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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치르고’ 문은 ‘잠근다’

by 낮달2018 2020.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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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경기치루지않고 치른다

끝소리가 ‘ㅡ’인 동사 가운데 어떤 낱말들은 ‘ㅡ’가 아닌 ‘ㅜ’로 발음하는 사람이 꽤 많다. ‘치루다’(치르다), ‘잠구다’(잠그다) 같은 말이 그렇다. 잘못이라고 신문이나 방송 등 여러 매체에서 끊임없이 지적하는데도 이런 쓰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구글>에서 검색해 보았더니 인터넷신문을 물론이거니와 중앙 일간지에서도 이 ‘잘못된 표현’이 버젓이 쓰이고 있었다.

 

“큰 선거를 치루다 보면…….”
“리그 경기를 치루다…….”
“아내와 큰일을 치루다…….”

 

기본형을 잘못 쓰다 보니 활용도 제멋대로다. 활용 형태를 “치루어(치뤄), 치루니, 치루고…….”, “잠구어(잠궈), 잠구어서(잠궈서), 잠구고…….”처럼 쓰는 것이다. “액체 속에 넣다.”, “김치·술·장·젓갈 따위를 만드는 재료를 버무리거나 물을 부어서, 익거나 삭도록 그릇에 넣어 두다”는 뜻의 ‘담그다’도 마찬가지다.

▲ 국립국어원 온라인 소식지 <쉼표, 마침표>(2014.8.5.) 중에서

“그릇을 기울여 안에 들어 있는 액체를 밖으로 조금씩 흐르게 하다.”의 뜻인 ‘따르다’도 ‘따루다’의 형식으로 써서 ‘따루어(따뤄)’ ‘따루어라(따뤄라)’로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모음 ‘ㅡ’보다는 ‘ㅜ’가 발음하기에 수월해서일까.

어간의 끝소리가 ‘ㅡ’인 용언의 어미 변화는 두 가지 형태다. ‘흐르다’, ‘빠르다’ 등의 활용과 같이 ‘ㅡ’는 탈락하고 ‘ㄹㄹ’ 형태로 변하는 ‘르’ 불규칙 활용이 하나요, ‘치르다’와 같이 어간의 끝소리 ‘ㅡ’가 어말어미 ‘-아/-어’로 시작되는 어미 및 선어말 어미 ‘-았-/-었-’ 앞에서 탈락하는 활용이 하나다.

 

앞엣것이 불규칙 활용이고 뒤엣것은 ‘ㅡ’ 탈락 규칙활용이다. 음운 환경이 같으면 예외 없이 ‘ㅡ’가 떨어지는 형식의 활용이므로 ‘규칙’ 활용이다. ‘쓰다, 뜨다, 따르다, 모으다’ 등의 용언이 그 예로 이들은 모두 ‘써, 떠, 따라, 모아’ 등으로 활용된다.

 

한편 사람들은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다”는 뜻의 ‘들르다’를 ‘들리다’의 형식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들리어라(들려라)’와 같이 쓰는데 이 낱말로 다른 ‘ㅡ’ 탈락 규칙활용처럼 ‘들러’로 써야 한다.(들러서, 들러라…….)

▲ 국립국어원 온라인 소식지 <쉼표, 마침표>(2014.9.30.) 중에서

한편 이와는 경우가 다르지만, 아이들이 하나같이 잘못 쓰고 있는 낱말로 ‘바뀌다’와 ‘사귀다’가 있다. 두 낱말의 어간의 끝소리가 모두 ‘ㅟ’다. 이 어간에 과거시제를 나타내는 ‘-었-’을 붙이면 ‘-ㅟ었-’의 형태로밖에 쓰지 못한다. 이 두 모음이 축약되어 한 모음이 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능청스럽게 이 말을 ‘바꼈다’나 ‘사겨라’ 등으로 쓴다. 이 활용의 형태는 ‘바끼+었+다’, ‘사기+어라’로 분석할 수 있으니 본 낱말과는 사뭇 다른 형태로 바뀐 것이다. 무리하게 모음을 줄이려다가 어형이 왜곡된 것이다.

 

‘도망가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인 ‘토끼다’를 과거형으로 쓰면 ‘토꼈다’가 될 수 있겠다. ‘이기다’, ‘웃기다’, ‘벗기다’처럼 어간의 끝음절이 ‘기’일 경우에는 같은 형식의 표기가 가능하다. 아이들이 ‘바꼈다, 사겼다’ 따위를 쓰는 것은 그런 낱말의 활용을 염두에 두기 때문일까.

 

바른 말글살이를 위해서는 언어생활을 하면서 늘 맞춤법이나 표준 발음을 의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처음 한두 번은 의식하는 게 성가실 수도 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바르게 쓰려고 하는 버릇이 몸에 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15. 8. 24.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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