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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금호강의 섬 하중도 유채꽃 나들이

by 낮달2018 2019.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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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벌 나들이] ⑤ [사진] 대구 금호강 하중도(河中島) 유채꽃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하중도는 금호강에 하천의 유속이 느려지면서 퇴적물이 쌓여 강 가운데에 만들어진 섬이다.

 

한 달 전쯤 아내와 함께 대구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북대구 나들목으로 나가는데 오른쪽 금호강 가녘에 꽤 너른 유채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 웬 유채꽃? 볼 만한데, 언제 구경 올까?” 했더니 아내는 당근 좋지.

 

집에 와서 인터넷 검색으로 거기 가려면 내비게이션에 금호강 하중도노곡동 하중도로 입력하면 데려다준다는 걸 알았다. 거기 가면서 따로 날 받을 일은 없으니 4월 두 번째 주말인 13, 김밥으로 소문난 동네 분식집에서 김밥 도시락 두 개를 사서 바로 출발했다.

 

금호강 하중도 3만여 평 유채꽃 단지

 

강변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금호강 하중도(河中島)는  여의도나 을숙도처럼 하천의 유속이 느려지면서 퇴적물이 쌓여 강 가운데에 만들어진 섬이다하중도는 원래 농민들이 채소 농사를 짓던 곳으로 지나친 비료 사용으로 금호강 수질을 악화시키는 오염지역이었다.

 

대구시는 2012년 무단으로 들어서 있던 비닐하우스시설 500여 동을 전면 정비하고 생태하천을 조성했다. 그리고 2013년부터 유채꽃과 청보리, 코스모스 등 계절별로 꽃단지를 조성하여 개방한 것이다. 금호강 수질 악화의 주범이라는 오명의 하중도는 시민들을 위한 친환경적 생태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10시가 안 돼서 도착했는데, 벌써 주차장은 차고 있었다. 평일에는 평균 3천여 명, 주말에는 1만 명이 넘게 찾는 명승지가 되면서 매년 봄꽃단지를 찾는 나들이객은 10만 명을 훌쩍 넘긴다고 한다. 어떤 텔레비전 드라마가 유채꽃밭을 배경으로 만들어지고 꽃단지가 텔레비전과 라디오 등 매체에 소개되면서 하중도는 주말 명소로 등극한 것이다.

 

올해 개방한 유채꽃 단지는 98천여 에 이른다고 하니, 이는 평수로는 3만 평에 가깝다. 연방 꽃단지로 드나드는 이들이 이어지지만, 인파에 밀려다닐 정도는 아닌 이유다. 사람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유채꽃 단지 곳곳에 점점이 흩어져 있다.

 

굳이 무거운 사진기를 멘 사람은 나 말고는 거의 없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느라 부산하고, 연인들은 손을 뻗어 셀카봉을 멀찍이 띄우고 둘의 모습을 렌즈에 담는다. 참 좋은 시절이다. 디지털카메라가 거의 사라져 버린 이유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가.

 

유채, 삼동초, 시나 나빠, 평지

 

유채꽃 단지는 46일부터 56일까지 한 달간 개방한다더니, 아직 일부 유채는 덜 피었다. 한날한시에 파종한 작물인데도 유채는 일정하지 않다. 키도 제각각이고, 꽃이 핀 정도도 모두 다르다. 사람들이 열이면 열 모두 다르듯, 식물의 개체차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유채라면 제주도에만 있는 거로 알았더니 요즘은 곳곳에 유채꽃 단지네.”

그러게 말이에요. 육지에도 유채밭이 없지는 않았을 텐데 그땐 아무도 눈여겨 안 본 거야.”

유채는 우리가 어릴 때 시나 나빠라고 부르던 그 채소지?”

맞아요. 어른들은 삼동초라고도 불렀고.”

 

유채(油菜)는 어릴 때 나물로도, 김치를 담가 먹은 친숙한 채소다. 그런데 우리 지역에선 그걸 시나 나빠로 불렀다. 그게 일본말이거니 했더니 그것도 아니란다. 가장 유력해 보이는 해석은 시나지나(支那)’의 일본 발음이고, ‘나빠なっぱ[]’, 즉 잎을 먹는 채소라는 뜻의 일본어라는 거다.

 

그러나 이는 십자화 과(배춧과) 두해살이풀의 하나아시아, 유럽, 뉴질랜드 등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된다는 사전 풀이와는 거리가 있다. 경상도에서 삼동(三冬) 지나 이른 봄에 먹는다고 삼동초라고 하지만 이는 비표준어다. 유채를 부르는 다른 말로 평지가 있지만 이를 쓰는 사람은 드물다.

이름에 기름 유()’ 자가 들어가 있는 유채는 주 용도가 기름이다. 종자에서 분리한 지방유를 유채 기름 또는 채종유라 하며, 식용과 공업용으로 널리 쓰인다. 유채는 꽃이 오래 피고 꿀 따는 기간이 길어 양봉 농가에는 소중한 밀원(蜜源)이기도 하다.

▲ 제주도의 유채꽃. 이미 유채는 제주를 상징하는 풍광이 되었다. ⓒ 위키백과

뭍에서도 유채를 재배했을 텐데도 제주도 유채꽃이 이름난 관광자원이 된 것은 제주도 전역을 노랗게 물들일 만큼 재배 면적이 넓었기 때문이었을까. 노란 유채꽃은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돌담 등과 어우러지는 풍경이 장관을 이루면서 제주도를 상장하는 풍광이 되었다. 

 

한 반 시간쯤 도니 출발한 자리다. 정오가 가까워지면서 주차장으로 들고나는 차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승용차 안에서 김밥 도시락을 먹었다. 한 십여 년 전만 해도 주말에 우리 내외는 밥을 싸서 근교의 명승지를 다니곤 했다. 문득 봉화나 청송의 한적한 계곡에서 먹던 도시락이 그리워졌다.

 

다음 주말엔 밥을 싸서 길을 나서보자고.”

글쎄, 그래 보든지…….”

 

어쩐지 아내의 반응이 심드렁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도시락을 싸서 나들이하는 것도 때가 있는가. 퇴직 전에 사 놓은 야외 캠핑용 의자 두 개는 아직 한 번도 쓰지 못하고, 자동차 트렁크에 자고 있다. 다음 나들이에는 의자를 써 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유채꽃으로 뒤덮인 섬을 떠났다.

 

 

2019. 4. 20.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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