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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반수(過半數)’를 넘는다?

by 낮달2018 2020.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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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반수(過半數) 넘다’는 잘못된 표현이다

……이날 서면을 통해 인권위에 오는 24일 열리는 심포지엄 불참 통보를 했다. 심포지엄 발표자는 10명으로 발표를 거부한 인사가 과반수를 넘는다.

 

며칠 전 한 인터넷 언론에 실린 뉴스다. 문장 끝부분의 ‘과반수를 넘는다’는 표현은 잘못이다. 과반수(過半數)의 ‘과’에 이미 ‘넘는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 표현은 불필요한 ‘중복 표현’이 되기 때문이다. 의사·의결의 정족수를 말할 때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라고 쓰지, ‘과반수 이상’과 같이 쓰지 않는 이유도 같다.

 

우리말에는 외국과의 접촉을 통해 한자어나 서양에서 온 외래어, 그리고 일본어가 꽤 많이 들어와 있다. 그 결과 자신도 모르게 ‘한자어와 고유어’, ‘외래어와 한자어’, 또는 ‘외래어와 고유어’ 등을 중복해서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중복 표현은 표현력이 부족하여 동일 어구를 반복 사용하는 경우에서도 나타난다. 또 강조나 수식이 지나쳐 두 개 이상의 성분을 겹쳐 쓰는 때도 있다. 이러한 중복된 표현은 의사전달에 지장을 주지는 않지만, 문장의 ‘간결성’을 해치게 된다.

 

‘과반수를 넘다’는 한자어 ‘과(過)’와 고유어 ‘넘다’가 이중으로 쓰인 결과다. 이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중복된 말 하나를 제거해야 한다. 즉 ‘과반수다’라고 쓰거나 ‘반수를 넘는다’라고 쓰는 게 바른 표현이다.

 

선취점을 올리다?

 

스포츠 경기 중계에서 자주 쓰이는 ‘선취점을 얻다’, ‘선취점을 올리다’와 같은 표현 역시 중복이다. ‘먼저 점수를 얻다(올리다)’로 쓰거나 ‘선취 득점하다’로 써야 한다. 이런 경우는 뜻밖에 아주 많다. 상황에 따라 완전히 굳어서 고치기 어려운 표현도 없잖아 있다.

 

‘시범 보이기’가 그 좋은 보기다. ‘시범(示範)’은 그것만으로도 ‘법(모범)을 보이다’의 의미이다. 그런데 여기에 구태여 ‘보이다’를 붙인 것이다. ‘모범을 보이다’는 뜻의 동사 ‘시범하다’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잘 쓰이지 않는 어색한 표현인 것이다.

사회 변화가 워낙 무상하다 보니 때론 ‘오(誤)’가 ‘정(正)’을 대신하기도 한다. 또 정오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구석도 있다. 정치뿐 아니라 ‘말’도 ‘생물(生物)’이다. 어떤 형식으로든 언중의 생각과 사회적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말의 변화를 단순한 잣대만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중복의 예로 든 말 가운데 이미 언어 현실로 자리 잡아버린 것을 되돌리는 게 쉽지 않은 이유다.

 

 

2010. 11. 12.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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