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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선산(구미) 이야기

연화지는 ‘밤도 아름답다’

by 낮달2018 2024.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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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경북 김천시 교동 연화지(鳶嘩池)의 밤 풍경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삼각대 대신 나는  ISO 감도를 높이고, 조리개는 죄는 방식으로 이들 사진을 찍었다.

밤 풍경, 이른바 ‘야경(夜景)’은 거의 찍어 보지 못했다. 카메라를 마련하고 그걸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는답시고 부산을 떤 게 15년을 훌쩍 넘겼는데도 그렇다. 햇수가 그리 묵었는데도 야경을 찍은 경험이 그 정도뿐이라면 어디 가서 ‘사진 찍는다’는 소리를 하지 말라는 충고를 받을 만하다.

 

사진기를 마련해 기종을 높여가면서 지금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나는 초보를 면한 수준에 그친다. 사진 이론도 제대로 아는 게 없고, 사진기 조작도 여전히 더듬거리기 일쑤인데도 사진기를 손에서 놓지 않는 이유는 사진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진은 이런저런 글을 쓰면서 그걸 돕는 보조 자료이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그래도 사진 사이트를 기웃거리다가 거기 나온 야경 사진에 경탄하면서 거기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두어 차례 비슷한 흉내를 내다가 그만둔 까닭은 그게 몇 번의 시도로 익힐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스트로보라 부르는 ‘플래시’를 사고, 관련 액세서리를 마련하는 등의 과정도 거쳤지만, 그걸 본래의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데는 셀 수 없는 시간과 숱한 시행착오가 필요하리라는 것도 어렴풋이 깨달으면서 나는 어느 날부터 더는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에스오(ISO) 감도(디지털카메라의 이미지 센서 혹은 필름 카메라의 필름이 빛에 민감한 정도)를 높이면, 엔간한 어둠 정도는 충분히 간단히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광부 사진을 찍은 전제훈 작가는 갱도 안에서도 플래시를 쓰지 않고 ISO 감도를 높이는 것으로 충분히 피사체를 표현할 수 있었다고 했었다. [관련 글 : 광부가 찍은 사진 한 장, 그 앞에서 노인은 왜 오열했나]

 

지난 3월 31일에 이어 다음 날 밤에 혼자서 연화지를 찾았다. 벗의 매대 근처에서 벗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바퀴 호수를 돌면서 찍은 사진이다. 조리개는 최대 개방, ISO는 1600에서 3200까지로 촬영했다. 조리개를 많이 열면 피사계 심도가 얕아져 배경이 뭉개지는 이른바 아웃포커스 가 구현된다. 전체 풍경이 선명해지려면 조리개를 조여야 하지만, 그럴 경우 삼각대가 필요해진다. 

 

삼각대 대신 화질의 감소를 무릅쓰고 ISO 감도를 늘였는데, 조리개를 죄고 ISO 감도를 훨씬 높였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은 돌아와서야 했다. 내 사진기는 ISO 감도를 51200까지 지원하는데 말이다. 다시 그런 시도로 찍을 수 있는 야경은 무엇이 될까.

 

글쎄, 전문가가 찍으면 얼마만큼이나 제대로 밤 풍경을 재현하게 될까. 준비 없이 편하게 찍은 내 촬영물이 마음에 썩 들지는 않지만 이로 내가 만난 연화지의 밤 풍경갈음하기로 한다. 

▲ 사진의 전문가라고 할 수 없지만, 나는 가끔 사진으로 재현된 풍경의 실제 풍경, 즉 진경보다 더 아름답게 보이는데 손을 든다.

 

 

2024. 4. 5.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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