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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선산(구미) 이야기

한적해 더 고즈넉한 샛강의 밤 풍경

by 낮달2018 2024.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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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경북 구미시 지산동 샛강생태공원의 밤 풍경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샛강에도 야경을 즐기러 온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 사진을 찍으면서 샛강의 규모가 연화지에 비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둘레에 벚꽃이 달리는 호수’라는 점에서 구미 지산 샛강은 김천의 연화지와 닮았다. 그러나 연화지가 꽤 오래 명성을 유지해 온 벚꽃 명승인데 비기면 지산 샛강의 벚꽃이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건 근래에 들어서다. 벚꽃 명소로 유명한 금오천이 금오산 들머리에 있는 것과는 달리 샛강은 낙동강 쪽의 외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김천 연화지와 달리 구미 지산동 샛강생태공원의 밤은 고즈넉한 편이다. 연화지는 한 바퀴 도는 데 20분이 채 걸리지 않을 만큼 조그마하지만, 샛강은 전체 둘레가 3.4km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큰 호수다. 황토 맨발 길이 조성된 상류만 쳐도 1.3km로 호수 전체를 돌아보려면 40분이 넘게 걸린다.

 

또 연화지는 시내에 있기도 하려니와 주변에 각종 음식점 등 편의 시설과 아파트와 빌딩 등이 둘러싸고 있어 평소에도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샛강은 낙동강 쪽의 습지로 마을과는 멀리 떨어져 있고, 주변에는 논밭밖에 없다. 당연히 주변 편의 시설로는 구멍가게 하나 없다.

▲ 호수 위를 가로지른 산책길과 그 반영, 그 너머 도시의 불빛을 품은 밤풍경은 적막했다.

 

어쩌면 그게 샛강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드물었던 이유일 수도 있겠다. 이른바 ‘금리단길(금오산+경리단길)’이라는 지방 시대와는 거리가 먼 이름의 상권이 형성된 금오산 아래에 사람들이 붐볐던 이유도 비슷할 것이다. 샛강의 벚꽃을 찾아와 금오산보다 낫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도 이쪽이 한가했던 까닭이다.

 

샛강의 벚나무 사이 땅에다 고휘도의 조명시설을 한 건 지난해지만, 밤에 샛강을 찾겠다고 벼르다가 때를 놓치고 말았었다. 연화지의 야경을 보고 와서 샛강을 찾은 건 4월 2일 밤이다. 사진을 찍는데 뷰파인더에 들어오는 풍경이 연화지와는 전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어두운 밤하늘 속에서 샛강의 벚꽃은 점점이 하얗게 떠 있다가 아득하게 멀어지고 있었다. 그제야 샛강의 호수를 내려다보는 어두운 밤하늘이 뷰파인더에 가득 차는 까닭이 호수의 규모 때문이라는 걸 처음으로 깨우칠 수 있었다.

▲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어두운 밤하늘 속에서 샛강의 벚꽃은 점점이 하얗게 떠 있다가 아득하게 멀어지고 있었다 .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도 사진에 담긴 풍경은 고즈넉했다. 컴퓨터에 갈무리한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문득 그 어둠과 적막이 마치 현실처럼 느껴지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런 밤 풍경을 누릴 수 있음을 왜 몰랐을까. 나는 조명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샛강의, 훨씬 더 어둡고 적막했을 밤 풍경을 상상하고 있었다.

 

 

2024. 4. 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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