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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텃밭일기

[2023 텃밭 농사] ⑲ 올 텃밭 농사, 배추 수확으로 마무리하다

by 낮달2018 2023.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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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공들여 기른 배추, 김장 배추에 보태다

▲ 시장에서 파는 배추와 견줄 수는 없지만, 우리 배추는 무럭무럭 자라 마지막 수확으로 우리를 기쁘게 해주었다. 11월 23일.

2023년의 마지막 남은 농사는 배추다. 아내가 품종 좋다는 황금배추 모종을 사서 50포기나 심었지만, 반 넘게 죽어버려서 오래 마음을 쓰리게 했다. 살아남은 모종이 20포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간 아내는 일주일에 한 번에 그치지만, 올 때마다 벌레를 살펴 잡고, 약도 치고, 비료도 때맞춰 뿌려 주었다. [관련 글 : 올 텃밭 농사, 마무리하고 가을 채소만 남았다]

 

처음 짓는 배추 농사, 절반의 성공

 

늘 하는 얘기지만, 채소로 심는 작물 중에 병충해 걱정 없이 지을 수 있는 건 상추와 쑥갓이 고작이다. 가지도 병충해의 영향을 덜 받긴 하지만, 깨끗하지는 않다. 고추는 말할 것도 없고, 배추는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모종으로 심을 때 잠깐 깨끗할 뿐, 자라면서 벌레들이 달려들기 시작하면 잎사귀가 남아나질 않는다.

 

잎을 먹는 채손데 잎이 벌레 먹어 구멍이 숭숭 나기 시작하면 달리 도리가 없다. 더구나 따로 방제하지 않고 내버려 두니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다. 결국 성한 잎만 몇 번 뜯어 먹고 갈아엎어 버리기 일쑤였다. 요즘은 어쩐지 배추도 값이 만만치 않을 때가 많다. 그간 한 단에 1만 원을 넘어서서 주부들이 지갑을 여는 걸 힘들어할 때가 적지 않았다.

▲ 10월 3일, 한 일주일 만에 우리 배추는 몰라보게 커서 제법 배추꼴을 갖추었다.
▲ 다시 6일 후인 10월 9일. 맨 바깥의 잎이 구멍이 숭숭 난 게 몇 포기 있었지만, 대체로 배추는 잘 자라났다.
▲ 열흘 후인 10월 16일. 옆으로만 벌어진 배추가 슬슬 속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 11월 2일. 배추는 속이 제법 차오르고 있다.
▲ 11월 15일. 배추는 바야흐로 수확을 앞둔 배추는 최대로 커졌다.
▲ 밭에서 수확해 집에서 절인 황금배추. 주문한 절인 해남 배추 40kg에 보태어 김장을 했다.
▲ 김치냉장고 전용 김치통에 넣은 우리 집 김장 김치
▲ 우리가 지은 황금배추도 그랬지만, 해남 배추 불암3호도 매우 맛있는 배추인데 거기 아내의 손맛이 더했으니 더 말할 게 없다.

올해, 아내가 배추를 심기로 한 것은 유튜브 농사꾼들의 영농일기를 꾸준히 구독해 대략 감을 잡으면서다. 언제 방제를 하고, 언제 비료를 주고, 언제 물을 주어야 하는지, 뭘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게 된 아내는 자신감으로 배추 농사에 도전했다.

 

직접 지은 황금배추 + 해남 배추로 담근 김장

 

첫 좌절은 심은 배추 반 넘게 죽으면서 왔지만, 아내는 포기하지 않고, 매주 정해진 시간에 텃밭을 찾았고, 나는 아내의 요청에 따라 약을 치곤 했다. 아내는 배추 뿌리 주변에 진딧물 약도 뿌리고, 친환경 비료로 주면서 거둔 결과 열서너 포기의 배추를 수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보다시피 속이 꽉 차고 실한 배추라고 할 수는 없다. 맨 가장자리의 잎이 조금 벌레 먹은 거 빼면 대부분 성하게 자라긴 했으나, 시장에서 사 먹는 상품 배추에 비길 수는 없다. 아내는 아쉬운 대로 그걸로 성한 배추 7, 8포기쯤으로 여기고 김장할 때 쓰기로 했다.

 

올해는 작년에 이어 절인 해남 배추 40kg을 주문해서 받았다. 불암3호라는데, 얼마나 싱싱한지 절여서 왔는데도 배춧잎이 살아서 밭으로 돌아갈 듯했다. 그러나 간이 덜 배었는데도 그 맛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내가 텃밭에 심은 배추도 맛은 썩 좋았다. 물을 제대로 안 주어서 좀 억센 느낌이 있긴 해도 맛은 그만이었다. 좋은 배추에다 아내의 정성스러운 손맛에 가미되었으니 맛이 좋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겨울을 나게 될 대파와 시금치, 그리고 유채 

 

묵은 밭에 심은 콩 두어 포기는 털어보니 쭉정이뿐이었고, 주먹만 하게 자란 무는 뽑았더니 아직 덜 자라서인지 맵기만 해 잎사귀만 뜯어 나물로 먹었다. 이제 텃밭에 남은 작물은 대파와 시금치, 그리고 유채뿐인데 이 채소들은 겨울을 넘기게 될 것이다.

▲ 시장에 파는 것과 견줄 수는 없어도 잘 자라준 우리 배추를 수확했다. 오른쪽 두 포기는 좀더 두려다가 결국은 같이 뽑았다.(11.23.)
▲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묵은 밭의 작물은 시금치(왼쪽)와 대파(중간), 그리고 유채(오른쪽)로 이들은 겨울을 날 것이다.(11.23.)

대파는 겨울에 얼어도 그 자리에서 봄이 되면 싹이 나오는 나물이고, 시금치는 겨울을 이겨내는 강한 작물이다. 0℃ 이하에서도 냉해를 입지 않고 영하 10℃까지 잘 견뎌낸다고 한다. 유채도 경상도 사투리로 ‘삼동초’라고 할 만큼 추위에 강한 ‘월동 나물’이다. 이들은 한동안 내버려 두었다가 추위가 한풀 꺾이면 생광스럽게 먹을 수 있는 나물이다.

 

한동안 잊고 지내도 이들은 별 지장 없이 추위를 견디며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계절의 순환과 함께 세월은 또 한 켜를 쌓고, 우리의 연륜도 한 해를 더하게 된다. 내일 추워진다는 일기 예보에 문을 여며 닫으며 본격적으로 다가오는 겨울을 멀거니 바라본다.

 

 

2023. 11. 29.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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