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종업식4

2007학년도를 마치며 2007학년도, 2학년 5반과도 이별이다 지난 14일의 졸업식에 이어 이튿날 2007학년도 종업식을 끝으로 학교는 마지막 방학에 들어갔다. 한 해 동안 썼던 사물함을 비우고 아이들은 별관 교사로 옮아가야 한다. 요즘이야 졸업식도 그리 다르지 않으니 학년을 마치면서 아이들과 작별하는 것은 여느 일상과 다르지 않은 심상한 일이다. 나는 지난 한 해 동안 지도를 잘 따라 주었고, 자율적으로 학급을 꾸려온 것에 대해 고맙다고 말했다. 저희를 따라서 3학년으로 가지 않는 이유도 밝혔다. 내겐 익숙하고 미련이 남는 아이들이지만 해를 거듭해 같은 교사에게 배워야 할 일은 없는 것이다. 새로운 교사로부터 배우는 것도 중요한 경험일 터이기 때문이다. 그 전전 날에는 쓰지 않고 남겨 두었던 학급운영비 등을 모아서 피자와 .. 2021. 2. 17.
2월, 이별의 계절 다시 학년말, 곧 이별이다 지난 12일에 학교는 종업식을 하고 공식적으로 2009학년도를 마쳤다. 그 이틀 전에는 3학년 아이들이 졸업식을 치르고 학교를 떠났다.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졸업식을 전후한 학교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해 보인다. 뭐라고 해야 하나. 한 해를 마치는 것이니 좀 들뜬 분위기가 될 수도 있을 텐데 뜻밖에 학교는 고즈넉이 가라앉아 있다. 조금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식장에 앉은 졸업생들은 어느새 훌쩍 자란 듯한데 연하게 화장한 아이들의 얼굴 너머에 숨어 있는 것은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불안이다. 진급을 앞둔 재학생들도 공연히 점잔을 빼고 있다. 3월이 되어 다시 수험생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아이들은 지레 지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3월이 되면 아이들은 이내 활기를 되.. 2021. 2. 11.
2월, 그리고 작별 2월, 그리고 작별의 시간…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눈발이 흩날렸다. 눈송이가 제법 푸짐하다 싶었지만 잠깐 내리다 그칠 거로 생각했는데 웬걸, 눈발은 그치지 않고 이내 사방을 하얗게 물들였다. 2010학년도의 마지막 날이다. 게다가 눈까지 오니 아이들도 좀 들떠 있는 듯했다. 간밤에 좀 일찍 자리에 들었더니 새벽 3시께에 잠에서 깨어 새로 잠들지 못했다. 건넌방에 가서 어제치 신문을 뒤적거렸다. 한 시간쯤 후에 다시 간신히 새 잠이 들었는데, 꿈자리가 어지러웠다. 아이들과 함께 어디 수학여행을 갔는가 보다.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는데 3층쯤 되는 숙소가 폭삭 무너져 내렸다. 주변의 땅도 마구 꺼지기 시작하고……. 깨어나니 얼마나 황당한지. 게으른 담임을 잘도 따랐던 살가운 아이들 아침에 넥타이를 매려.. 2019. 4. 3.
작별, 그렇게 아이들은 여물어간다 아이들과 헤어질 때가 되었다 지난 12일은 졸업식이었다. 꽃다발과 사진기 조명 세례를 받으면서 아이들은 행복해 보였다. 열아홉 살 여고생의 신분을 벗고 예비 대학생, 방년 스무 살로 진입하는 아이들을 나는 마음속으로 축복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엷게 화장을 하고 있었는데 선입견 탓일까, 그 화장기는 마치 그들이 헤쳐나갈 미래처럼 불안해 보였다. 나는 지난해 우리 반이었던 아이들을 찾아 일일이 손을 잡고 축하해 주었다. 자신이 꿈꾸어 온 대로 진학하게 된 아이는 몇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들 자신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있음이 분명했다. 수능을 치르고 나서 눈물을 쏟았던 아이들의 얼굴에도 함박꽃 같은 웃음이 가득했으니. 작별의 때가 왔다 이튿날은 종업식이었다. 나는 일찌감치 마음먹고 있었던 대로 정장을 하고.. 2019.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