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라한 봄의 기척, 조짐들
봄은 시방 어디쯤 오고 있는가.
어릴 적에는 그랬다. 출타한 아버지, 어머니를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으면 곰방대에 담배를 재며 할머니께서는 늘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니 애비(에미) 어디쯤 오고 있는지 어디 뒤꼭지 한번 긁어 봐라.”
내가 긁는 뒤통수의 위치에 따라 아버지, 어머니의 귀가 시간이 점쳐지곤 했다.
# 1. 낙동강 강변
강변 축대에 비스듬히 서 있는 버들개지가 눈을 틔우고 있다. 잿빛의 풍경 속에서 그 연록 빛은 아직 애처롭다. 강변을 지나는, 아직은 매서운 바람 속에도 옅은 온기가 느껴지니 봄이 그리 멀지는 않은 모양이다.
# 2. 대구수목원
정월 초이튿날, 아들 녀석 면회 갔다가 들른 대구수목원 분재원에 핀 수양 매화. 꽃이 피면서 수양버들처럼 고개를 숙인다고 하여 ‘수양 매화’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곳곳에 봄의 기운을 새록새록 내뿜고 있는 수목원의 오후는 참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봄이 어디쯤 오고 있는가, 뒤꼭지 어디쯤을 긁어 보라고.
2007. 2. 23.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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