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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맨발 길’ 낸 샛강 둘레길 따라 벚꽃도 한결 의젓해졌다
2021년에 처음 쓴 이래, 해마다 샛강의 벚꽃 이야기를 써 왔다. 4월 1일을 전후하여 샛강의 상·하류 둘레길에 만개하는 벚꽃은 조금 이르게 피거나, 조금 늦게 피는 차이만 있을 뿐, 그 전해나, 그 전 전해의 벚꽃과 다르지 않다. 이미 다 자란 벚나무의 성장이 눈에 보일 리 없으니, 달라질 게 없는데도 그 풍경을 바라보는 눈길은 같지 않다.
그간 변하지 않았던 주변 환경은 올해 들어 크게 바뀌었다. 지난가을에 짧은 거리지만, 맨발 황톳길이 만들어지더니, 올해 3월에는 호수 상류의 둘레길로 황톳길이 연장되고, 하류에도 굵은 모래(사전에 나오지 않는 국적 불명의 낱말 ‘마사토’의 순화어)로 맨발 길이 조성된 것이다.
덕분에 벚꽃이 흐드러지면서 샛강 황톳길은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밀려드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올해 처음 둘레길을 한 바퀴 돌고 난 뒤에 납세자로서의 지방 행정에 대한 ‘효능감’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다. 시장이 잔뜩 신경을 쓰는지, 날마다 공원녹지과 직원들이 맨발 길을 정비 보수, 청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며칠 전에 유명 방송인이 진행하는 종편 프로그램이 녹화되었다고도 했다. 그간 두어 차례 내린 비로 황톳길이 질어져서 발목이 빠지는데도 사람들은 즐거이 그 흙을 밟고 걸었고, 땅이 얼마간 굳으면서 부드럽게 밟히게 되면서 찾는 이는 더 늘었다.
그간 거의 빠지지 않고 하루 한 차례씩 맨발 길을 걸었고, 하루걸러 한 번씩은 사진도 찍었다. 벚나무는 지난해의 그 나무고 꽃만 새로 피었을 뿐인데, 올해 샛강 풍경은 좀 달라 보였다. 왜 그런가 했더니 호수의 물이 지난해와 달리 좀 준 듯하다.
물이 넉넉하게 찬 호수를 배경으로 한 지난해의 풍경에 비기면 수량이 줄면서 드러난 연꽃 꽃대가 삐죽삐죽 솟은 호수가 배경으로 받쳐주는 풍경은 무언가 모자라고 가난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호수의 물은 시에서 가을에 빼고 봄에 다시 대는데, 비가 잦았던 올봄에 댄 물이 왜 부족한 듯한 느낌을 주는지는 모를 일이다. 지난해의 풍경과 비교해 보면 그건 유독 두드러진다. [관련 글 : 올해도 ‘샛강 벚꽃열차’는 달린다]
지난 2일에 찍은 사진을 여러 차례 들여다보면서 문득 깨닫는다. 늘 자신이 흠 없는 깨끗하고 단정한 풍경만을 선호해 왔다는 것을. 그런 부분이 조금이라도 엿보이면 보정으로 그걸 정리한 것도 그래서였을 터다. 그런데 올해 사진은 밝기만을 보정하고 다른 데는 손을 거의 대지 않았다.
그런데도 여기저기 호수 바닥의 흙이 드러나고, 갈대와 수초, 연의 꽃대가 삐죽삐죽 솟은 호수 저편에 화사하게 피어난 벚꽃의 행렬은 예전과 다름없이 아름다웠다. 비록 주변의 풍경이 전체의 단정한 기조를 깬다고 해도 풍경은 그것 자체로 아름답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는 얘기다.
2일에 찍은 사진의 벚꽃은 80% 정도 개화한 상태였다. 어제(6일) 가보니 이제 일부 나무의 꽃빛이 붉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꽃이 지면서 잎이 나기 전에 불그스름해진 거였다. 아마 다음 주 중반이 되면 샛강의 벚꽃 열차는 멈추게 될 것이고, 시내 거리의 이팝나무 가로수에는 하얀 꽃이 피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10일에 베풀어지는 22대 총선이 어떤 결과로 막을 내리건, 때가 되면 꽃은 피고 지는 것이다. 중하순, 이팝나무가 다투어 피어나면 밀양의 위양 저수지를 찾을 생각이다. 호수와 이팝나무는 어떻게 어우러져 봄은 찬미하게 될까 궁금하다.
2024. 4. 7.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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