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네 번째 감자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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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한 살씩 더 먹을 때마다 기운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건 마찬가지다. 바지런한 아내도 그런 기색이 역력해서, 올핸 농사도 못 짓겠다는 소리를 해댔다. 몸이 무거워서 일주일에 한 번씩 텃밭을 다녀오는 것조차 쉽지만 않게 된 것이다.
그런데 3월 들면서, 손바닥만 한 텃밭이지만, 마냥 놀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내가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눈치여서 그만 내가 먼저 질렀다. 씨감자나 좀 사서 감자나 심어 두지. 제일 손이 덜 가는 게 감자니까……. 아내가 그러자고 반색했다.
지난 12일 선산장에 가서 장터 초입의 농민한테서 씨감자 1만 원어치를 샀다. 씨알이 굵기에 품종이 뭐냐고 물었더니 수미 감자보다 나은 ‘두백’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고 샀는데,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과자 회사인 오리온에서 육성한 품종이다.


그날 바로 텃밭에 갔는데, 이미 점심때가 겨운 데다가 땅을 일구는 일도 마땅찮아서 내일 다시 오자고 발길을 돌렸다. 다행히 지난 2월 27일에 아내 친구가 남는다며 퇴비 세 포대를 가져가라고 해서 그걸 받아서 텃밭에 있는 한 포대 반과 함께 양쪽 밭에다 뿌려 두었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밭으로 갔다. 땅을 일구어 이랑을 만들고 하는 건 전적으로 내가 삽으로 했다. 오랜만에 몸을 움직이니 힘에 부쳤다. 묵은 밭에 세 이랑을 만들고, 새 밭에도 짤막한 이랑 셋을 만들었다. 멀칭하지 않고, 비닐은 나중에 봐서 덮으리라면서 씨감자를 심고, 아내는 밭 한쪽에 가져간 상추와 시금치씨를 뿌리고 물을 주었다.
고랑에 풀이 나지 않도록 덮으려고 가져간 묵은 신문 뭉치는 창고에 쟁여 놓고 돌아왔다. 아무래도 비닐은 덮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따로 언제 오자고 약속은 하지 않았다. 감자 한 상자는 2, 3만 원쯤 주면 살 수 있으니, 수지 타산을 하면 우리는 농사를 지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땅을 놀리지 않으면서 그나마 몸을 움직여서 무엇인가를 생산하는 일에는 설명할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이 있다.



감자 농사는 2019년에 처음 지었다. 나는 장모님 살아계실 적에 감자 캐기를 거들면서 언젠가 감자 농사를 한번 지어보리라 마음먹었었다. [관련 글 : 감자 캐기, 그리고 노략질 기행]그때가 2009년이니 꼭 10년 만에 나는 처음으로 감자를 심었다. 꼭 백일 만에 감자 두 상자를 수확하면서 느낀 즐거움과 기쁨은 간단히 설명하기 어렵다. [관련 글 : 조바심의 기다림, 백일 만에 ‘감자’가 우리에게 왔다]
2020년에 우리는 다시 감자를 심었다. 이번에는 고수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비닐 멀칭을 하지 않고, 고랑에는 풀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신문지를 깔고 흙으로 덮었다. 감자는 석 달 뒤의 수확에 앞서 물을 충분히 주라고 했지만, 텃밭이 멀어서 그러지는 못했다. 그러고도 우리는 한 상자가 넘는 감자를 거두었다. [관련 글 : 2020 텃밭 농사 시종기(1) 감자 농사]
잊고 있었는데, 지난해에도 우리는 별 준비 없이 감자를 갈았다. 묵혀 두자고 했다가도 무슨 씨라도 뿌려놓지 않으면 밭엔 풀만 자욱해질 것이다. 파종만 해 놓고 버려둘 수 있는 작물 몇을 떠올리다가 지지난해처럼 감자라도 심을까, 하면서 어설프게 시작한 농사였다. 그러나 수확은 기대 이상이었다.[관련 글 : 다시 텃밭을 일구며 / 잘 거두지 않아도 ‘감자’는 제대로 자랐다]
오늘부터 꽃샘추위가 시작되지만, 굳이 나중에 비닐을 깔지는 않아도 되겠다. 두 번째는 비닐 없이 감자를 지었으니 말이다. 감자는 자라면서 땅 위로 솟아오르니 좀 깊이 심어야 하고, 솟아오를 때마다 흙을 북돋워 주어야 한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올해는 그걸 유념하기로 했지만, 글쎄 얼마나 거기 신경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2025. 3. 16.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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