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달 만에 다시 찾은 샛강, ‘연(蓮)’이 수면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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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한 달 만에 샛강을 다시 찾았다. 황톳길은 좋은데, 사람들로 붐비는 데다가 주기적으로 뿌리는 물이 지나쳐서 걷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아서 그간 샛강에 걸음을 하지 않았었다. 왕복 20km, 차를 타야 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대신 새벽에 동네의 초등학교 운동장을 꾸준히 다녔다.
6월 초순만 해도 듬성듬성 연이 조금씩 자라면서 샛강의 수면을 조금씩 먹어 가는 형국이었었다. 작년에 심은 버들마편초가 보랏빛으로 흐드러지게 피고, 상류 쪽의 연지에 수련이 필 때였다. 샛강을 둘레길을 따라가며 이어진 벚나무 이파리가 햇빛 속에서 연록 빛으로 반짝거렸었다. [관련 글 : 구미 지산 샛강의 초여름 풍경]
아내가 샛강에 벌써 연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들은 게 지난 토요일이었다. 아, 맞다. 어느덧 7월도 중순이니 샛강을 물론이거니와 들성지에도 연꽃이 한창이겠다고 생각하면서 잠깐 샛강에 들렀었다. 이미 샛강의 수면은 연잎이 뒤덮어 버린 상태였다. 그러나 늘 그래 왔듯 샛강엔 연꽃은 좀 모자란 듯하다. 빈 데 없이 수면을 뒤덮었지만, 꽃은 그 무성한 잎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연못’의 ‘연’이 연꽃을 뜻한다는 걸 알게 된 것도 근년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연못’은 “연꽃을 심은 못.≒ 연당, 연지”라고 풀이하고 있다. 단지 ‘못’과 같은 뜻이라고 여겼던 연못이 ‘연지(蓮池)’에서 온 말이었단다. 그러면 연꽃은 우리 선인들의 삶에서 일상이었다는 뜻으로 여겨도 틀림이 없다.
그런데 정작 내가 연꽃을 처음 만난 게 마흔이 가까워서였으니, 연꽃은 어떻게 우리 생활에서 멀어졌었던 걸까. 요즘이야 개인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못이나 고인 물에는 연을 심는 게 기본이 되면서 한여름 내내 연꽃을 만날 수 있다.
연꽃을 일상에서 만나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반, 안동의 여학교에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교사 뒤편의 연못에 연꽃이 피어 있었고, 의성 벼락지의 연꽃 군락을 찾아 사진을 찍은 것도 그 무렵이었다. [관련 글 : 6월의 연꽃 구경]
연꽃을 제대로 완상할 수 있게 된 것은 구미에 들어와서였다. 맨 처음 찾은 곳이 2012년 8월의 샛강이었다. 가까이 그렇게 커다란 연꽃 단지가 있음을 기꺼워하면서 그때부터 샛강을 가끔 찾곤 했었다. [관련 글 : ‘샛강’, 사라지거나 바뀌거나]
구미에 유명한 연지가 3곳이나 있음을 알고 차례로 돌아본 게 2016년 퇴직하고서였다. 지산동에 있는 샛강생태공원과 고아읍 문성리의 들성 생태공원, 그리고 해평면 금호리의 금호연지 생태공원 등 모두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다. [관련 글 : 그 ‘샛강’이 생태공원이 되었다]
한동안 쉬었지만, 그간 드문드문 연꽃 이야기를 해 왔다. 연꽃의 아름다움을 집약하는 표현이 ‘향원익청(香遠益淸)’이다. 주돈이(1017~1073)가 ‘애련설(愛蓮說)’에서 “맑고 출렁이는 물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으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다”라고 한 이유를 희고 붉은 연꽃은 말없이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관련 글 : 2023, 샛강의 연꽃]
2024. 7. 15.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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