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20대 대선, 대구와 경북 상황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드러난 대로 선거는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의 승리로 마감되었다. 밤새 피 말리는 개표 상황을 지켜보느라 밤을 홀딱 새운 이들은 얼마나 될까. 어떤 사람은 환호했을 터이고, 또 어떤 사람은 열패감으로 몸을 떨었을지도 모른다.
이 선거를 두고 이런저런 규정과 정의가 줄을 잇겠지만, 이 선거가 어쨌든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승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또 사상 최소의 표 차이로 승패가 엇갈린 이 선거가 ‘혐오와 배제’를 기반으로 한 나쁜 선거 전략을 선택한 정당이 이겼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나는 현 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만만치 않은 후보 역량이 주권자들의 지지를 받는다면 민주당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주권자들의 객관적 평가는 정권교체를 넘지 못하고, 정계의 비주류 이재명의 도전은 좌초됐다.
경북에서 상승한 2%, 꼭 그만큼의 정치적 발전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나는 대구·경북의 선거 결과도 궁금했다. 2017년 19대 대선 뒤에 나는 “대구·경북 대선,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란 글을 썼다.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승리했지만, 늘 그렇듯이 대구·경북에서의 득표는 전국에서 가장 저조했다. 그나마 일부 시군, 일부 투표소에서 성과가 있었던 것은 그 지역이 젊은 유권자들이 많은 지역이어서였다.
19대에선 문재인 후보가 부산 출신이었지만, 이번에는 안동 출신인 이재명 후보가 나섰다. 안동의 지인에게서 선거 분위기가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으나, 내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19대에서 문재인 후보가 대구 경북에서 얻은 21% 보다는 나은 득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이번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대구 21.6%, 경북 23.8%였다. 대구에서는 0.16% 포인트가 줄었고, 경북에서는 2.07% 포인트가 올랐다. 이 2%가 바로 안동을 비롯한 일부 도시에서 나온 득표율에 힘입은 것이다. 안동시의 득표율 29.13%는 경북 평균 5.33% 포인트만큼 상승한 것이니 변화라고 하기엔 초라한 수치다. 보수정당의 아성이라는 기존의 평가를 벗기엔 역부족이지만, 그나마 그게 우리 지역의 정치적 발전이라면 발전이다.
하위 5개 시군 중에서 군위군은 13%대에 그쳤다. 성주와 고령은 대구 근처의 경북 남부 지역인데 유달리 보수색이 강하다. 의성과 영덕은 주변인 안동이나 포항과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민주당에 대한 반대는 여전히 그게 ‘김대중 당’이기 때문이다. 젊은이나 늙은이나 이 낡고 오래된 정치적 ‘프로파간다의 포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선거를 앞두고 친여 성향의 지인들은 저마다 국민의 힘이 승리하면 이민을 떠나겠다고 우는소리를 하곤 했다. 글쎄, 선거 결과에 따른 주권자의 좌절과 상처가 그 정도라면 중증이라고 할 만하다. 어쨌듯 5년마다 치러지는 선거 때마다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과 무관하게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세월을 우리는 이런 롤러코스터를 타야 할까.
선거 결과에 따른 이웃들의 구체적 반응은 따로 적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무도 이민 가지 않을 것이며 다시 바쁘게 자기 삶을 살아갈 것이다. 5년은 적지 않은 시간이지만, 또 흘러갈 것이고, 우리는 또 새로운 정치적 선택 앞에 서게 될 것이다.
2022. 3. 10.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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