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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방송고7

고별-나의 ‘만학도’들에게 방송통신고 졸업생 여러분께 어떤 형식으로든 나의 만학도, 방송고 졸업반인 당신들에게 마음으로 드리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걸 나는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설날 연휴에 가족여행을 다녀오는 바람에 마땅히 시간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졸업식은 14일이고 여행에서 돌아온 것은 12일입니다. 호기롭게 떠난 여행이었지만 강행군을 하면서 여독이 만만찮았고, 거기다 가족 모두가 독감을 앓기 시작했습니다. 오한과 발열로 하룻밤을 꼬박 밝히면서 저는 문득 이게 내가 31년을 머문 학교를 떠나면서 치러야 할 통과의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만학도들에게 건네는 고별인사 여행의 첫 3일은 좀 무더웠고 마지막 날은 추웠습니다. 공항에서 몸을 잔뜩 오그리고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그런 생각은 더해졌습니다. 귀가해 하룻밤을 .. 2022. 2. 19.
늦깎이 학생들의 ‘비밀’, 혹은 ‘진실’ 방송통신고의 만학도들의 ‘비밀’과 진실 올해부턴 방송통신고등학교의 신입생 가운데 20대의 비중이 예년보다 높아졌다.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정규과정을 거치지 못해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이 감소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추세이긴 하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교사들의 시선은 좀 착잡하다. 20대의 비율이 높아지고 4~50대 시니어들이 준다는 것은 교수-학습의 풍경이 달라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늦깎이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다 4·50대 시니어들은 본질적인 의미의 ‘배움’에 목마른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에겐 거의 외계어나 다름없는 영어나 수학 시간에도 안간힘을 다해 수업을 견디어낸다(!). 고단한 삶을 살아오면서 ‘참을 인’자라면 여러 번 삭인 사람들이다. 과연 알.. 2021. 7. 1.
방송고 체육대회, ‘가불’해 누리는 ‘대학생활’? 늦깎이 학생들과 치르는 체육대회 어제(5월 20일) 방송고등학교 ‘한마음 체육대회’가 열렸다. 전적으로 학생회 자치로 꾸려가는 행사다. 아침에 출근하니 운동장에 천막 8동이 가지런히 쳐져 있다. 아, 이게 예사 행사가 아니로구나, 하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무실에 들어가니 이내 몇 통의 전화가 잇따른다. 오늘 부득이 행사에 참가할 수 없는 사람들의 전화다. 일단 등교일 25일 가운데 하루이니 출석관리가 엄격할 수밖에 없다. 조퇴를 하더라도 등교해서 허락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체육대회라지만 평상시와 다를 게 없다. 일요일이니 집안을 이끌고 있는 이들로서는 각종 경조사 참석은 물론이거니와 생업에도 바쁘다. 수업이 있을 경우에는 수업을 우선할 수밖에 없지만 행사일 경우에는 아무래도 참여도가 떨어지기 .. 2021. 5. 22.
동행, 방송고 사람들(2) 늙다리 학생에게도 ‘시험’은 힘들다 지난 일요일, 방송고등학교에서도 중간고사를 치렀다. 출석일은 고작 닷새에 그치지만 사이버학습으로 나간 진도는 너끈히 시험을 치를 만했다. 출제는 어렵지 않았다. 사이버학습 교재에 난 문제를 대부분 그대로 쓰되, 일부 문제만 변형하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서술형 문항 20%도 단답형 문항 4개로 갈음했다. 나는 2학년 문학과 3학년 독서 등 두 과목을 출제했다. 주관식 문항은 마땅한 방법이 없어 고민하다가 교재의 객관식 문항을 주관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마지막 수업 시간에 그 부분을 의식적으로 강조를 하면서 설명했고, 마치면서 ‘영양가는 오늘 수업’에 있다는 말로 힌트도 주었다. 누구에게나 시험은 괴롭다 그동안 출석률은 지지부진했다. 장기 결석자가 서너 명 되고, 가.. 2021. 5. 11.
다시 시작이다, 2013학년도 2013학년도를 시작하며 어저께 입학식과 함께 2013학년도가 시작되었다. 방송고 정보를 맡게 되어서 방송고 교무실로 옮겼다. 방송고의 보직은 교무·학생·정보 등 셋인데 이번에 정보를 맡았던 동료가 만기로 이동하면서 비게 된 자리로 오게 된 것이다. 방송고 교무실은 교사 셋이 책상 세 개를 맞대놓고 의좋게 근무하는 미니 교무실이다. 굳이 보직을 맡을 일은 없으나 이리로 오기 위해선 보직을 희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되어도 좋고 안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자리를 원했던 동료들이 여럿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본교에 비기면 업무 부담이 무겁지 않다. 별도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근무하거나 시간 여유를 갖고 싶은 이들이 이 자리를 희망했던 것이다. 교감 선생은 경쟁이 치열했지만, 경력으로 .. 2021. 3. 6.
천생산·천생산성, 혹은 기억의 시차 구미 천생산과 천생산성을 오르다 지난 일요일 방송고 학생들과 함께 천생산(天生山)에 올랐다. 현장 체험학습, 옛날식으로 말하면 가을 소풍이다. 글쎄, 현장 체험학습이라고 하면 더 세련되어 보이고 교육적일지는 모르겠으나 내겐 소풍(逍風)이란 이름이 훨씬 정겹다. 방송고 ‘늦깎이’들의 ‘가을 소풍’ 오전 9시 반께 천생산 중턱에 있는 주차장에 모인 학생들은 조금 들떠 있었다. 스무 살 어름의 젊은이들이든 4, 50대의 시니어들이든 깊어가는 가을에 산을 찾았으니 얼마간 들떠도 괜찮은 일일 것이었다. 간단하게 주의사항을 일러주고 함께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에 이르는 시니어 그룹들은 가정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레저 문화에 비교적 익숙하다. 남자들 못지않은 산행 경력과 체력을 자랑하는 4.. 2020. 10. 23.
문경새재에 당도한 가을, 단풍 방송고 소풍으로 찾은 문경새재 방송고 소풍(요즘은 이걸 굳이 ‘체험학습’이라고 한다)으로 문경새재에 다녀왔다. 연간 등교일은 24일뿐이지만 체육대회를 비롯하여 체험학습, 수학여행, 졸업여행은 방송고의 필수 과정이다. 정규과정과는 달리 수학여행조차 ‘당일치기’로밖에 운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방송고의 ‘마지막 소풍’ 방송고의 행사는 여느 날에는 수업 때문에 나누지 못한 소중한 친교가 이루어지는 시간이다. 참여자는 1/3 수준에 그치지만 학생들은 행사를 치르면서 남녀노유에 따라, 형님, 누님, 오빠, 동생 하면서 진득한 동창으로서의 정리를 나누곤 하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 2학년은 경주로 수학여행을, 1학년과 3학년은 각각 상주 경천대와 문경새재로 소풍을 떠났다. 목적지가 문경새재로 결정.. 2019.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