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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텃밭일기

[2023 텃밭 농사] ⑰ 텃밭 농사, 마무리할 때가 가까워진다

by 낮달2018 2023.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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빻아온 고춧가루 세 근, 어쨌거나 ‘텃밭의 선물’이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마무리할 때가 가까워지고 있는 우리 고추밭. 익은 고추도 보이지만, 적지 않은 수의 고추가 병들어 떨어져 있다.

그러구러 8월도 하순이다. 긴 장마와 함께 무더위를 견디면서 우리는 기운이 좀 빠졌다. 병충해로 고추가 지리멸렬이 된 게 결정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고추는 7월 26일에 소량이지만 첫 수확을 했고, 31일과 지난 8월 11일에 이어 며칠 전인 19일에도 고추를 좀 따 왔다.

 

그간 따온 고추는 아내가 건조기로 말려서 방앗간에 가서 빻아왔다. 안타깝지만, 고춧가루는 3근(1.8kg)에 그쳤다. 하긴 그것도 다행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아직 따지 않은 고추에서 한두 근쯤 더 수확할 수 있다면 더는 고추 농사를 불평하지 않기로 했다.

 

여름이 파장에 이르면서 제대로 거름을 주지 않아서인지 가지도 시들기 시작했고, 오이는 더는 열매를 맺지 않는다. 토마토와 방울토마토만 계속 열매를 달고 있지만, 어쩐 일인지 익는 게 하 더디기만 하다. 아내는 다음에 올 땐 가지와 오이를 뽑아내고 거기 얼갈이배추라도 갈자고 했다.

▲ 호박은 누런 호박 두어 개를 끝으로 더는 애호박을 맺지 않았다. 장마 뒤에 풀을 매지 않아서 주변에 풀이 무성하다.
▲ 따낸 누런 호박 두 덩이와 대파, 그리고 콩잎과 깻잎을 한 봉지에 담았다.

그나마 효자 노릇을 하던 호박도 누렇게 익어가는 놈을 빼곤 더는 열매를 맺지 않는다. 박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바가지를 만들겠다고 덩치를 키우고 있는 녀석과 두어 덩이 실하게 익은 놈만으로도 이 녀석들은 제 몫을 다했다고 봐야 한다.

 

이제 대파도 의젓하게 자랐고, 마늘 캔 자리에 심은 쪽파도 한참 올라온다. 두어 무더기 심은 들깨는 잎을 따와서 먹고 있고, 콩잎도 따서 아내가 된장으로 삭혀서 우리는 콩잎쌈을 즐겼다. [관련 글 : 된장녀도 콩잎쌈에는 반해버릴걸!]

 

밭에서 따온 늙은 호박과 박 두 덩이씩을 식탁에 얹어두고 사진을 찍었다. 호박은 죽으로, 박은 하나는 바가지로 만든다고 속을 비워냈는데, 아무래도 두께가 얇아서 안 되겠다고 한다. 나머지 박은 볶아서 먹었는데, 역시 별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르겠더니 올해는 감칠맛이 났다.

▲ 대파가 '대' 자가 어울릴 만큼의 키로 자랐고, 마늘 캐낸 자리에 쪽파도 한창 자라고 있다.
▲ 장독대에 바가지용으로 더 굵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박. 주변에 풀이 너무 무성하다.
▲ 박의 잎과 풀로 뒤덮인 장독대 주변에 또 박 한 덩이가 익어가고 있다.
▲ 지금 달린 박 가운데 가장 작은 놈이 잎 속에 숨어서 자라고 있다.
▲ 바가지 용은 남겨두고 따낸 박 두 개. 뒤에는 19일에 따낸 홍고추다.

밭을 둘러보니 장마 동안 밭을 매지 않아, 풀이 무성해 임자 없는 밭 같은데, 그걸 새로 매자니 엄두가 안 나 내버려두고 있다. 어차피, 밭도 놓아야 하는데, 오늘이 “처서 지나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는 자라지 않는다”라고 하는 그 처서다. 굳이 풀을 맬 일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낮에는 32~33도를 오르내리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어느 결엔가 그 빈틈을 선선한 바람이 한 번씩 지나간다. 그래서인가, 한여름과 온도가 비슷한데도 견디기가 한결 낫다. 어쨌든 계절의 순환 앞에 늦더위가 힘을 써 본들 어쩔 것인가.

▲ 방울토마토와 대추를 닮은 토마토를 따 왔는데, 이게 제대로 익은 건지는 알 수 없다.
▲ 8월 19일에 따온 호박 두 덩이와 박 두 덩이를 식탁 위에다 놓고 사진을 찍었다.
▲ 8월 11일에 따온 홍고추를 돗자리에 펴서 말리고 있다. 물기가 좀 가시고 딱딱해지면 잘라서 건조기에 넣어 말린다.
▲ 방앗간에서 빻아온 우리 고춧가루, 색깔이 곱다. 정확히 3근이다.

9월 말, 한가위를 전후해 올 농사는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이런저런 푸념과 불평이 많았지만, 사실 시원찮은 농군들의 어설픈 농사에도 그만한 수확을 내준 것만으로도 밭에 감사를 드려야 마땅하다. 풀로 가득찬 장독대 옆에서 익어가는 박을 바라보며, 올 농사를 잠깐 돌아보고 있다.

 

 

2023. 8. 23.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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