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경북 구미시 지산동 샛강생태공원의 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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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에 벚꽃이 달리는 호수’라는 점에서 구미 지산 샛강은 김천의 연화지와 닮았다. 그러나 연화지가 꽤 오래 명성을 유지해 온 벚꽃 명승인데 비기면 지산 샛강의 벚꽃이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건 근래에 들어서다. 벚꽃 명소로 유명한 금오천이 금오산 들머리에 있는 것과는 달리 샛강은 낙동강 쪽의 외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김천 연화지와 달리 구미 지산동 샛강생태공원의 밤은 고즈넉한 편이다. 연화지는 한 바퀴 도는 데 20분이 채 걸리지 않을 만큼 조그마하지만, 샛강은 전체 둘레가 3.4km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큰 호수다. 황토 맨발 길이 조성된 상류만 쳐도 1.3km로 호수 전체를 돌아보려면 40분이 넘게 걸린다.
또 연화지는 시내에 있기도 하려니와 주변에 각종 음식점 등 편의 시설과 아파트와 빌딩 등이 둘러싸고 있어 평소에도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샛강은 낙동강 쪽의 습지로 마을과는 멀리 떨어져 있고, 주변에는 논밭밖에 없다. 당연히 주변 편의 시설로는 구멍가게 하나 없다.
어쩌면 그게 샛강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드물었던 이유일 수도 있겠다. 이른바 ‘금리단길(금오산+경리단길)’이라는 지방 시대와는 거리가 먼 이름의 상권이 형성된 금오산 아래에 사람들이 붐볐던 이유도 비슷할 것이다. 샛강의 벚꽃을 찾아와 금오산보다 낫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도 이쪽이 한가했던 까닭이다.
샛강의 벚나무 사이 땅에다 고휘도의 조명시설을 한 건 지난해지만, 밤에 샛강을 찾겠다고 벼르다가 때를 놓치고 말았었다. 연화지의 야경을 보고 와서 샛강을 찾은 건 4월 2일 밤이다. 사진을 찍는데 뷰파인더에 들어오는 풍경이 연화지와는 전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어두운 밤하늘 속에서 샛강의 벚꽃은 점점이 하얗게 떠 있다가 아득하게 멀어지고 있었다. 그제야 샛강의 호수를 내려다보는 어두운 밤하늘이 뷰파인더에 가득 차는 까닭이 호수의 규모 때문이라는 걸 처음으로 깨우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도 사진에 담긴 풍경은 고즈넉했다. 컴퓨터에 갈무리한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문득 그 어둠과 적막이 마치 현실처럼 느껴지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런 밤 풍경을 누릴 수 있음을 왜 몰랐을까. 나는 조명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샛강의, 훨씬 더 어둡고 적막했을 밤 풍경을 상상하고 있었다.
2024. 4. 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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