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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등판’과 보수언론의 ‘논조 변화’ 추이, 혹은 <모니퇴르>

by 낮달2018 2023.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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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장관의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추대와 보수언론의 논조 변화

▲ MBC 라디오의 <시선집중>의 한 꼭지인 '언중유골'을 진행하는 김종배 앵커와 출연자들.

결국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추대되었다. 애당초 후보로 부상할 때만 해도 조중동 등 보수언론도 적잖은 우려와 회의를 드러냈었다. 그러나 총선을 ‘당·정 일심동체’로 치르겠다는 길을 선택하면서 반론은 잦아들었고, 그는 현 정부의 ‘소통령’에서 총선과 공천을 관리할 ‘실권자’로 말을 갈아탔다.

 

12월 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의 한 꼭지인 ‘언중유골’에서는 이와 관련한 보수언론의 논조 변화를 짚었다. 처음엔 매우 우려 섞인 논조로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에 불과한 한 장관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적격이 아니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었다. [관련 영상 : [언중유골] 한동훈 전 장관 보수의 메시아라 추켜세운 일부 언론, 패션과 체형, 취향까지 칭찬 시작 with 헬마우스 임경빈 & 노지민 기자]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우려와 비판은 ‘기대’로 바뀌고, 그것은 다시 그가 훌륭히 임무를 수행할 ‘능력과 자질’이 있다는 식의 ‘상찬’으로 바뀌면서 이른바 ‘한비어천가’가 연출되기 시작했다고 방송은 짚고 있다. 그것은 한편으로 나폴레옹이 엘바섬에서 탈출하여 파리에 입성할 때까지를 다룬 당시 프랑스의 유력지 <모니퇴르 Le Moniteur Universe>의 널뛰기 보도를 환기해 준다.

▲ 한동훈의 등판을 다룬 보수언론의 태도는 〈모니퇴르〉의 그것과 적지 않게 닮았다. 캐리캐처 출처는 〈서울의소리〉.

원래 프랑스 혁명 과정에서 시민들을 옹호함으로써 최대 일간지로 떠오른 <모니퇴르>는 나폴레옹이 권력자로 떠오르자, 적극적으로 그를 지지했다. 그러나 <모니퇴르>는 1814년 연합군에게 파리를 점령당하고 패한 나폴레옹이 엘바섬으로 유배된 후에는 부르봉 왕조를 지지하며 나폴레옹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1815년 3월 나폴레옹은 엘바섬에서 탈출하여 20일간의 여정 끝에 파리에 입성했는데, 그 시기에 프랑스 최대 일간지 <모니퇴르>의 보도는 가히 후세에 길이 남을 만한 조소(嘲笑)의 표본이 되었다. 적어도 19세기의 그것과 우리 보수언론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거기 담긴 함의들은 충분히 쓴웃음 자아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관련 글 :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유배지 엘바섬 탈출]

▲ 나폴레옹의 이른바 '백일천하'가 이루어진 시기에 〈모니퇴르〉의 논조는 널을 뛰었다.

한동훈 전 장관을 ‘조선제일검’,‘보수의 메시아’로 칭송하는 보수언론의 태도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민망하기 짝이 없다. 압권은 그를 ‘천재 검사’로 ‘천의무봉의 수사력’으로, 영어에 능통하고 패션 감각도 발군이며, 재주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연필 수집가로 미화하는 한 경제지의 기사다. 얼마 전에는 그의 외모를 두고 ‘조각 같다’고 칭송한 것과 같은 맥락의 한국 언론의 수치스러운 초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모니퇴르>는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정권에 장악된 <KBS>의 보도 태도에서도  환기되곤 했다. 2023년, 보수 정부가 공영방송을 장악하면서 최근 <한국방송(KBS)>에서 들려오는 비판적 시사 프로그램 폐지와 비판적 성향의 앵커, 패널들의 강제 하차 소식 등은 다시 14년 전의 언론 상황과 씁쓸하게 오버랩되고 있는 것이다. [관련 글 : 19세기 모니퇴르’, 그리고 ‘KBS’ / 70년대 보도 특집의 재림인가, KBS ‘시사기획 쌈]

 

19세기 <모니퇴르>의 논조 변화와 견주어지는 21세기 대한민국 언론의 민낱을 찬찬히 들여다보시라. 그것은 시민들의 역량으로 창출하는 문화와 경제력으로 선진국 반열에 든 이 나라가 여전히 정치와 언론 등에서는 지체를 벗지 못한 ‘민낱’을 내보이고 만, 그 민망하고 서글픈 초상이다. 

 

 

2023. 12. 22.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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