 용수원이었지만 지금은 주변 아파트촌 주민들의 휴식과 운동 공간인 ‘들성생태공원’이 되었다. [관련 글 : 들성들에 물 대던 여우못이 연지(蓮池)가 되었다]

▲ 문성지의 연꽃은 홍련과 백련 군락, 수연 군락 등이 어우러져 있다. 중심 도로 변에는 홍련이 흐드러졌다.
▲ 문성지 주변에는 거의가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구미 생활권이다. 호수 뒤편으로도 아파트 건설이 이루어지고 있다.

못 둘레로 낸 산책길에는 늘 시민들이 걷고 있고 못 가운데 새로 세운 몽호정(夢狐亭)까지 나무 덱(deck) 길에는 사진기를 둘러멘 나들이객이 끊이지 않는다. 그간 10년 넘게 드나들었는데, 연꽃 구경에는 샛강생태공원보다는 들성지가 낫다. 면적은 샛강보다 좀 작지 않나 싶지만, 커다란 연이 빽빽하게 들어차 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샛강과 달리 여기선 물과 어우러진 연꽃을 즐길 수 있고, 못을 가로지르는 덱 길로 비교적 연꽃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서다.

 

올핸 7월 15일에 처음 들렀는데 연못 전체가 빽빽하게 피어난 백련과 홍련, 그리고 수련으로 흐드러졌다. 사실 ‘흐드러졌다’라는 표현은 연꽃을 이르는데 적절하지 않다. 비록 온 연못이 연꽃으로 가득 찬다고 해도 들뜨거나 화려해서 난해 보이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주변에 고층 아파트가 수도 없이 들어섰지만, 여전히 구미, 들성은 시골이다. 시가지에서 조금만 나가면 산이고 들이다. 시민들도 뻐끔한 자투리땅마다 갖가지 작물을 심고 가꾸길 즐긴다. 시내도 그런데 고아읍은 조금만 나가면 선산들이 나오는 시 외곽의 시골이다. 2022년 8월에 문성지에 들렀다가 고라니 한 마리를 필름에 담을 수 있었던 이유다. [관련 글 : 문성지의 연꽃과 고라니]

▲ 봄이면 사람들이 모여드는 겹벚나무 가로수 길 옆으로 홍련이 만발해 있다.
▲ 문성지의 홍련들. 이런 진홍빛 홍련은 흔하지 않다.
▲ 문성지의 백련. 저 멀리 고층 아파트를 배경으로 펼쳐진 백련 군락 안에 드무드문 홍련이 피어 있다.
▲ 홍련도 아름답지만, 어떤 잡색도 섞이지 않은 듯한 순백의 백련은 우아하고 고결한 느낌을 준다.

시간에 쫓겨 한 시간 남짓 돌아보다 서둘러 돌아왔는데 다시 가 본다고 해 놓고 차일피일하고 하다가 오늘 운동하고 돌아와 바로 들렀다. 7시 반쯤이었는데, 제대로 시간을 맞추어 들른 것인가 보았다.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꽃의 모습을 제대로 양껏 만날 수 있었다. 절로 ‘미쳤다’라는 익은 탄성이 절로 새어 나왔다.

 

연꽃 구경에는 오전 8시 이전이 좋다?

 

문성지에는 홍련 군락과 백련 군락이 나뉜 곳, 둘이 섞여 있는 곳, 수련 중심에 홍련, 백련이 띄엄띄엄 섞인 곳 등 여러 가지 모습의 군락이 펼쳐져 있는데, 무엇보다도 꽃의 수가 샛강에 비기면 압도적으로 많다. 오늘은 제대로 시간을 맞추어 온 덕분에 막 꽃잎을 활짝 편 것, 펴고 있는 것 등 여러 형태여서 정신없이 사진기 셔터를 눌러댔다.

 

대체로 사진은 실제 풍경보다 훨씬 정교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우리가 맨눈으로 바라보는 풍경은 지상 최고의 렌즈라고 할 수 있는, 광각과 줌을 겸하는 눈이 받아들인다. 따라서 전체 풍경을 종합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사진은 제한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풍경만을 분리해서 우리에게 보여주므로, 훨씬 압축된 모습으로 대상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인간의 눈이 대신할 수 없는 풍경을 갈무리하고, 그 복기를 통해서 풍경을 전후한 우리의 서사와 맥락을 완성해 주는 사진이란 얼마나 위대한 발명인가. 나는 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사진을 찍고 그 이미지를 통해 하나의 풍경, 하나의 서사와 맥락을 복기하는 것이다.

▲ 문성지의 수련 군락에 백련 한 송이가 고고하게 피어 있다.
▲ 사진 앞쪽은 수련 군락, 뒤쪽엔 백련과 홍련 군락이 이어져 있다. 뒤편으로 고가 몇 채가 보인다.
▲ 문성지에는 이런 산책로 덱이 설치되어 있어 군락 속으로 들어가 가까이 연꽃을 찍을 수 있다.

2024. 7. 1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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